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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나 김선자 Jan 14. 2023

아무리 하찮은 일도 학습과 경험은 필요하다



동네 미용실에서 머리를 자르고 염색을 했다. 도무지 마음에 들지 않는다. 며칠째 거울을 보며 머리를 귓 뒤로 넘겨도 보고, 가르마를 좌, 우 또는 중간으로 만들어도 본다. 지난번보다는 낫다고 억지 위안도 해보지만 도통 해소가 안된다.

머리를 자른 뒤 귀갓길에는 따끔따끔 불쾌하게 등살을 찌르는 통에 신경이 거슬려 영 견딜 수가 없었다. 집에 도착하자마자 곧바로 스웨터를 벗어 살펴보니 목 언저리부터 등까지 잔잔한 머리카락이 촘촘히 박혀 있었다. 특히나 머리칼이 스웨터에 들어붙으면 잘 떨어지지 않는다. 짧게 깎인 머리카락은 더욱 힘들다. 섬유 사이사이에 박혀 쉽게 빠지지 않기 때문에 일일이 끄집어내야만 한다. 나는 그것들을 테이프로 하나하나 떼어내느라 이틀간 곤욕을 치렀다. 더군다나 머리칼도 스웨트도 검은색이라 구별조차 힘들어 눈은 시리고 찌를 듯이 아팠다.

미용사는 내게 긴 검정 방수 가운을 입히고 목에다 수건도 둘러 주었다. 그리고 머리를 자를 때 어깨와 목둘레에 고무 보호대까지 걸쳤다. 그럼에도 이렇게 많은 양의 머리카락이 옷 속으로 들어갔다는 것은 분명 주의를 기울이지 않고 일 처리를 엉성하게 했다는 뜻이다. 물론 아무리 조심한다 해도 약간은 비집고 들어갈 수 있겠지만 이건 너무 심하지 않은가. 마치 쏟아 놓은 것처럼. 아무튼 미용사의 부주의라고 밖에 볼 수가 없다.

그리고 이것은 미용사가 손님에게 지켜야 할 기본적인 일이다. 그런데 이 기본 역할도 제대로 신중히 처리하지 못한다면 어떻게 서비스 직업이라고 할 수 있겠는가.

겨울에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털 스웨트를 입고 미용실을 찾을 텐데.


다음날은 머리밑이 근질근질하여 손톱으로 긁으면 염색약이 묻어 나온다. 곧장 머리를 감았다. 염색약이 피부에 좋을 리 만무하여 매우 찜찜했다. 또 머리를 감은 후 드라이기로 말리고 보니 일자 단발머리는 반듯하지 못하고 들쭉날쭉하다. 가위질이 꼼꼼하지 못한 것이다. 여러 번 반복으로 해야 하는데 대충대충 마무리를 지은 것 같다. 어제는 내가 너무 피곤했을뿐더러, 드라이기로 머리를 곧게 펴서 제대로 보이지 않았었다.

<싼 게 비지떡>이라는 말이 절로 생각났다. 

이 미용사가 처음 내 머리를 손질하던 날 했던 말도 되짚어 보게 한다.


"학교에서는 별로 배울 게 없어요"


이 젊고 예쁜 미용사가 그렇게 말하던 순간, 나는 아주 미묘하지만 움칫했던 순간을 기억한다. 왜 그런 반응을 했는지는 정확히 모르겠다. 아마도 그처럼 단호하고도 자신만만하게 말할 수 있다는 사실에 의아함이 든 동시에 그러나 미용사의 능력과 기대감 또한 없지 않았던 것 같다. 그러나 실망이 찾아오기까지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나 역시, 학교 교육만이 전부가 아니라는 것도, 거기에 중요성을 크게 두는 주의자도 아니다. 또 프랑스 교육의 질이 점점 떨어지고 있다는 불평들을 익히 들어도 왔다. 그렇지만 교육의 기본적인 필요성을 인지하고 인정도 하는 바다.

그러므로 서슴없이 했던 그녀의 말을 지금은 다소 오만하게 느껴질 뿐이다.

"그럼 어디서 배웠어요?"

