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아 지나가라...
나는 음식을 가린다든가 잠자리가 바뀌면 잠을 못 잔다든가 하는 까다로운 성질이 아니다.
하지만, 임신은 모든 일상을 180도 바꾼다. 어제 적어도 글을 한 편 발행하고 잠을 자야지 했으나, 책상에 앉으니 어질어질하고 배를 탄 듯한 울렁거림에 신생아처럼 침대에 누워버렸다. 나의 몸처럼 느껴지지 않는지 자꾸만 불편하여 몸을 이리 돌리고 저리 돌리며 얕은 잠을 자버린다.
아침에 출근 준비를 하다가 순간적으로 몸의 열이 올라버려서 가만히 멈춰본다. 일생이 빠릿빠릿하고 목표지향적인 나는 어디로 사라지고 노인이 된 것처럼 몸상태에 따른 움직임만이 남아있다.
출근을 해서 씩씩하게 넵넵 맞습니다라고 대답을 하다가도 두통이 생겨 잠시 책상에 이마를 놓아 차가움으로 머리를 식혀보기도 한다.
식당의 복합적인 냄새가 역해서 다른 사람들과 식사를 따로 하곤 옷을 보관하는 곳에 몸을 넣어 눈을 붙여본다. 잠시 눈을 붙이면 오후에 컨디션은 조금 더 낫길...
바지런히 바지런히 일을 하다 보면 어느새 퇴근시간이다. 매직키드마수리에서 나왔던 것처럼 목걸이 하나로 집으로 순간이동을 했으면 좋겠다는 망상을 하며 어깨가 굽은 채 인사를 하며 나선다. 근육이 모두 빠져버린 몸처럼 발을 드는 동작하나에도 꽤나 버거움이 느껴진다. 찍찍 발을 끌며 집으로 나선다.
나의 모든 에너지는 회사에서 써버렸기에 침대에 누워본다. 내일이 금요일이란 사실도 딱히 기분 좋게 느껴지지 않는 목요일, 무력감이 나의 모든 걸 감싼 현주소는 임신 7주차 임산부
그래도 괜찮다. 왜냐하면 이 또한 지나간다는 것을 알고 있는 2회차 임산부니까.
그래도 오늘은 글을 한 편 야무지게 쓰는 나를 칭찬하며 다른 사람의 속도보다는 나만의 속도를 바라보며
나는 계단을 오를 때도 순간 숨이 차는 초기 임산부이지만 집에 와서 누워있는 임산부지만 글을 조금이라도 쓰려고 노력하는 사람이지. 앞으로 초기임산부의 시절이 지나면 더 자주 글을 발행할 수 있지.
너를 내가 제일 많이 응원한다.
*첫 문장 출처 : 모래알만 한 진실이라도/박완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