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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기품있는그녀 Feb 14. 2024

다른 듯 같은 너, 같은 듯 다른 너

친구란 닮은 꼴 속의 다름을 이해하는 것

민아, 우린 닮은 점이 많아서 참 좋아. 우리는 서로 좋고 싫은 음식이 비슷하고, 잘 맞았지. 내가 너를 억지로 맞출 필요가 없어서 참 좋았어. 그리고 넌 언제나 너의 의견이 분명했지. 좋고 싫음이 확실해서, 난 네가 믿음이 갔어. 네가 나 때문에 억지로 싫은 음식을 같이 먹는다던가, 싫은 일을 했다고 생각하면 난 아마도 실망했을 거야. 너의 분명한 성격과, 그것을 상대가 기분 나쁘지 않게 표현하는 스킬은 네가 최고인 것 같아. 그래서 네가 참 편안했어. 어느 날 갑자기 내가 한 행동에 대해 "사실은 그게 싫었어"라고 말한다면, 나는 점차로 네가 불편해졌을 거야. 앞에서 좋은 척하고, 나중에 가서 사실을 고백하는 게 반복된다면 말이야.


나는 어릴 때, 눈치가 없었어. 사실 다른 이의 감정에 별로 관심이 없었지. 폭력에 노출된 채로 성장한다는 것은 그랬어. 지금 당장 내 삶이 삶과 죽음의 기로에 있었기 때문에(그때는 매일 죽을 것만 같고, 너무 무섭고 불안했어), 타인의 감정에 대해 신경 쓰는 것은 사치와도 같았어.


그런데 오히려 너는 그런 나의 처지를 진심으로 마음 아파했고, 너희 어머니와 함께 나를 위해 기도해 주었지.


게다가 나는 ADHD라서 더더욱 공감능력이 떨어졌는데, 그런 나를 너는 불편해하지 않았어. 다른 친구들이 나에 대해 나쁜 말을 해도, 너는 네가 직접 겪지 않는 한 함부로 평가하지 않았지. 그리고 너는 언제나 네가 기분 상하는 일에 대해 바로바로 말해줬어. 그래서 나는 너를 통해 세상을 배웠어. 내가 제대로 배우지 못한 사회성을 네 감정 알리기 스킬을 통해 내가 배우게 된 거야. 그래서 참 감사해. 네가 어린 시절부터 나의 친구로 지내게 된 것이 말이야.


나는 성인이 됨에 따라 ADHD문제가 더는 겉으로 드러나지 않게 됐어. 하지만 ADHD인 채로 사는 것은 힘들었어. 쉽지 않은 과정 속에서 너는 언제나  나의 말에 귀 기울여 주었고, 나 또한 너에게 깊은 공감을 할 수 있게 되었어. 그러면서 알게 됐어. 내가 집중을 잘하지 못해서 그렇지, 공감능력이 부족한 것은 아니라는 것을.


우린 힘든 일이 있을 때마다 만나서 대화를 나누었고, 그때마다 우린 잘도 웃었고, 잘도 울었지. 그 모든 슬프고 행복했던 순간에 네가 내 곁에 있었음을 기억해. 그리고 그것은 내 마음을 가득 채워주는 어떤 만족감이야. 너는 나의 어떤 부족을 가득 채워주고도 넘치게 만드는 존재야. 그래서 네가 참 좋고, 너와의 관계가 잘 이어지도록 도와주신 신께 감사해.


나 혼자만 네게 의지한 게 아니라, 우리가 서로에게 다른 이로움을 주고받을 수 있는 것도 참 큰 행복이며 만족감인 것 같아. 그래서 나는 있지, 너를 만나면 충전이 돼. 나의 모든 감정들이 충전되는 것 같아.


우리는 성향이며 좋아하는 것들이 닮았지만, 서로의 표현방식이나 소통방식은 달랐던 것 같아. 너는 늘 직접적으로 말했지만 그것이 결코 기분 나쁘지 않았어. 차라리 돌려 돌려 말해서 이해할 수 없게 한다거나, 이런저런 사소한 말속에 숨겨서 전달한다거나, 은유적으로 은근하게 표현한다거나 했으면 나는 정말 미쳐 죽을지도 몰라.


그런데 나는 늘 직접적으로 표현하지는 못했던 것 같아. 나는 말로 표현 못하고 뭔가 불편한 내색을 하거나 우물쭈물했던 것 같아. 그럼 그때마다 딱 알아차리는 너에게 늘 간파당하곤 해서, 여간 난감했어야지 말이야. 그런데 그때마다 나는 솔직해지곤 했어. 끝까지 숨기거나 아닌 척하지 않고, 늘 솔직히 털어놨지. 그런 나의 솔직함이 진솔함으로 너에게 전달되었던 것 같아.


나는 똑 부러질 것 같은 분위기를 풍기지만 사실은 우물쭈물하는 편이고, 너는 우물쭈물 소심할 것 같지만 똑 부러지는 맛이 있었지. 우리는 어쩜 이렇게 반대되는 모습을 비슷하게 갖고 있나 몰라! 그래서인지 나는 너를, 너는 나를 채워주는.. 반쪽 같은 존재로 지내왔던 것 같아.


서로에게 기분 상한 일이 없진 않았지. 그럴 때마다 나는 참 속상했어. 그리고 나는 깨달았어. 나와 같기를 바라다보니 너에게 부담을 주고 있었다는 것을 말이야. 그래서 너의 다른 점을 '틀리다'로 보지 않고, '나와 다른 특별함'으로 여기기로 했지. 그것은 성공적이었어. 너는 그 이후로 나에게 언제나 자랑스러운 친구였고, 또 사랑스럽고 한없이 귀여운 짓만 하는 허당스러운 친구로 내 곁에 남게 되었어.


너의 다름이 참 좋아! 나와의 같은 모습도 좋아! 네가 부족한 아이라서, 허당이라서 좋아. 네가 너의 직업에 최선을 다하는 전문가적인 모습은 심지어 자랑스러워! 아마도 나는 너의 모든 점을 좋아하는 것 같다 친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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