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들을 위해 공연 티켓을 무료로 제공하거나 할인해 주는 경우가 꽤 있었다.
하루는 그중에서 <렌트> 뮤지컬을 보러 갔다.
오페라 <라보엠>을 원작으로 한 뮤지컬로, 워낙 유명해서 이름과 포스터는 본 적이 있었지만 뮤지컬을 직접 보는 건 처음이었다.
가장 유명한 넘버인 <Seasons of love>는 가사와 멜로디가 정말 낭만적인 곡이었는데 라이브로 들을 수 있어서 좋았다.
얼마나 많이 사랑했는지로 시간을 잰다니, 1년이 525,600분이라는 걸 절대 잊어버리지 않을 것 같았다.
사실 말이 너무 빨라서 모든 대사가 귀에 잘 들어오지는 않았다.
관람 직전에 나무위키로 줄거리를 예습한 덕분에 내용을 이해할 수 있었다.
그런데 내용은 이해가 되었지만 표현 방식이 너무 이국적이라 공감이 잘 되지 않았다.
사람들이 다 같이 웃는 지점에서 그게 왜 웃긴지 이해가 안 됐다.
한국에서도 오랫동안 공연했다고 알고 있었는데 분명 각색을 했을 것 같았다.
이질감이 느껴진 이유 중 하나는 한국에서 동성애나 트랜스젠더 같은 이슈가 담론화되지 않아서라는 생각이 들었다.
미국에서는 한참 전부터 그런 내용이 뮤지컬로 만들어지고 인기를 끌었다는 게 대단했다.
<바비> 무료상영을 보러 갔을 때도 비슷한 생각이 들었다.
한국에서 <바비>에 대한 호불호가 심하게 갈라졌다고 해서 의문이 들었는데, 영화를 보고 나니 그 이유를 알 것 같았다.
한국 사회에서 아직 이런 페미니즘 영화를 불편해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이 안타까웠다.
미국인의 진취성을 보고 놀랐던 또 다른 계기는 스프링필드 여행이었다.
일리노이 대학교 국제처에서 주관하는 교환학생 행사였다.
시카고가 워낙 유명하고 규모가 큰 도시라 일리노이 주도일 것 같지만, 사실 일리노이의 주도는 스프링필드이다.
그래서 스프링필드에 의사당이 있고, 링컨이 살던 곳이기도 해서 링컨 박물관과 링컨 생가가 있다.
링컨 박물관을 관람하며 미국인들에게 링컨이 얼마나 중요한 의미를 가진 인물인지 알게 되었다.
미국의 상징은 자유라고 할 수 있는데, 자유의 상징이 링컨인 느낌이었다.
링컨은 어릴 때 독학으로 글을 배우고 엄청난 양의 독서를 했는데, 계속 '나아가고 있다'는 느낌을 받고 싶어서 가족을 떠나 혼자 돌아다니며 여러 직업을 시도해 볼 만큼 야심이 크고 진취적이었다.
친구와 함께 뗏목을 만들고 강을 따라 미시시피에서 뉴올리언스까지 갈 정도였으니까 말이다.
그런 사람이어서 시골의 자그마한 단칸 오두막에서 태어나 미국의 대통령이 될 수 있었나 보다.
억압받는 집단이 자유를 쟁취하려면 얼마나 많은 노력과 시간이 드는지.
수백 년이 지났는데도 아직이니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