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았어~
"책을 읽고 싶어도 머리에 들어오질 않아서 읽기 힘들어."
삶의 질은 하산하듯 뚝뚝 떨어지고 있다.
속이 좋지 않아 바람을 쐬러 남편과 10분 남짓의 산책을 하고 돌아왔다. 집에 와서 바로 누워버린다. 세상이 도는 것 같고 이럴 때 내가 할 수 있는 가장 좋은 선택지는 빨리 누워서 선잠이라도 청하는 것이다. 침대에서 주술사처럼 입을 종알거린다. '제발 자면 돼.' '자면 이 어지러움, 토할 것 같음이 사라질 수 있어.' 그러다가 훅 30분 정도 자고 일어난다.
좋았어~ 잘 보냈다!
첫째를 임신했을 때 가장 힘들었던 건 토하는 것이었다. 이번엔 토를 하지 않는다며 이 정도면 괜찮아. 좋아. 버틸 수 있겠어라고 신나게 입을 놀렸다. 주둥이는 항상 조심할 것...
하지만 나의 침이 굉장히 역하게 느껴지고 침이 입안에서 거품을 내며 빙글빙글 혀 옆을 돌아갈 때 직감적으로 느꼈다. 아 시작됐구나... 이제 구역질이 나오겠구나 싶었다. 하필 또 회사에서 아니... 뭐 입덧이 회사 집을 가리겠냐만 회사 키보드 앞에서 모든 걸 게워낼 수 없으니 입을 양손으로 꽉 움켜쥐고는 화장실로 달려간다.
아주 손쉽게 거사를 치른다. 어차피 나올 친구들 빠르게 내보내줬다고 생각한다. 아무도 안 궁금하겠지만 회사의 건물 자체가 굉장히 쾌적하다. 여사님께서 하루종일 청소를 해주시기 때문이다. 일을 성사하고 '그래도 깨끗한 게 어디야'라며 혼자 어이없이 피식 웃어본다.
눈에 눈물은 그렁그렁하고 내가 무슨 부귀영화를 누리겠다고 회사에서 이러고 있나 싶지만, 지나간다. 지나가.
11월 2일인데 11월이 빨리 지나가길 바라본다. 11월이 지나면, 컨디션의 최저점은 지나가있을 테니까
*첫 문장 출처 : 어른의 어휘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