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팀장은 욕구와 싸우는 사람

ERG이론으로 본 리더십의 본질

by 단호한 제제

자기 자신과 팀의 ‘욕구’를 통합해내는 리더의 메타인지


"성과는 냈는데, 박수소리보다 한숨 소리가 더 크게 들린다."

“이 정도면 괜찮게 하고 있는 것 같은데… 왜 이렇게 버겁게 느껴질까?”
“팀원들의 기분을 살펴야 할까, 아니면 조직의 방향에 맞춰서 그냥 밀고 나가야 하나?”


팀장으로 살아가는 많은 리더들이 자신에게 한 번쯤은 던져봤을 만한 질문이다. 조직이 원하는 결과는 만들어냈고, 큰 문제 없이 팀을 이끌고 있는데… 이상하게 마음이 무겁다.


'내가 잘 하고 있는 걸까?'

성과와 관계는 물론, 그 과정에서 나 자신도 잃지 말아야 한다. 그런데 이 세 가지가 항상 같은 방향을 바라보지 않는다. 오히려 충돌하는 날이 더 많다. 나를 살리면 팀이 불편해지고, 조직을 만족시키면 내가 멀어지는 느낌이다. 그럼에도 리더는 매일 그 균형을 고민하며 팀을 이끌어 가야 한다.


Alderfer의 ERG 이론에 따르면,

리더십은 결국 ‘욕구와의 싸움’이다. 나의 욕구, 팀원의 욕구, 조직의 욕구가 얽히고 설킨 사이에서 매일 균형을 잡는 사람, 그게 팀장이고 부서장이다.



1. 존재욕구(Existence): 인정 받고 싶은 마음은 사라지지 않는다


성과 압박, 인사평가, 갑작스러운 전략 변경.

팀장이 된다는 건 '내가 하지 않은 일'까지 책임지는 일이다.


야근하는 팀원에게 얼른 퇴근하라고 하면서도, 머릿속에는 내일까지 마무리할 일들, 실적에 대한 빨간 숫자가 떠올라 늘 불안하다.


“내가 이 자리에 있어도 되는 사람인가?', '이 역할을 언제까지 할 수 있을까?'와 같은 깊은 질문 앞에서 팀장은 흔들린다. 사무실을 나서는 팀원의 표정이 이상하면, “내가 뭔가 실수했나” 하고 퇴근길까지 신경이 쓰인다.


리더가 되었다고 해서 '존재에 대한 욕구'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리더의 존재욕구는 ‘존중받고 싶다’는 감정으로 표현된다. 리더도 누군가에게 인정받고, 지지받고 싶다.


그런데, 팀장이라는 역할은 어쩌면 ‘인정받기보다 비난받기 쉬운 자리’다.

성과가 나면 팀원 덕분이고, 문제가 생기면 팀장 탓이니까.


존재욕구가 충분히 충족되지 못한 리더는 쉽게 조직으로부터 단절감을 느낀다.
‘문제가 발생될 때마다 늘 앞에 나서야하지만, 누구도 나를 보호해주지 않는다’는 생각에 괴롭다.

그래서 더 방어적이고 성과 중심으로 변모하며, 사람들과 감정적 거리두기를 하며 리더로서 스스로를 고립시킨다. 그 고립감은 생각보다 깊다. 이런 상태가 바로 ‘리더로서 존재욕구가 결핍된 상태’라고 말할 수 있다.



2. 관계욕구(Relatedness): 리더도 연결되고 싶다


리더가 되면 먼저 외로워진다.

팀원들과의 대화에서 미묘한 거리감이 느껴지고, 웃음의 타이밍이 어긋나고, 농담을 던져도 어색한 공기가 감돈다. “편하게 말씀하세요”라는 말이 오히려 벽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사실, 리더도 연결되고 싶다. ‘함께 있음’을 느끼고 말이 통한다는 안정감이 필요하다.


그러나, 관계욕구가 충족되지 않으면, 팀장은 '리더의 고독'이라는 늪에 빠진다.

무언가 설명할수록 변명처럼 느껴지고, 진심을 전할수록 오해받는 듯한 기분.
이때 생기는 회의감이 결국 리더의 마음을 지치게 한다.


그러나 다른 편에서 보면, 팀원도 똑같다.
그들도 누군가에게 이해받고 싶고, 평가받기보다 존중받고 싶어한다.

그렇다고 리더가 감정적 친밀감만을 좇을 수도 없다.
조직을 설계하고, 팀을 이끌려면, 때로는 거리를 두고 방향을 제시해야 한다.
그러나 그 거리가 ‘단절’이 되면, 팀도 리더도 무너진다.


진짜 리더십은 감정적으로 연결되면서도 방향성을 잃지 않는 균형의 기술이다.


