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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나무 Nov 02. 2022

우리가 목소리를 내야 할 때

이태원 참사 희생자 분들의 명복을 빕니다.

참사에 대해 말할 자격이 없어서 입을 다물기로 했다. 애도하며 넉넉히 슬퍼하는 것이 유일한 선택지였다. 그러나 참사 이후 보이는 것에 대해선 입을 열어야겠다. 내가 살아가는 나라이기에, 국민의 자격으로.


우리는 모두 예기치 못한 사고에 노출되어 살아간다. 작은 사고와 큰 사고 가릴 것 없이 세상은 위험 투성이다. 결코 사고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 사람은 없다. 단, 그럼에도 안전할 거라는 생각을 가진다. 국가 시스템을 믿고, 질서를 지키며 살아감으로 안전을 더한다. 이번 참사도 그렇다. 예기치 못했다. 적어도 그곳에 있던 희생자들은 예기치 못했다. 우리 국민들은 이태원에 갈 때, 홍대에 갈 때, 어디든 갈 때 참사를 예상하지 않는다. 그러나 국가는 달라야 한다. 위험을 예측하고 방지해야 한다. 어떻게 모든 것을 막겠냐 묻겠지만, 적어도 최소한의 방지책은 마련해야 한다. 국민으로서 안전의 최소한을 바라는 것은 욕심이 아니다. 국민의 안전이 보장되지 않는 나라는 자격이 없기 때문이다.


오늘 국민들이 원하는 것은 정치적 다툼으로 누가 옳고 그른가를 따지는 것이 아니다. 용산구청과 경찰청, 정부 모두가 각자의 잘못을 인정하고, 합리적인 대안을 마련하는 것이다. 누가 더 잘못했는가는 중요하지 않다. 다 잘못했다. 다 잘못해서 이 참사를 막지 못했다. 책임을 회피할 때 국민은 더 위험해진다. 회피의 연속은 시간의 흐름이고, 이대로 흘러가면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는다.


참담하다. 죽음도 슬프고 애통한데 이후 행태에 더욱 화가 난다. 부재는 존재를 드러나게 하기에, 이번 참사로 드러난 문제들을 잘 도려내자. 그러기 위해선 우리들이 지켜보고 목소리를 내야 한다. 이건 나의 첫 번째 목소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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