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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성효샘 Dec 19. 2017

5. 운동을 시작하다

다이어트, 자존감부터 다시 쓰다

인근 주민 센터에서 운영하는 저렴한 체육시설을 이용하기로 했다. 마침 직장 계단에서 굴러 발목을 다친 다음이었다. 마치 신의 목소리가 들려온 것 같았다. 


“지금이야. 운동을 시작할 때가 드디어 너에게도 찾아온 거라고.”


새벽 수영반을 등록했다. 직장까지 출퇴근 거리가 무려 한 시간이 넘기에 수영을 가려면 별 수 없었다. 아침에 일찍 일어나야 했다. 수영복을 사고 물안경도 샀다. 이제 그냥 일찍 일어나면 되는 것이었다. 그것 말고는 아무 문제도 없었다. 적어도 수영장에 가기 전에는 그렇게 생각했다. 


그런데 수영장에 가서 발을 물에 담근 순간 문득 떠올랐다. 어릴 때 나는 물에 빠진 적이 있어서 오랫동안 물을 무서워했다. 어릴 때부터 물놀이도 즐기지 않던 내가 아침 수영을 가서 혼자 킥판을 붙들고 수영을 시작한 것이다. 재미있지 않았다. 이렇게 해도 저렇게 해도 재미있지 않았다. 나는 여전히 물이 무서웠던 것이다. 


내 마음의 두려움을 읽었을 때 나는 나를 달랬다.


‘괜찮아. 물에서 그냥 물장구만 쳐도 돼. 수영을 해야 발목에도 좋고 건강에도 좋다고 하잖아. 너는 사무직이라서 너무 안 움직이니까 이렇게라도 해야 건강을 지킬 수 있어.’


그러나 곧 깨달았다. 싫은 건 싫은 거였다. 이런 핑계 저런 핑계가 곧 생겨났다. 일주일에 한두 번씩 물이 너무 차가워서 안 가고, 사람이 너무 많아서 안 가고 , 사람이 너무 없어서 안 가고, 물에서 소독약 냄새가 나서 안 가다가 결국 수영을 그만뒀다. 한 달 만이었다. 


수영을 그만둔 이야기를 하니, 누군가 말해주었다. 

‘운동을 잘 못 하는 사람이라면 역시 걷는 게 최고지.’


그래서 아침저녁으로 걷기 시작했다. 빠른 속도로 30분 남짓 걷다보면 등에 땀이 날락 말락 할 정도가 됐다. 마을을 한 바퀴 빙 도는 정도로도 나는 만족했다. 이만큼 한 게 어디냐, 오늘 운동은 충분하다, 생각하면서 잠이 들곤 했다. 그마저도 곧 여름이 찾아오면서 그만두게 되었다. 이번에도 핑계는 어김없이 생겨났다. 볕이 너무 뜨겁잖아, 걷다가 모기 물리잖아, 이 정도 걸어서 무슨 효과가 있겠어... 


결국 걷기마저 그만두면서 이번엔 책을 읽게 됐다. 다이어트에 대한 책은 세상에 넘쳐났다. 어마어마한 분량의 책이 있었다. 신세계였다. 왜 여태 몰랐을까 했다. 읽으면서 역시 책만 한 게 없지, 생각했다. 그런데 이번엔 책값이 만만치 않게 들어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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