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테이지 2>
소미는 다시 눈을 떴다. 제로PC방이었다.
“설마?”
화면 속 소미의 게임 캐릭터가 죽어가고 있었다.
채팅창에 소미를 향한 공격적인 글이 새카맣게 올라오고 있었다.
-너 때문에 xxx
-미xx
가만히 있는 소미 캐릭터 때문에 같은 팀이 졌다.
소미는 깨달았다. 다시 기회가 온 거였다.
“엄마를 만나야 해.”
벌떡 일어났다. 바깥으로 향했다. 전과는 달라야 했다. 손에 진동이 느껴졌다. 엄마였다.
“엄마, 오지 마! 내가 갈게!”
“소미야, 학교에서 그렇게 나가면 어떡해?”
엄마도 가쁘게 숨을 쉬었다. PC방을 향해 뛰어오고 있는 것 같았다. 마음이 급했다. PC방은 엘리베이터 없는 5층에 있었다. 계단은 좁고 서로 달라 자꾸 발을 헛디뎠다. 넘어질 뻔했다.
소미는 큰길에 도착했다. 횡단보도 앞에 서 있는 엄마가 보였다.
“됐어. 내가 괜히 도망가지 않으면 그럴 일은 없을 거야.”
소미는 백 미터 달리기에 출전하기 전처럼 운동화 끈을 조였다.
“엄마!”
소미는 엄마를 불렀다. 손을 번쩍 들었다. 녹색불로 바뀌자마자 뛰었다.
“소미야!”
엄마가 소미를 당겨 안았다. 등 뒤로 화물차가 우당탕거리며 지나갔다. 엄마와 소미는 안전했다.
사람들이 수군댔다. 틀림없이 음주운전일 거라는 둥 신고해야 하는 거 아니냐는 둥 말이 오갔다. 소미는 상관없었다. 이제 엄마와 소미 둘 다 살았다.
“엄마, 미안해. 괜찮아?”
소미는 엄마 몸을 어루만졌다.
“너 갑자기 왜 이래? PC방은 또 왜 갔어?”
엄마는 학교 무단이탈만 걱정했다.
순간 소미의 머리에 이게 끝이 아닐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스쳤다. 게임 속 악당은 끝이 없이 나타나는 법이다. 어떻게 된 일인지 모르니 일단 피해야 했다.
“엄마, 빨리 집에 가요.”
소미는 엄마 팔에 단단히 팔짱을 꼈다. 그런데 누군가 앞을 막았다.
“소미 학생. 게임을 끝내세요.”
그 여자였다. 창문에 바짝 붙어서 소미의 집을 들여다보던 여자.
“으아!”
정상인 같지 않았다. 무서웠다.
“엄마, 그냥 가요.”
“소미야, 이 사람이 자꾸 네 이름을 부른다.”
엄마는 자꾸 뒤를 돌아보았다. 소미는 엄마의 두 손을 잡고 더 바짝 붙었다. 몽글한 옆구리살이 느껴졌다. 조금 안심이 됐다.
여자는 자꾸 쫓아왔다. 소미와 엄마의 거의 달렸다. 어쩐지 엄마는 마지못해 끌려가는 것 같았다. 길이 이상했다.
“왜 계속 막다른 골목이지?”
손에 진땀이 다 끈적거렸다.
이 길이 맞는지, 방향은 바로인지 정신이 없었다. 소미는 빨리 집에 도착하고 싶었다. 바둑판처럼 똑같은 길이 계속 나왔다. 눈물이 났다. 온몸이 땀으로 젖었다.
한참을 달리다 보니 옆에 엄마가 없었다.
“안 돼!”
고함 소리가 널리 울렸다.
어둠이 커튼처럼 내려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