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속적인 자아를 탐구한 결과이다"
타인에게는 관대하고, 스스로에게는 엄격해야 한다.
나의 세속적인 자아는 좀처럼 엄격한 녀석이다. 이 놈은 배운 게 있으면 바로바로 써먹으려고 안달이다. 올 초부터, 하나의 메시지로 나를 끝없이 괴롭힌다. 이 녀석의 가르침을 탐구해 보자.
"타인에게는 관대하고, 스스로에게는 엄격해야 한다"는 <니체의 말>이라는 책에서 한 페이지를 보고 한 줄로 요약한 문구이다. 이 녀석은 이 문구에 감동을 해버렸다.
이 글을 쓰기 직전의 사건을 되새김질한다. 나는 책을 읽고 있었다. 그러다가 책에 의문을 품었다. "이렇게 많은 공백을 만들어 놓고, 나에게 스스로 채우라고 하다니, 이 책을 왜 이렇게 귀찮게 만든 거야?" 세속적인 녀석이 기다렸다는 듯이, 니체의 것을 가져와 또 가르치려 든다.
타인에게 관대하라, 책을 쓴 사람이 숨은 뜻이 있었을 것이다. 그런 뜻이 있다고 표현하면 될 일이었지만, 뭐 그 정도 실수는 할 수 있지, 너그럽게 이해해야 하는 거 아니겠어? 왜 다른 사람을 그렇게 엄격하게 보는 거야? 네가 쓴 글은 얼마나 친절하다고, 형평 없잖아.
그러면서 이 녀석은 또 나를 엄하게 다룬다. 사실 네가 발견하지 못한 거 아니야? 처음부터 다시 읽어야겠네. 어떻게 쓰라고 넛지를 분명히 줬을 텐데. 네가 발견하지 못하고 남을 탓하는 습관 그거 완전 못 돼먹었네. 아니면 깊은 속 뜻이 있겠지, 네가 스스로 고민하는 과정을 의도했을 수도 있잖아.
결국 네가 못난 거야. 너는 아직 그 책을 읽을 레벨이 아닐지도 모르지. 정말 모질게 말한다. 엄격하기만 하지, 끝내는 내가 책을 덮게 만들어 버린다.
이 엄격한 녀석의 질문을 타파하려, 지난 기억을 가져왔다. 바로 대학시절 멘토, 멘티를 했던 경험이다. 그 당시 나의 멘티에게 하나의 질문을 하였다. 그리고 그 질문에 대한 답변을 끝내 알려주지 않아다. 시간이 흐르고 그는 나에게 여러 답을 가져왔지만, 나는 아니라고만 할 뿐, 답을 주지 않았다.
그러다, 그가 가져온 답변이 마음에 들었던 순간이 있다. 그때 나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사실 이 질문에는 답이 없어, 답을 정할 수 없는 거거든", 나는 네가 스스로 찾을 수 있도록 답안이 없는 질문을 너에게 한 거야. 내가 어떻게 정답을 정하겠어. 하지만 이 정도 답변이면 오답은 아닌 거 같아. 너만의 정답으로 품고 살아.
굉장히 오만한 선배였다. 세속적인 언어로 말하길 하나의 사고 실험을 후배에게 했던 거 같다.
나는 이 기억을 가지고 와서 '세속적인 자아' 녀석을 다시 마주했다. 어때 정답이지?
그 녀석은 오답은 아닌 거 같다고 말한다. 으윽 고약한 녀석. 이 녀석은 책을 읽으며 작가의 의도까지 보려고 욕심을 낸다.
"세속적인 자아를 탐구한 결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