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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닝레터_1028.모두가 불안하다는 사유와 위안

내가 행복해질 수 있도록 삶을 설계하라는 성찰


최근 연극무대에도 진출해 '클로저'란 로맨스극의 연출을 맡은 영화 '연애온도','특종:량첸살인기'의 노덕 감독이 영화주간지 씨네21에 기고하는 고정칼럼 '노덕의 디스토피아로부터'를 읽게 됐는데요.


여성 감독 특유의 섬세한 연출력이 돋보이며 '연애의 온도'로 충무로에 입성한 노덕 감독은 고독하고 막막한 미래가 불안하다고 호소하는 한 여배우에게서 온 문자에 "실은 나도 불안하다고, 아마 모두가 불안할 거라 대꾸할 수밖에 없었다"고 고백하고 있습니다.


불안에 관한 사유가 돋보이는 이번 10월 27일자 칼럼에서 노 감독은 우주 속에서 우리의 존재는 한낱 미물에 불과하지만, 미물에게도 주어진 운명이 있어 연속된 우연들에 의미를 부여했고 그걸 운명이라 부르기로 했다네요.



이러한 상념은 ‘열심히 하면 된다'는 것이 얼마나 무의미한지를 깨닫게했고 중요한 순간에 등장하는 불운과 행운의 향방이 결국 인생을 가른다는 것도 마음속으로는 모두 인식하고 있는거라고 되새기게 됐다죠.


은희경의 중편소설 '중국식 룰렛'에서도 이와 유사하게「우리에게 주어진 불운의 총량은 어차피 수정될 수 없는 것이니까, 불행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단지 조금 불행한 것처럼, 그래서 단지 약간의 행운이 더 필요할 뿐인 것처럼」 이라고 성찰하고 있습니다.


얼마 전 관람했던 트렌스젠더를 소재로 한 영화 '어바웃 레이'에서 여자로 태어나 남자로 살고 싶어하는 레이가 여자의 몸과 마음을 가진 이복동생에게 'lucky'한 아이라고 했는데요, 불운의 총량이 변하지 않는다면 내가 행복해질 수 있도록 삶을 설계하라는 성찰처럼 다가왔어요.



이번 칼럼에서도 사실상 인생에서 대부분 선택권이 없는데, 우리는 원하는 미래를 가질 수 있으리라 믿고 애쓰며 앞서 감독에게 연락해온 배우처럼 걱정하고 막막해하면서 오지 않은 미래를 불안해하고 있다고 감독은 현상을 바라보고 있는 것 같았어요.


그래서 인생은 통제 불능이란 사실에 순응할 것인지 여부가 우리에게 주어진 권한 같다며 현재의 불안을 신에게 맡기거나 염세주의로 외면하는 것 또한 안전한 탈출구가 아니라고 성찰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애초에 탈출구 없이 죽기 전까지 불안과 함께 살아갈 운명인지도 모르기에 그 여배우에게 건넬 수 있는 솔직한 위로는 "너 혼자 불안한게 아냐. 나도 불안하고, 다들 불안해한다"는 말이었다는 것이죠.



지진이나 게이트 등 사회나 정치 안팎으로 시끄러운 요즘, 불안에 얼마나 탄력적으로 대응하느냐가 다를 뿐이지 모두가 불안하다는 것을 인정하고 수용하며 공감하고 이를 통해 위안을 얻을 필요가 있을 것 같아요.


나를 불안하게 만드는 것들을 되새겨보는 하루 되시길.


From Morningm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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