"여기서 배웠어요"

사실 내가 강조하고 싶은 건 어디서 배우고의 문제가 아니다. 어떻게 배웠나 가 중요하다. 또 어떠한 자세와 각오, 사명감으로 임하는 성실함을 말한다. 물론 개인마다 그 성질에 따라 차이가 있을 것이다. 그러나 어떻게 배웠냐란 적어도 곁에 좋은 스승이 있다는 뜻이다. 사람이든 그 무엇이든. 있고 없고의 차이는 크다. 그런 다음에 각자의 소질과 능력에 따라 또는 경험으로 자신의 실력을, 노하우를 쌓아가는 것이다.

나는 이번 일을 겪으면서 학습과 경험의 필요성을 생각했다. 

미용사의 일 처리로 보아 감각이나 소질이 없다고는 생각지 않았다. 단지 학교나 현장에서 체계적으로 엄격하게 배우지 않았구나란 생각을 했다. 만약 좋은 스승 아래서 조직적으로 엄격하게 배웠다면 이런 문제점은 쉽게 발생하지 않았으리라는 아쉬움이 든 것이다.


이와 같은 예가 며칠 전에 또 있었다.

이년 넘게 집 청소 도우미로 오시던 분이 있었다. 그분의 친구에 친구라는 분이 전화가 왔다. 자신이 대신 청소를 하러 오겠다는 것이다. 평소에 오던 분께서 갑자기 연락이 두절됐다. 어쩔 수 없이 새 도우미를 맞게 되었다. 생판 모르는 사람이지만 먼저 분께 소개받았다는 말에 승낙을 했던 것이다. 그런데 젊은 학생이었다. 언뜻 보아도 자신의 방 외는 제대로 청소를 해 보았을까 의문이 들 정도다. 하지만 일을 하려는 의지가 강해서 맡겨 보았다. 아니나 다를까 손도 느릴뿐더러 생 무지 같았다. 자신은 나름 땀을 흘러가며 애쓰고 있지만, 눈앞에 보이는 부분에만 열중이라 지켜보던 내가 더 힘겨웠다.

오래전, 나이 든 지인 분의 말씀이 떠올랐다. "요리나 청소를 하는데도 요령이 필요하다. 어깨와 온몸에 힘을 가하면 금방 피곤해진다. 어깨보다 손목의 힘으로 해라“

그렇다. 비록 하찮을 것 같은 청소에도 학습이나 경험이 필요한 것이다. 경험 많은 어른의 말씀 한 마디가 학습이고 스승이었다.


여기 학습에 대한 좋은 본보기 하나가 있다. 지난번 집 증축공사를 했던 팀이다. 그들은 나무를 다루는 건축 기술 전문가와 건축 기술학교에서 나온 실습생들로 이루어져 있었다. 일종의 목수들이다. 프랑스에서 지붕의 뼈대를 만드는 목수들을 특별한 전문성을 가진 직업으로 평가한다. 아마 옛날부터 대성당이나 성을 짓던 유래가 전해 내려오기 때문일 것이다. 

나는 이때 정밀하고 신중한 전문가들은 말할 것도 없지만 실습생들의 모습을 예사롭게 보지 않았다. 그들은 토목 기술학교에 다니면서 현장 실습을 나온 학생들이었다. 주로 그들은 허드레 일을 맡고 있었다. 하루 일이 끝난 후, 실습생은 바닥을 쓸고 때론 물청소로 말끔하게 뒷정리를 해놓고 퇴근한다. 집주인의 생활 편리를 생각한 것이다. 이렇게 기술부터 마무리 정리까지 완전하게 처리하는 걸 보면서 역시 전문가답다는 생각을 했다.  

사회 또는 어떤 단체나 그룹에서 위계, 질서, 또는 조직, 제도가 좋은 의미로만 이루어지거나 통하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러나 민주적인 질서를 유지하는 가운데 서로 존중하면서 각자의 임무와 책임을 수행한다면, 이 시스템이 주는 효율성 또한 그만큼 클 것이다. 일 처리에 있어 유익한 시스템이라는 것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여기서 위계란 각자의 맡은 일을 끝까지 책임지는 시스템의 단계를 말하는 것이다.


직업이란 전문성을 내포한, 그런 것이다. 거기에 경험 및 연륜을 토대로 자신만의 비결과 비법이 담겨 있는 것이다. 이러한 노하우를 키워가게 하는 것이 바로 배움이다. 여기에는 욕심과 의지, 열정만 가지고서는 안된다. 시간과 노력이 뒷받침되어야만 가능한 것이기도 하다. 따라서 아무리 하찮은 일도 직업이고, 거기에는 학습과 경험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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