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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선아키 Dec 12. 2022

새해의 다짐은 어떤 힘을 발휘하는가

<새해>

새해가 다가오고 있어, 올해를 마무리하는 SNS 글을 심심찮게 만난다. 올해의 책이라던지, 올해의 영화라던지, 올해의 순간 등. 아마 12월 중반이 넘어서면 더 많은 이야기들을 듣게 될 것이고, 질문들도 듣게 될지 모른다. 새해 목표나 다짐을 묻는 질문 같은 것들. 하지만 난 내 생을 통틀어 새해 다짐은 딱 한 번 해봤다. 그래 본 적 없다고 적고 있었는데, 내가 했던 단 한 번의 다짐이 생각나버렸다.



2018년이었던 것 같다. 나는 회사를 다니고 있었고, 내가 이해하기 어려운 회사의 운영 방침 등으로 자주 화를 내고 불평을 하고 있었다. 회사는 작은 규모로 시작해 더 큰 규모로 도약 같은 것을 도모하고 있었는데, 그 과정에서 생겨나는 '일을 위한 일'들이 나는 불만이었다. 그 전엔 더 작은 규모의 회사를 다니고 있었던 터라, 이러저러한 이유로 해내야 하는 서류 작업들이 생산성을 떨어뜨린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지출한 내역 영수증을 모두 모아 이면지에 딱풀로 붙여야 하는 일 같은 것이 이 시대와 맞지 않는다고 여겼다. 회계 팀에서 꼭 물풀 아니고 딱풀로 붙여야만 한다고 몇 번이나 강조해서 더 그랬다.


1월 2일이 되어 새해 첫 출근을 하며 회사 계단을 오르다가, 문득 충동적으로 이제부턴 화를 내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회사 비품으로 연필깎이가 필요하다고 사달라고 했다가 6000원짜리 연필깎이가 비싸다는 말을 듣고 열을 펄펄 낸 다음 출근 날이었다. 놀랍게도 화를 내지 않기로 결심했기 때문에 그다음부터는 화가 나지 않았다. 충동적이었던 다짐 한 방울이 불쑥불쑥 튀어 오르던 화의 불꽃을 모두 식혀버리기라도 한 듯이 그 이후로 나의 태도는 뭐든 한풀 꺾여 회사 생활을 조금 더 쉽게 만들었다. 다른 부서에서 이해 못 할 요구사항이 오더라도, 웬만에서는 들어주었다. 왜 그렇게 일을 하는지, 어떻게 바꾸면 효율을 높일 수 있는지에 대한 문제를 나의 관심 밖으로 밀어내었다. 그랬더니 나의 마음은 다시 평온을 되찾았다.



다짐이 어떤 힘을 발휘했던 것일까. 이후로도 나는 웬만하면 화를 내지 않게 되었다. 일을 하면서 화를 내야 하는 상황이 없는 것은 아니었지만, 감정 소모를 덜하게 되었다. 마음 떨리는 일이 종종 일어나고야 말지만, 상대방에게 나의 의사를 전달하며 감정을 싣지 않는다. 감정을 내뿜어야 해소되는 사람도 물론 있겠지만, 나는 감정을 일으키는 것 자체가 힘든 사람이었던 모양이다.


다짐을 하는 것만으로도 나의 태도가 바뀔 수 있다면, 나는 2023년 새해가 오면 어떤 다짐을 해야 할까. 새해 다짐 같은 것, 의미 없다고 시작한 글이었는데 이런 결론이 나버리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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