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실에도 웃음꽃은 피어난다.

병실 개그는 내 코드에 딱이었지만...

by 설작가

휴가를 내고 퇴근하자마자 병원으로 향했다.

엄마가 직접 간병을 시작하면서

옮긴 병실은 또 새로운 환경이었다.


병원에 도착해 아버지 목욕부터 시켜드렸다.

엄마는 혼자 목욕시키는 건 엄두조차

못 내셔서 내가 올 때까지 기다리셨다.


혹시나 미끄러지면 큰일이고

나 역시 처음 시켜드리는 목욕이라

긴장되고 힘도 많이 들었지만

오랜만에 머리도 감고 몸도 씻으신 아버지는

기분이 좋아 보였다.


아버지를 침상에 눕혀드리고

이제야 한숨 돌리는 시간.

낯선 병실, 낯선 사람들을 스캔했다.


병실엔 총 7명의 환자가 있었고

환자당 한 명씩 간병인이 있었다.

유일한 남자 간병인인 나를,

양복을 입고 나타난 낯선 젊은이를

그들 역시 스캔하고 있는 것 같았다.


엄마는 병실 사람들이 텃세가 있다며

시집살이를 하는 것 같다고 하셨다.


아니나 다를까 옆 할머니가 말씀하셨다.


"어젯밤에 오줌 싸는 소리가 겁나 시끄럽드만

오줌통에 화장지 조까 쑤셔 넣으쑈이~"


거동이 불편한 아버지는 소변통을 쓰시는데

그 소리가 거슬리셨나 보다.


"아~ 그런 방법이 있었네요~"


난 통에 화장지를 쑤셔 넣었다.

매의 눈으로 지켜보던 할머니가 한 말씀 더 하셨다.


"더 넣으쑈!"


이어지는 잔소리에 엄마는 한숨을 내쉬셨다.

걱정되고 미안한 표정의 엄마는

나를 두고 쉽게 발을 떼지 못하셨고

난 걱정 말고 가시라고 엄마를 배웅해드렸다.



여긴 밤 9시가 되면 소등을 한단다.

아침 6시면 불을 켜고 기상~

창문까지 활짝 열어서 찬 바람 때문에

일어날 수밖에 없단다.


우리를 빼곤 몇 년씩 생활하신 베테랑들이라

그분들에겐 여기가 집이었고

이 병실엔 이미 정해진 룰들이 있었다.


병실 안에 화장실이 있었지만

거기서 대소변을 보면 안 됐고

(방에 냄새가 난다는 이유로)


양치한 물도 거기서 헹궈서는 안 됐다.

(세면대가 막힐 수 있다는 이유로)


그밖에 자잘한 룰들이 있었는데

그걸 알 턱이 없었던 엄마는

그간 눈칫밥을 좀 드신 것 같았다.


일찍 불이 꺼지니 고단한 하루가

종료됐다는 생각에 일단 좋았다.

여기저기서 코 고는 소리가 들렸지만

아버지는 쉽게 잠들지 못하셨다.


아버지가 뒤척이실 때마다

혹시나 어디가 불편하신지

소변이 마려우신 건 아닌지 확인하느라

쉽게 잠들지 못했다.


뒤척이다 잠이 들지도 않은 것 같은데

어느새 불이 켜지고 창문이 열렸다.

나만 빼고는 다 숙면을 취한 것 같았다.



우리 맞은편엔 23살짜리 남자애가 있었다.

머리 상처를 보니 뇌수술을 크게 한 것 같았다.

무면허로 오토바이를 타다 사고가 났단다.

젊은 형이 와서 좋았는지 그 친구는 내게

자기 핸드폰에 있는 옛날 사진을 보여주었다.


"이때는 잘 생겼었는데

지금은 바보 멍청이가 돼브렀네~"


얼굴 표정이나 하는 짓은 어린애 같았지만

전혀 필터링 없이 아무 말이나 다 하는 바람에

병실 내에서 온갖 미움과 타박을 받으며

동네북이 된 친구였다.


하지만 그 친구 덕분에 병실에 활기가 돌았다.

나에게 처음 말을 걸어준 것도 그 친구였다.


"형, 배 안 고파? 아무것도 안 먹드만~"


"응~ 괜찮아~"


"형, 복근 있어? 배 한번 까 봐~"


아버지를 보고는


"할아버지, 왜 계속 멍 때려요?"


"왜 할아버지는 계속 인상을 쓰고 있어요?

인상이 더러워서 깡패인 줄 알았네~"


"어제 목욕했어요?

오늘도 불알 마사지 좀 하고 와요~"


입이 거칠고 아무 말이나 막 하는 문제아.

하지만 이상하게 난

조금 모자란 그 친구에게 정이 갔다.


"피곤하네~ 누가 나 좀 눕혀줘~"


그 친구 간병인이 자리를 비웠나 보다.

하지만 병실 그 누구도 들은 체하지 않았다.

내가 가서 침대를 조정해 눕혀주었다.


"형, 나 좀 더 위로 올려줘~"


"양말 좀 신겨줘~"


"춥네~ 이불 좀 덮어줘~"


어린양을 부리고 싶은 모양이었다.

나이는 스무 살이 넘었지만

뇌를 다쳐서인지 하는 짓은 애였다.

해달라는 걸 다 해주니


"내 말 들어주는 사람은 형밖에 없네.

형, 나랑 사귀자~ 그냥 나랑 같이 살자~"


"그건 생각 좀 해 볼게~"


병실 사람들은 다들 한 마디씩 했다.


"총각 처음 왔다고 또 저러네~

우리도 몇 번을 당했는지 몰라.

이거 해달라, 저거 해달라.

아주 사람을 종 부리대끼 부려븐당게~

지가 할 수 있는 건 해야 그것도 재활이여.

앞으로 절대 도와주지 말어~ 버릇 들어~"


듣고 보니 그 말도 맞는 것 같았다.

난 그 후 대꾸는 하되 직접 해주진 않았다.


"저기 담요 있네~ 손 닿지? 니가 해봐~"



한 번은 그 친구가 계속 실없는 혼잣말을 하며

히죽거리니 옆 병상 할아버지가 한마디 하셨다.


"야, 시끄럽다. 좀 조용히 해라~"


하지만 가만히 있을 놈이 아니었다.


"너나 조용히 하세요~"


할아버지는 완전 열이 받으셨다.


"뭐 임마? 싸가지 없는 새끼 말하는 것 봐라~"


"왜! 한판 붙으까? 맞짱 뜨자, 맞짱 떠!"


"너 이 새끼 오늘 디졌어! 너 이리 와!"


"니가 와 새끼야~"


병실은 일촉즉발의 상황.


하지만 웃기면서 슬픈 사실은

둘 다 못 걷는다는 거...


둘은 각자 침상에 누워 서로 난리였다.

엑셀 없는 자동차들의 한판 승부랄까?


병실에도 웃음꽃은 피어난다.

웃음의 소재와 형태가 다를 뿐.

병실 개그는 내 코드에 딱이었지만

이것도 하루 이틀이지...


어쩐지 병실 개그에 웃는 사람은

나뿐이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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