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이어트, 자존감부터 다시 쓰다
그 즈음 나의 새 책이 나왔다. 2년 만에 나오는 책이었다. 설레고 떨렸다. 다섯 번째 책이었지만 네 번째 책에서 악플을 워낙 세게 겪은 터라 사람들 앞에 설 용기가 나질 않았다. 두려웠다. 또다시 손가락질 받으면 어떻게 하지, 누군가가 내 책을 놓고 또 욕을 하면 감당할 수 있을까, 많이 걱정스러웠다.
그런 순간에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역시 내가 잘 하는 일로 나를 달래는 일이었다. 그래서 다시 책을 읽기 시작했다. 이번에는 몸이 아니라 정신건강에 도움이 될 것 같은 책이면 모두 읽었다. 불안감이 심해질 때는 하루에 한 권씩 읽었다. 언젠가 음식을 먹어야 마음이 놓였듯이, 체중감량 식품을 먹어야 마음이 놓였듯이, ... 이번에는 서점에 나와 있는 유명한 자기 관리에 관련된 책은 죄다 찾아서 읽었다.
그러면서 나는 나를 서서히 돌아보게 됐다. 내가 뭘 좋아하는지, 뭘 싫어하는지, 어떤 꿈을 꾸면서 살았는지, 왜 과거에 그렇게 자주 울었는지, 아버지는 내게 어떤 의미였는지, 내가 가진 경제적 관점이 왜 그리 엉망이었는지. 그 모든 걸 하나하나 이해해 나가기 시작했다.
그동안 내 시선은 늘 밖을 향해 있었다. 좀 더 열심히, 좀 더 부지런히, 좀 더 좀더... 하면서 늘 밖을 향해 있던 내 시선이 처음으로 내 자신을, 내 내면을, 내 안을 향하게 되었다. 그러면서 악플로 잃었던 자존감이 서서히 되살아나기 시작했다.
나는 그 때 마음을 다쳤고 위로 받고 싶었다. 아버지를 잃은 상처를 치유하고 싶어 했고 작가로서 악플을 경험한 자신에 대해 위안을 얻고 싶어 했다. 그것은 인간으로서 당연한 것이고, 그 누구도 뭐라 할 수 없는 일이었다. 나는 내게 사랑 받고 싶었던 것이다. 다른 누구도 아닌 내 자신에게.
그러다가 읽게 된 책이 《내가 꿈을 꾸면 꿈이 현실이 된다》는 책이었다. 김새해라는 앳된 미술가이자 작가가 쓴 책이었다. 읽다가 몇 번을 울었다. 사랑스럽고 예쁜 그녀도 나처럼 폭식하고 절식하고를 반복했다. 음식을 먹으려 한 게 아니라 스스로를 벌주려 한 삶의 의미를 난 이해할 수 있었다. 나도 그랬으니까.
내가 살아오면서 경험한 현실과 그가 경험한 현실의 차이를 알 것 같았고 그와 내가 경험한 공통분모 역시 알 것 같았다. 아버지가 내게 준 상처가 깊었듯이 김새해 작가 역시 부모의 이혼과 사업 실패 등으로 해외에서 불법취업자로 살면서 갖은 고생을 다 했다. 유튜브로 김새해 작가의 동영상을 자주 보게 됐다. 그리고 김새해 작가가 추천해주는 책들을 읽게 됐다.
김새해 작가가 추천해준 《치유》, 《Love yourself》, 《나로 살아가는 기쁨》과 같은 몇 권의 책을 깊이 읽으면서 나는 새로운 것을 깨닫게 됐다. 내가 그렇게 오래 싸워온 대상이 사실은 살이나 몸무게가 아니라 바로 나 자신이었다는 것을 말이다.
나는 나와 싸웠던 것이었다.
그것도 아주 긴 시간을 말이다.
지난 3년 살이 찐 것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았다고 생각했는데, 그래서 물건도 사고 식품도 샀다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었다. 나는 내 생애 전부를 내 자신과 다투면서 살아온 것이었다. 내가 나를 미워하고, 내가 나를 용서하지 못 하고, 내가 나를 끝없이 자책하고 자학하면서 살아온 것이었다.
감사하게도 그 와중에 글도 쓰고 강연도 해왔지만 사실은 나는 나 자신을 아주 오랫동안 미워했고 두려워하고 있었다. 사람들에게 인정받지 못 하면 어쩌나 하는 두려움, 사람들에게 사랑 받지 못 하면 어쩌나 하는 두려움, 사람들이 나를 알아주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 나는 그런 두려움들에 사로잡혀서 내 몸과 정신을 끝없이 학대해왔던 것이다.
그런 사실을 깨닫고 나니,
나에게 아주 많이 미안해졌다.
나는 나를 너무 오래 닦달해왔다.
그렇게까지 하지 않아도 됐는데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