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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기품있는그녀 Feb 13. 2024

그 흔한 성격차이

결국 관계


우리의 이혼사유에는 대단한 것을 적지 않았다. 우리의 이혼사유는 그 흔한 "성격차이"였다. 아마도 이 사유는 "성격차이"라고 쓰고, "성적차이"라고 읽나 보다. 아마도 이게 맞을 것이다.


우리는 맞지 않았다. 그리고 맞추려 들지 않았다. 성격도 마찬가지, 성적도 마찬가지. 게다가 아픈 아이들을 돌보며, 나는 지쳤다.  나는 매일 심장이 폭주하도록 뛰는 마라토너처럼, 병원으로 상담소로, 그리고 또 다른 병원으로 그렇게 내달리고 있었다. 그 모든 헌신의 이유는 아이들이 나중에  행복한 사회생활을 할 수 있게 돕는 것이었다. 그런데 그중에 가장 필요한 사람이 떠나겠다고 했다. 심장이 종잇장처럼 부서졌다.



나는 결국 동의할 수밖에 없었다. 그는 내 말을 단 한마디도 동의하지 않았고, 마치 전쟁에 승리하기 위해 온 장군처럼, 단단히 무장하고 있었다. 내 모든 것들을 비판하는 그에게 나는, 너덜너덜해지고 있었다. 자존감이 바닥을 쳤다.


나는 그에게 매력을 느끼지 못했다. 그의 차가운 성격 때문이었다. 마치 츤데레처럼 뒤에서 챙기는 것을 좋아하는 그에게 앞에서 받은 상처는 아물어지지 않았다. 뒤늦게 미안한 듯 챙겨주는 사과의 행동이 점점 빛을 잃어갔다. 차라리 처음부터 상처주지 말지. 차라리 그렇게 말하지 말지.


그렇게 나는 돌아서기 시작했다. 상처받지 않기 위해, 나는 그에게서 멀어지는 방법을 택했다. 조금이라도 덜 마주치면 나아질까. 그러면 조금 덜 상처받을까. 내가 하는 요구에도 그는 무색하기 일쑤인데, 불평도 한두 번이었다. 어쩌면 나는 부드러운 설득이나, 기분 좋은 설득을 하지 못해서, 그래서 우리는 헤어지게 되었나 보다.


어쨌든 결론은 성격차이이다. 그리고 성적차이라고 읽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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