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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설빈 Jun 21. 2022

습관의 반대로 깍지를 끼고

띠리링- 새벽 다섯 시에 기상 알람이 울린다. 눈을 채 뜨지 못하고 겨우 알람을 끈다. 누워서 속으로 고민한다. 일어날까. 다시 잘까. 요가는 가고 싶은데. 지금은 다들 잘 시간인데. 막상 가서 수련하면 하루가 가벼워지니까 가야지. 당장은 몸이 무거우니까 일단 자자. 하는 생각들이 십여 분을 겨룬다.


(가끔) 요가원에 가자는 쪽이 우세할 때는 몸을 일으켜 갈 채비를 한다. 요가 매트와 몸을 차에 싣고 길을 나선다. 몇 대의 트럭들만 다니는 휑한 도로는 아침 여덟 시쯤의 꽉 막힌 출근길과는 상반되어 한결 부지런한 사람이 된듯한 느낌이 든다. 


요가원에 도착하면 여섯 시부터 요가를 한다. 눈을 감고 선생님의 주문을 듣는다. 몸을 앞으로 굽히고 뒤로 젖히고 팔을 뻗고 팔을 접고. 한 시간 넘게 수련을 하고는 차담을 한다. 이 차는 얼마나 숙성된 잎으로 만들어졌고, 오늘 수련은 어땠고, 주말엔 뭐했고. 선생님의 차 이야기와 수련생들의 사는 이야기들이 조금씩 채워진다.


그렇게 며칠 여느 때처럼 요가를 하던 날, 선생님의 한 주문이 특별히 마음에 와닿았다.


습관의 반대로 깍지를 끼고-


손깍지를 편한 쪽으로 꼈다가 습관의 반대로 낀다. 손깍지를 낀 채로 두 팔을 쭈욱 뻗는다. 이미 몸에 익은 자세에 반하는 생소하고 낯선 감각이 느껴진다. 원래 손깍지를 끼는 느낌이 이런 거였나? 내 몸이 내 것이 아닌듯한 느낌에 사로잡힌다.


습관의 반대는 습관이 있어야지 성립되는데 내 몸에 어떤 습관이 배어 있나. 오른손으로 글 쓰고 밥 먹고 기타 줄 튕기는 방법을 배워서 오른손잡이로만 산다. 어두운 색을 좋아해서 한동안 옷장에 까만 가디건, 회색 원피스 같은 거무죽죽한 것들만 집었다. 고수를 싫어해서 쌀국수 먹으러 태국 여행 가놓고 '마이 싸이 팍치(고수 빼주세요)'를 외치고 다녔다. 습관으로 사람이 정의된다. 오른손잡이인 사람. 옷장이 시꺼먼 사람. 고수 못 먹는 사람. 


요가 선생님의 주문을 들은 후로 습관의 반대를 인생에 조금씩 들여오기 시작했다. '나'라는 사람의 정의에 질문을 던지기 위해. 익숙하지 않은 감각을 익히고 삶의 균형을 찾아가기 위해. 왼손으로 글씨를 써보고 밝디 밝은 옷을 사고 쌀국수에 고수를 찔끔 넣어보는. 그럼에도 여전히 습관대로 살고 있기는 하다. 습관의 반대로 새벽 요가를 갔어야 했는데...


요가는 못 갔고 차를 마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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