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만나는 사람의 인생도 중요하다.

<참 괜찮은 태도>

by 설작가
다음 날 아침 촬영을 나서는 길이었다. 담당 PD가 전날 같이 움직였던 VJ에게 어제 갔던 그 숲으로 다시 가자고 했다. 나는 당연히 어제 만난 암 환자 말고 다른 사람들을 설득하러 가나 보다 했다. 그런데 PD가 의외의 말을 꺼냈다. 어제 촬영 팀이 예고도 없이 찾아간 터라 혹시 그들의 마음을 불편하게 한 건 아닌지 마음이 쓰여서 안 되겠다는 것이다. 그러니 다시 찾아가서 괜히 마음 불편하게 만들어 죄송하다고 말하고 마음 편히 지내길 바란다고 전할 생각이라고 했다.
나의 일이 중요한 만큼, 내가 만나는 사람의 인생도 중요하다.
- 박지현, <참 괜찮은 태도> 중 -

며칠 전 옆에 계신 차장님이 견학 일정을 잡으셨다. 나에게도 업무에 도움이 될 거니 같이 가자고 하셨다. 알겠다고는 했지만 썩 내키진 않았다. 보면 좋기야 하겠지만 꼭 가야 하는 것도 아니고... 바쁜데 굳이?


부장님이 다른 곳으로 발령이 나셔서 부서원들과 송별회 겸 점심식사를 함께 했다.

"저희는 여기서 바로 출발하시죠." 아, 오늘 견학이 있었지? 식사하면서 인사는 드렸지만 그래도 부장님 빠이빠이도 해드리고, 새로 오실 부장님께 보여드릴 업무보고서도 만지작거려야 하고... 마지막까지도 이 시국에 견학을 꼭 가야 하나 싶었지만 역시 이번에도 아무 소리 않고 대세에 따랐다. 그냥 뒤에서 조용히 구경만 하고 오지 뭐~


견학을 간 사업장은 특별한 시설인만큼 사전 허가를 받아야 했고 허가된 인원만 직원 동행 하에 입장이 가능했다. 직원 한 분이 나오셔서 안내를 해주셨다. 회의실에 들어가니 팀장님, 소장님도 계셨다. 서로 인사를 하고 명함을 주고받는데 난 명함조차 챙겨 오지 않았다. "명함이 아직 안 나와서요... 죄송합니다." 대충 둘러대고 자리에 앉았다.


상세한 브리핑, 그리고 길게 이어진 질의응답에도 성심성의껏 대답해 주셨다. "자, 다음 코스로 가시죠."

뭐야, 또 다음 코스가 있어? 난 그냥 뒤에서 졸졸 따라갔다. 우리가 가는 곳곳마다 파트별 책임자분께서 미리 대기하고 계셨고 반갑게 맞이하며 상세한 브리핑을 해주셨다. 그분들의 열정과 전문성, 자부심을 느낄 수 있었고 그럴수록 아무 준비 없이, 아무 생각 없이 무성의하게 참석한 내가 한없이 작아졌다.


그분들께서는 밖에까지 나오셔서 배웅을 해주셨다. 마지막까지 죄송하게...

바쁜데 무슨 견학이냐며 내 상황, 내 입장만 생각했다.

내가 그분들의 소중한 시간을 빼앗는 거란 생각은 미처 하지 못했다.

누구를 만나건 항상 생각하자.


나의 일이 중요한 만큼,
내가 만나는 사람의 인생도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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