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율은 성숙함을 전제로 한다.
"복장 자율", "근퇴관리", "점심시간 준수" 등등 매니저들이 팀의 기본적 관리를 강화할 필요가 있음을 강조하는 공지가 떴다. 지나치게 기본적인 관리를 부서 미팅 때 강조하며 소위 군기(?)를 잡는 것이 주저되었다.
너무 꼰대처럼 보이는 것도 싫었고, 우리 부서는 자율적으로 열심히 하고 있는 거 같은데 (물론, 내 생각이지만) 경직적 분위기만 조성될까 조심스러웠다.
그러나, 한편으로 웬만해서는 이런 공지를 자주 내지 않는 인사부가 이런 기본관리에 대한 공지를 냈다는 것은 관리 소홀로 인한 사안이 발생했을 것이라 짐작가기도 했다.
공지내용에 대해, 직원들 사이에서는
"이런 기본적 공지와 가이드를 주는 것은 직원들을 못 믿는 것이다", "개인의 자율성을 부여할 용기가 없는 거 아닌가", "세대와 문화가 바뀌었는데, 매니지먼트 방법이 너무 올드하다"라는 다양한 의견이 돌기 시작했다.
우리 부서에서도,
"감시 말고 신뢰를 먼저 주고, 자율적으로 일하면 더 잘할 수 있는데, 너무 절차에 매이는 것은 아닌 거 같다"라는 의견이 나왔다.
100% 공감한다.
누구보다 내가 자율성이 부여되지 않는 상황을 견디기 어려워하는 사람이다.
자율성이 없이 수직적인 조직은 무력감만 준다는 것을 IMF 시기(시키는 대로만 할 것을 강요받은 시간들) 이미 깊게 깨달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모든 일에는 양면성이 있다.
조직이 자율성을 부여할 용기가 없을 수도 있고,
자율성을 감당할 만큼 조직구성원이 준비가 안되었을 수도 있다.
몇 해 전, 지인의 추천으로 [규칙 없음]이란 책을 읽었다.
넷플릭스 지속 성장의 근간이 되는 조직문화 - 강한 자율성 부여-에 대한 책이었다.
"그래, 맞아! 이거지!"
나는 자율과 창의성이 살아 숨 쉬는 조직을 만들고 싶었다.
시간에 얽매이지 않고, 각자의 리듬에 맞춰 일하면서도 주어진 책임을 다하는 프로페셔널 마인드셋이 있는 조직, 탁월한 동료들과 성장의 기쁨을 나누는 조직을 바랐다.
현실은 달랐다.
사람들은 규칙은 싫어하면서도, 자유에 수반되는 책임은 쉽게 외면하며, 자기를 합리화하곤 했다.
결국 ‘신뢰’로 시작된 조직의 많은 정책들이, ‘관리’로 되돌아갔고,
그 과정에서 나는 내가 가장 싫어했던 ‘컨트롤러’가 되어 있었다.
내가 조직을 운영하며 가장 지치던 순간은 ‘관리자’의 역할을 강요받을 때였다.
출퇴근을 체크하고, 휴가를 승인하고, 성과를 숫자로만 해석하는 ....사람의 맥락을 굽어보지 못하는 일들로 여겨졌다. 물론 의미는 있겠지만, 내가 바란 리더십은 아니었다.
사람들을 통제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과 조직이 동반 성장할 수 있는 맥락을 제공하는 사람.
감시자가 아닌 촉진자, 관리자 아닌 코치이고 싶었다.
넷플릭스는 ‘절차’가 아니라 ‘사람’을 중심에 둔다.
절차를 만들기보다, 절차가 필요 없는 사람을 뽑는다.
회사의 에너지와 집중을 ‘제도 설계’가 아닌 ‘채용’에 쏟는다.
자유와 책임이 제대로 작동하려면 기저에 ‘높은 인재 밀도’가 필요하다.
채용은 '조직의 미래 성과와 문화를 결정하는 일'이고,
앞으로 함께 걸어갈 '방향'과 '속도'를 정하는 선택이다.
채용이 곧 문화이고, 문화가 곧 성과인 셈이다.
그러나 조직이 늘 좋은 사람들로만 구성될 수도 없고, 매 순간 책임감 높게 성과를 내는 사람들로만 구성될 수도 없다. 그래서 매니저들은 "일을 잘하게 만들기 위한 좋은 시스템 구현"에 힘쓴다.
자율은 '책임'과 '성숙'이 전제가 되어야 한다.
그래야 비로소 조직이 절차를 덜고, 전략을 말하며, 진짜 일에 집중할 수 있다.
그래야, 더 이상 “일 잘하게 만드는 방법(관리와 절차)”을 고민하지 않고,
“일 잘하는 사람과 일의 본질에 집중하여, 잘 해내는 방법”만 고민할 수 있다.
나는 여전히 '최대한의 자율성'을 부여하는 조직에 속하고 싶다.
그래서 자꾸 자문하며 스스로를 단속한다.
"나는 자율성을 충분히 부여해도 지속적 성과를 낼 수 있는 사람인가?"
#자유와책임#자율적조직#인재채용#HR혁신#No Rules (규칙없음)# 시스템
by 제제
- 관리자가 아닌 촉진자가 되고 싶은
- 지속 성장을 통해 인간다움을 지켜가고 싶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