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너, 우리, 그, 그녀, 이것, 그것
주어만으로 살 수 있는가.
주어는 의미가 될 수 있지만 완벽할 수는 없다.
하다, 마시다, 먹다, 가다, 오다
서술어만으로 살 수 있는가.
서술어는 완성을 꾀하지만 동기가 부족하다.
무엇을, 이것을, 그것을
목적어만으로 살 수 있는가.
목적어는 방향이 있지만 흔들릴 때가 있다.
우리의 글과 말을 구성하는 문법만 봐도 인생이 보인다.
인생은 혼자 살 수 없다.
동기가 있으면 목표를 이루기 쉽다.
방향을 정확하게 잡아야 물 흘러가듯 순탄하다.
하나의 문장이 되려면 맛있게 섞여야 한다.
미숫가루에 꿀 한 스푼 탄 듯 말이다.
달든 쓰든 섞이는 것, 변해도 이해하는 것, 누구든지 존중하는 것, 서로 물 들듯이 어우러지는 것.
이렇게 완전한 문장이 될 수 있을까.
혹시 내 삶에 주어만 있는 것은 아닐까,
밑도 끝도 없이 서술어만 있는 것은 아닐까,
정처 없이 나도는 목적어만 있는 것은 아닐까.
매번 하나씩 빠진 문장 같다. 읽었을 때 어색하거나 쓸 때 매끄럽지 않다. 입에 착 붙지 않는다. 감기는 맛이 없다.
나열해 놓은 단어를 가지고 완전한 문장을 만들고 싶다. 완벽하지 않은 내 삶에도 온전하고 완전한 한 문장을 만들 수 있기를. 주어, 서술어, 목적어 모두 한 자리씩 잡고 기둥처럼 나를 붙들어 주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