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키가 하루가 멀다 하고 쑥쑥 자라는 동안
그와 그녀의 키는 하늘과 조금씩 멀어졌다.
내가 앉고 기고 걷고 뛰는 동안
그의 발에는 굳은살이 쉴 새 없이 박혔다.
내 눈이 반짝거리며 보석을 닮아가는 동안
그녀의 눈은 돋보기와 하나가 되었다.
내 손이 길고 뽀얗게 자라는 동안
그의 손은 굵고 투박하고 까맸다.
내 머리카락이 윤이 나게 자라는 동안
그녀의 머리카락에는 온종일 눈이 내렸다.
내 마음이 두둑해지는 동안
그와 그녀의 마음에는 녹이 슨 못이 몇 개 박혔다.
한동안 젊음을 먹었다.
그들의 것을 마셨다.
달면 삼키고 쓰면 뱉었다.
뱉은 것은 다시 그들에게로 갔다.
그래서 그들의 인생이 유난히 썼나 보다.
모든 것을 내어주고도 줄 게 없어서 미안하다며
밑동 밖에 안 남았지만 이곳에 앉아서 쉬라고 하던
어느 동화 속 이야기에
마음이 시큰거리고 눈이 아릴 만큼 아프다면
나도 누군가에게 젊음을 줄 시간이 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