좋은 팀웤을 만드려면, 리더는 ‘자신의 관계욕구’를 먼저 들여다보고, 상대의 욕구를 추측할 수 있는 감정적 민감성을 키울 필요가 있다.


왜 팀원이 내 피드백을 자꾸 거부할까? 왜 회의시간마다 침묵을 일관할까?

팀원이 불편한 것은 성과 때문이 아닐 수 있다. 그의 존재가 인정받지 못한다고 느끼기 때문일 수도 있다


‘왜 자꾸 반항적으로 굴지?’ 라고 생각하는 순간, 리더는 이 생각이 사실이 아닌, 나의 감정에서 비롯된 생각임을 깨닫는 것이 중요하다. 즉, 팀원이 반항적으로 군 것이 아니라, 나의 관계욕구가 거절당했을 때 내가 느끼는 기분일 수 있다는 것을 깨닫는 메타인지가 필요하다.


팀원이 '지속적으로 대화를 회피한다고 느끼는 순간'도 즉각적인 반응과 지적을 하는 것이 아니라, 한 걸음 떨어져 나의 감정과 팀원의 감정을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어야 한다. 그 순간, 관계가 다시 연결될 수 있다.


ERG 이론을 알고 나면, 나와 팀 내 문제의 표면 아래에 흐르는 욕구의 흐름이 보이기 시작한다.



3. 성장욕구(Growth): 우리는 모두 의미를 찾고 싶어한다.


팀장의 성장욕구는 단순히 ‘승진’에 있지 않다.

'내가 리더로서 이전보다 나아졌는가?'라는 질문에 당당히 답하고 싶은 욕망,
‘우리 팀이라는 시스템을 내가 만들어가고 있다’는 자부심,
‘나는 조직에 의미 있는 흔적을 남기고 있다’는 성취감 등이 성장욕구의 표현이다.


하지만, 때로 이런 리더의 성장욕구는 팀원들의 성장욕구와 충돌한다.

리더는 더 나아가고 싶은데, 누군가 따라오지 못할 경우, 리더는 통제되지 않는 상황에 답답함을 느낀다.


리더의 성장욕구는 개별 팀원들이 본래 가지고 있는 ‘속도’보다 늘 '더 빠른 속도'를 요구한다.

“나는 이만큼 하고 싶은데, 왜 팀원들은 이 정도도 못 따라오지?”

이 순간, 리더는 조언과 코칭 사이의 경계를 넘나드는 ‘잔소리의 함정’에 빠진다.

리더의 진심어린 조언이 잔소리가 되고 성장이 독주가 되는 순간이다.


리더의 성장욕구가 혼자 오르는 사다리가 아닌 팀원과 함께 가는 길을 만드는 과정이 되기 위해서는 성취하고자 하는 목표를 팀의 공동목표로 녹이며, '속도'를 조절할 줄 알아야 한다. 때로는 내 욕구를 멈추고, 팀원의 존재욕구를 먼저 채워줘야 한다. 즉, 팀원이 존재감에 대한 위협으로 점점 더 위축된다면, 성장은 다음 단계다. 팀원의 안정감을 높여주는 일이 먼저다.


성장은 함께 가는 길일 때 가장 의미 있다.



리더십이란 욕구를 통합하는 사람


존재욕구, 관계욕구, 성장욕구는 순서대로 충족되지 않는다. 동시에 작용하고, 서로 얽히며, 때로는 한 욕구의 좌절이 다른 욕구의 폭발로 이어진다. ERG 이론을 리더십에 적용해 보면 이렇게 정리할 수 있다.

존재욕구가 결핍된 리더는 성과에 집착하고, 스스로를 지나치게 방어한다.

관계욕구가 충족되지 않으면 감정적 거리두기나 냉소주의에 빠진다.

성장욕구가 좌절되면 리더는 피로감과 의미 상실로 번아웃된다.


그래서 리더의 가장 중요한 기술은 '욕구의 흐름을 감지하는 감각'이다. 리더는 자신의 세 가지 욕구가 지금 어떤 상태인지 메타인지할 수 있어야 한다. 즉, 나 자신의 욕구를 객관화하며, 세 가지 욕구를 적절히 분산·통합해내는 사람이 바로 ‘지속 가능한 리더’다.


동시에, 외부적으로 표현된 팀원들의 언어 뒷편에 내재된 욕구와 결핍을 깊이 이해하고 그 욕구를 조직의 욕구와 연결하고 성장을 이끌어야 한다.


욕구는 감정이고, 감정은 행동을 낳는다. 그래서 결국 리더는, '감정의 방향을 설계하는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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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단호한 제제


- 오늘도 조직 안에서 고군분투하며 조용히 성장 중인 리더들에게 응원을 보내는,

- 일을 ‘잘하는 사람’이 아니라, 인간을 깊이 이해하고 동반 성장을 위한 솔루션을 내길 원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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