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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비열한백구 Nov 17. 2019

내리막을 지키는 나무

손 내밀어준.. 고마운 당신

하산길의 가파른 내리막길

헛디딘 발로

미끄러지려는 순간,

무의식적으로 뻗은 손에

나무줄기가 잡혔다.

중심을 잡고, 나무를 보니

반들반들 윤이 나고, 검은빛이 돌고 있다.

'네가 여러 사람 살렸겠구나'

고마운 마음을 뒤로하고

조심스럽게 굽이진 내리막을 내려온다.


평평한 길에 들어서 뒤를 돌아보니

굽이굽이 손 때로 반짝이는 나무들이 보인다.

위험한 곳마다 잡기 좋은 위치에 팔을 내밀고 있다.




삶이 휘청일 때마다 뻗은 손을 잡아주던 이들이 있었다.

아무런 대가를 바라지 않고

묵묵히 자리를 지키고 있는 저 나무처럼

내 손을 잡아주던 그런 이가 있었다.

순발력이 좋았다고,

중심을 잘 잡았다고 스스로를 칭찬하기엔 부끄럽다.


그곳에 당신이 있었음이 고맙고,

흔들림 없던 단단한 뿌리가 고맙고,

감사의 인사도 없이, 가던 길 가던 나를 지켜봐 줘서 고맙고,

다시 돌아간 그 자리에 그대로 있어줘서 제일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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