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나를 사랑할 수 있게 된 데는, 그 사랑을 먼저

보여준 사람이 있었기 때문에, 나의 아빠에게

by 서뮤트

항상 묵묵히

자신의 길을 걸어오던 우리 아빠.

어느덧 작아진 체구,

하얗게 섞인 머리카락

나이테처럼 새겨진 주름들.


한때는 멋지고 단단했던

핏줄 선명한 손마저도

세월 앞에서는 조금씩 마모되어 감이 느껴져요.


그 뒷모습을 바라볼 때면

문득 이런 생각이 들어요.


우리에게 허락된 시간들이

하루하루 조용히, 또 빠르게

지나가고 있구나.


사랑하는 우리 아빠,

그 어깨에 얹힌 무게는

도대체 얼마나 무거운 걸까요.


자식을 결혼시키고 나서야

비로소 소임을 다했다고 믿으시며

지금도 여전히 쉬지 않고 일하시는 아빠.


엄마의 빈자리는

어떤 말로도 쉽게 채울 수 없기에

여전히 우리는

엄마 이야기를 조심스럽게 꺼내요.


엄마는 아빠에게

마지막으로 어떤 말을 남겼을까요.

그 말들이 아빠 마음 한켠에

어떻게 자리 잡고 있는지 어렴풋은 알고 있지만

그 그리움, 슬픔.

딸인 제가 어떻게 가늠이나 할까요.


그럼에도 여전히

든든하고 우리 아빠.

말없이 단단한 사람.


아빠가 보여준 사랑을 기억하며

이제,

저 자신을 더 깊이 사랑할 수 있게 되었어요.


누군가의 딸로서

무조건적인 사랑을 받으며 자라온 삶.

그 사실 하나만으로도

제 삶의 가장 튼튼한 뿌리가 되어 주었어요.


감사합니다.

아빠가 우리 아빠여서.

정말, 감사합니다.


그리고 언젠가

제가 세상에 내는 이 작은 책이

아빠의 인생이 참 잘 살아온 시간이었음을

증명해줄 훈장이자 상장이 되길 바라요.


내 인생이 흔들릴 때마다 늘 같은 곳에서

조용히 나를 붙잡아 주던 사람.


그 믿음이, 그 사랑이 있었기에

나는 지금도 누군가를 깊이 사랑할 수 있고,

무엇보다 나 자신을 사랑할 수 있는 힘을 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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