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힘들고 어려운 여건 속에서 일했다. 그리고 2년 차에 승진하여 정규직이 되었다. 최저임금에서 급여도 수직 상승했다. 그만둘 이유가 없었다. 하지만 나는 사직서를 냈다.
매일같이 반복되는 야근, 주말 출근, 잦은 출장.. 일, 일, 일... 일더미에 파묻혀 사는 것 같았다. 자연스레 집도 아이들도, 그리고 남편도 등한시되었다. 나는 이것이 이혼에 영향을 미쳤다고 믿는다.
요즘 누가 이렇게 일을 할까? 하지만 내가 맡은 프로젝트를 해내야만 했다. 책임감이었다. 그리고 매일같이 비에 젖은 나비처럼 축 쳐져서 귀가했다. 사는 게 사는 것 같지 않았다. 쉼이 없는 일상에 하루라도 쉬는 날이면 나는 미라처럼 지냈다. 어떻게든 쉬고 싶었다.
그런 상황에서 남편이 내민 이혼카드는 나를 벼랑 끝으로 몰았다. 도움 없이, 나 혼자서 아픈 아이들을 돌보며, 일까지 할 수는 없다. 나는 쓴 물을 삼키는 심정으로 퇴사를 선언했다.
직장은 난리가 났다. 모두들 갑자기 왜 그만두느냐며 붙잡느라 난리가 났다. 내 사정을 모두에게 말할 수 없었다. 내 사정을 알게 된 사람들은 모두 하나같이 그만둬야 한다고 했다. 직장이 나를 벼랑 끝으로 내몰았다는 사실을 그들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나의 현실에서 일과 가정을 양립시킬 수 없음에 동의했다.
일은 힘들었지만 내가 너무 사랑한 일이었다. 힘들어도 버틸 수 있었던 것은 나와 함께해 온 사람들이었으며, '봉사, 또는 그보다 더 높은 가치'가 목표였기에 나는 버텨왔던 것이다. 그런데 그런 직장을 이렇게 그만두려니 속이 쓰렸다. 어렵게 얻은 승진 기회를 날려버리는 것도 너무 속상했다. 벼랑 끝에 선 기분으로 직장을 사직한다. 피눈물을 흘리는 심정으로 사직서를 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