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가자마자 이혼이라니. 정말 이 남자 머리가 어떻게 된 거 아닌가. 진짜 아주 작정을 하고 계획을 꾸몄구나 싶고, 화가 나다가도 또 슬프고, 슬프다가도 또 화가 나는 폭폭한 상태가 되었다.
"내가 어떻게 승진했는데!! 차라리 시험 치기 전에 말하던가! 나 혼자 애들을 어떻게 하라고! 양육비만 주면 다야?! 나 혼자 애 낳았어?!"
그에게 소리 지르지 않았다. 나는 이미 그를 포기했다. 그의 폭언과 무시의 발언들에 이미 지쳐있었다. 상처에 소금 후추 팍팍 치는 언변에 쌍엄지를 치켜들 수 있을 정도로 그는 꼬일 대로 꼬인 사람이다. 그저 아이들이 아픈 아이들이니까. 그러니까 참고 살았다. 말이 안 통해도, 집안 공기를 10도씨는 떨어트려도, 그래도 집안의 가장으로 세우고자 노력했다. 그런데 돌아오는 말은,
너는 나를 무시해.
어디서부터 잘못인지 따지는 것도 지쳤다. 내가 아이들을 위해 한 행동들은 남편을 무시하는 나쁜 아내로 그에게 상처를 주고 있었나 보다. 차라리 그때 말을 하지 그랬어. 왜 그땐 제대로 말을 하지 않고 왜 이제와 아무런 해결도 없이, 나가자마자 이혼인 건데?
나 나름 노력해 봤어. 그런데 너는 안 변하더라.
알려주지 않는데, 어떻게 변해. 무엇을 해달라고 요청을 해야 할 거 아니야! 대체 무슨 노력을 했다고 그래?! 혼자만 아는 노력이 무슨 상관이야! 시간을 갖자며. 혼자 나가 지낸다며. 그래서, 죽을 것 같다 그래서... 그래서 나가라고 그런 건데... 그런데.... 그런데...
너가 이혼하자며...
아니 그게 아니라, 나가게 되면 결국 그 끝은 이혼이라고 한 거지. 그런데 집에서 나랑 지내면서는 안 되겠다며. 그래서 그럼 나가서 숨통이라도 틔여보라고, 그래서 동의한 거였어. 그런데 어떻게... 어떻게 나가자마자 이혼서류를 가지고 와.... "다시 생각해 봐. 생각해 보자고 했잖아. 그러니까 잘 생각해 보고, "
생각은 많이 했어.
혼자 생각하고, 혼자 결론 내고. 나와 논의하지 않고, 이혼까지도 혼자 결정하는. 당신은 정말 무책임한 남자다. 당신은 정말 나쁜 남자다. 그런 당신을 이해하고 살려고 노력했다. 무슨 상처도 참으며 살아왔다. 나도 나름대로 노력하며 살았다. 그런데 내게 돌아오는 것은, 결국 그 쌀쌀한 눈빛과, 차가운 말 뿐이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