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꿀차

처음 만나는 정신과 의사

백종우

by 성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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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이 환자분께는 네가 처음 만나는 정신과 의사잖아. 인생의 결정적 시기에 처음 만나는 정신과 의사가 제대로 못 하면, 어떻게 될 것 같아?"


미국에서 연수할 때 흥미로운 일이 하나 있었다. 취업 면접을 앞둔 대학생들이 병원에 우울증 진단서를 받겠다고 온 것이다. 너무 의아한 일이라 그게 취업 면접을 하는 데 도대체 왜 필요하냐고 물었다. 그들의 대답인즉 우울증을 겪었는데 그것을 치료하고 극복했다는 점을 면접관에게 어필하면 취업에 큰 도움이 되기 때문이라고 했다. 인간은 누구나 취약한 시기를 겪을 수 있음을 인정해주고 그것을 발판으로 한 단계 더 성장한 이야기에 박수를 쳐주는 사회적 풍토가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로서 무척 부러웠다. 이런 사회적 분위기라면 누구나 정신과적 치료와 지지가 필요할 때 주저하지 않고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를 찾아 초기에 우울증을 비롯한 마음의 질병을 치유할 수 있을 것이다.


임 교수는 저서 <죽고 싶은 사람은 없다>에서 위기에 빠진 사람들이 죽음 자체를 바라는 게 아니라 현실의 고통을 벗어날 유일한 방법으로 자살을 생각하는 것이라고 이야기했다. 그가 생전에 가장 좋아한 단어는 '희망'과 '근거'였다.


인간은 보이지 않는 적과의 싸움을 가장 힘들어한다.


우리는 흔히 너무나 큰 재난이나 트라우마를 목격하면 '나는 괜찮겠지', '피해자들과 나는 다르겠지', '그들은 뭔가 잘못이 있을 거야. 거길 왜 갔을까'하면서 스스로의 불안을 줄이고 싶은 유혹을 느낄 수 있다.


이제는 정신질환으로 인해 환자 본인은 물론이고 그 가족이 겪는 위기를 각 가정의 책임으로만 돌려서는 안 된다. 이제는 국가가 국민의 신체건강만큼 정신건강도 더불어 챙겨야 하는 시대임을 기억해야 한다.


그럼으로써 우리는 저마다 누군가에게 살아가야 할 이유가 될 수 있다.


먹고 자고 움직이는 일상의 루틴을 회복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우울증은 내 주변에 있는 사람 중 누가 소중한 사람인지 알려준다.


진단명, 그것을 뛰어넘어 그가 어떤 사람인지 알고자 하는 의사의 진실한 관심과 호기심, 신뢰로 맺어진 인격적인 관계는 환자로부터 회복의 확신과 희망을 끌어낸다.




우울증, 불면증, 조현병, 트라우마 등 여러 정신질환에 대해 이해하기 쉽게 설명한 책이다.


그중에서도 사회적 요인이 정신건강에 미치는 영향에 초점을 맞춘 것이 인상적이었다.


정신건강은 신체건강과 마찬가지로 내적 요인과 외적 요인 모두로부터 영향을 받는다.


따라서 사람들이 정신건강을 돌볼 수 있도록 안전한 사회적 환경을 구축해야 하는 만큼 정신역학 연구와 보건이 중요하다는 것을 다시 느꼈다.


아무리 의학이 발전한다고 해도 환자들을 치료하려면 그들이 '제때' '적합한' 치료를 받으러 올 수 있어야 하며, 더 좋은 방법은 정신건강이 악화되지 않도록 미리 예방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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