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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 질서를 유지하는 기본적이고 규칙적인 일

<모든 것은 기본에서 시작한다>

by 설작가
아침마다 일어나면 항상 개인 운동을 하고 집 안 청소를 했다. 막노동판에 나갈 때는 새벽 운동 시간을 확보하기 위해 3시 반에 일어나야 했다. 개인 운동과 주변 청소의 순서가 바뀌는 경우가 있긴 해도 어릴 때부터 지금까지 변함없이 계속되는 하루 필수 일과이다. 청소와 운동만큼 삶의 기본이 되는 일이 또 있을까 싶다.
- 손웅정, <모든 것은 기본에서 시작한다> 중 -

설 명절, 설거지 중인 장모님 옆에서 재잘재잘.


"어머님은 몇 시에 일어나세요?"


장모님은 매일 아침 4시 50분에 일어나서 1시간 반 동안 기도를 하시고, EBS 영어 회화를 공부하시고, 장인어른 아침 식사를 준비하시고 일을 나가신단다.

지금까지 하루도 거른 적이 없었다고...

내가 입이 쩍 벌어지며 놀라자 장모님은

"자랑 좀 더 해도 돼?" 하며 고무장갑을 벗고 나를 안방으로 데려가셨다.


장모님은 그동안 공부하며 썼던 노트를 내게 보여주셨다. 요즘 보기 힘든 멋진 필기체였다.

어린 시절에는 집안 형편 상 배움을 이어나가지 못하셨고, 결혼하고 나서는 장사를 하며 자식 넷을 키우느라 쉴 새 없는 삶을 사셨다. 그러다 어느덧 일흔이 다 되었지만 노인복지회관에서 영어공부를 시작하신 이후 하루도 거르지 않고 EBS 방송을 들으며 4년째 영어를 손에서 놓지 않고 계신다. 어머님의 필기로 빽빽한 영어교재를 보니 절로 존경심이 들었다.


무슨 기도를 한 시간 반이나 드리시는 거냐 물으니 기도문 책자를 보여주시며 천주교식 기도법을 알려주셨다. 책자에는 그날그날 기도드린 날짜를 표기한 메모로 빽빽했다.

"주로 어떤 기도를 드리셨어요?"


대부분 자식들에 대한 기도였고, 장모님의 기도는 거의 다 현실로 이뤄졌다. 신이 있고 없고를 떠나 이런 간절한 마음이 어떤 식으로든 영향을 미쳤으리라.

내가 잘 살고 있는 것도 이런 보이지 않는 기도 덕분이라 생각한다. 날 위해 기도해 주시는 분들을 위해서라도 잘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어머님, 진짜 대단하십니다. 존경합니다."


장모님은 우리 엄마가 더 대단하고 존경스럽단다.

아버지를 지극정성으로 간호하시는 모습을 보며 어떻게 저렇게 하실 수 있을까 싶어 존경스럽고 반성도 많이 하신다고. 본받아서 아버님께 잘해드리고 같이 놀러도 다니면서 아버님 외롭지 않게 해 드려야겠단다. 나중에 후회하지 않도록... 참 대단하신 분이다.


"얼마나 더 완벽해지려고 그러세요~ 충분히 완벽하십니다. 젊은 제가 반성이 되네요."


어머님 말씀을 들으니 설날 빈둥대기만 해서는 안될 것 같아 책을 몇 권 싸들고 카페로 향했다. 구석진 카페에 손님은 나뿐이었다. 손흥민의 아버지 손웅정 님이 쓰신 책이었는데 '단순하고 담박하게 사는 삶'을 추구하며 수도하듯 사는 모습을 보며 존경심이 일었다.


새해 첫날 장모님과 대화를 나누고 손웅정 님의 책을 꺼내 든 일은 우연이 아닌 것 같다. (또 설레발 시작)


아침 일찍 일어나 운동과 청소로 하루를 시작하는 것.

올해 목표, 아니 인생 목표를 정했다.



마음의 질서를 유지하는
기본적이고 규칙적인 일은
어려운 시기를 버틸 힘을 준다.
마음이 흐트러지면
가난과 고통도 배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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