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대편에서 오는 차를 피해 오른쪽으로 바짝 붙여 정차를 했다.
'쿵!'
작은 진동이 느껴졌다.
'공간이 충분했는데 긁고 지나갔나?'
유유히 사라지는 반대편 차량이 어이없었지만,
차에서 내려 확인을 하는 것이 먼저였다.
'어라 멀쩡하네'
아무런 자국이 남아있지 않아 의아한 마음을 가진채 고개를 들었다.
할아버지 한분이 반대편에 서서 복잡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어르신 괜찮으세요?"
"..."
보조석 펜더 부분과 범퍼까지 긁힌 자국이 선명히 보였다.
골목에서 자전거를 타고 나오다 차 앞으로 지나가려 했는데
방향을 제대로 잡지 못한 듯했다.
아무런 대답을 하지 못하는 할아버지에게 말했다.
"어르신 제 차는 괜찮으니까 그냥 가셔도 됩니다."
".... 나는 괜찮아."
힘없는 대답을 남기고
자전거와 함께 골목 안쪽으로 사라지는
할아버지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나는 소형 SUV를 가지고 있다.
몇 년 전 차를 바꿀 때,
비슷한 가격의 중고 외제차를 권하는 친구에게 이런 말을 했었다.
"폐지 실린 리어카가 긁고 갔을 때 쿨 하게 보내 줄 수 있을...
그런 차가 내가 몰 수 있는 차인 것 같아.라고
할아버지를 쿨하게 보내드릴 수 있었던 여유에 대해 감사함을 느낀다.
잠시 후...)
뿌듯한 마음도 잠시 할아버지의 복잡했던 표정이 떠오른다.
사각지대가 많은 골목에서 일부러 자전거를 부딪히고 금품을 요구하려던 것은 아닐까 라는?
정차되어 있는 차량의 앞부분도 아니고 옆부분을 긁어 버렸으니, 금품요구는 물건너 갔고 수리비까지 물어주게 생겨
그렇게도 복잡한 표정을 지으셨던 것일까?
라는.
덧붙임)
1월 1일은 마법 같은 날이다.
특별할 것 없는 겨울날 중 하나임에도
사람들은 특별한 다짐을 하고 변화된 삶을 살기 위한 동기부여를 한다.
이런 마법 같은 날에 대한민국 한 사람 한 사람의 마음에
선한 향기를 뿜을 수 있는 씨앗이 하나씩 심어지기를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