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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닝레터_1122.타인에게 말걸기

인간 사회 의심과 두려움에서 벗어날 수 있어


나의 일상 사진이나 관심사를 개인의 소셜네트워크 계정에 올려놓는 이른바 '인스타그램' 세대는 기존, 트위터나 페이스북 중심의 사회관계망 시장의 판도를 뒤집어 놓으면서 네이버폴라나 빙글(Vingle)과 같은 관심사 기반의 SNS의 일상화를 불러온 것 같아요.

 

이러한 모습은 사람간의 대면 교류가 상대적으로 줄어들면서 결핍과 관계의 욕망을 관심사 기반으로 하는 커뮤니티 카페와 SNS를 통해 채우려는 인정 욕구와 더불어 은희경의 소설 제목처럼 끊임없이 '타인에게 말걸기'를 하고 있는 양상처럼 다가옵니다.


소설 '타인에게 말걸기'에서는 타인을 이해하는 것이 선입견을 갖는 것이라며 온전히 이해가 어럽다고 판단한 주인공과 끊임없이 일방적인 대화와 애정을 쏟아붓는 여자가 대조돼 등장하는데요, 대화가 줄어든 현대 사회의 관계 갈등을 조명하고 타인과의 소통 욕망을 성찰하고 있죠.


힐링을 주제로 한 강연들을 여기저기 찾다 보니 즐겨찾게 되는 곳이 김창옥 교수의 포프리쇼와 미국의 비영리 재단 주최로 기술, 오락, 디자인 분야 강연회를 개최하며 '18분의 마법'을 확산시키는 TED 입니다.



TED는 Technology, Entertainment, Design의 줄임말로 트위터의 개방, 소통, 공유라는 가치를 가장 흡사하게 이어받아 '퍼뜨릴 만한 가치가 있는 아이디어'를 소재로 TEDtalks라는 컨퍼런스 무대에 오른 전 세계 강연자들의 강연을 들을 수가 있지요.


최근에는 TED 앱을 다운받아 한국어 자막으로도 들을 수 있는데요, '타인에게 말걸기'와 연관된 강연을 찾아 보니 독립적 학습법과 관계의 기술 관련 책을 펴낸 바 있는 자칭 타자몰입가(Stranger enthusiast) 키오 스타크(Kio Stark)의 '모르는 사람에게 말을 걸어야 하는 이유'라는 강연이 눈에 띄었습니다.


타인과 눈을 마주치고 인사 하고 도움을 주고 받는 이야기들을 17년간 기록해 온 그는 자신의 임상 경험에 비춰 타인에게 말을 걸어야 하는 이유에 대해 인간 사회에 뿌리 박은 의심과 두려움에서 벗어날 수 있기 때문이라고 강조합니다.


영화 <클로저>에서 앨리스(나탈리 포트만 분)가 낯선 남자에게 건네는 "Hello, Stranger"라는 대사를 통해 사랑이 가장 아름다워 보이는 순간은 아이러니하게도 서로가 낯선 사람일 때라고 전한 바 있었고, 최근 개봉한 홍상수의 영화 <당신 자신과 당신의 것>에서 나에게 상대를 맞추려던 연인은 서로 다른 공간에서 자신의 욕망을 채우기 위한 익숙함을 버리고 낯선 사람이 되면서 있는 그대로의 상대를 수용하고 관계를 회복할 수 있다는 통찰했던 것 같아요.



키오 스타크는 "거리에 모든 사람이 선의를 갖고 있지는 않지만 대부분의 낯선 이들은 위험하지 않다"며 "서로를 모르기 때문에 위험하다고 인식하는 것 뿐"이라고 전하면서 "두려움이 아닌 감각을 활용할 때 두 가지 잇점이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고 했습니다.


첫째, 우리의 뇌가 이성을 통해 '낯선/아는 사람'이란 분류체계 안의 정보를 활용할 때는 쉽고 편리하지만 그 만큼 편견에 사로 잡히기 쉬워 우리를 이러한 편견으로부터 해방 시켜준다는 것이죠.


두번째로 이성을 활용하는 잇점은 순간의 친밀감이라고 했는데요, 때로는 낯선 사람들에게 자신의 진실한 모습을 털어 놓을 때 가족보다 더 편안함을 느끼기도 한다는 것입니다.



그는 어떻게 낯선 사람들과 대화할 수 있을까란 질문에서 이 연구를 시작하게 됐고 이러한 특별한 친분을 느끼게 되는 이유에 대해 교류하는 시간이 짧다는 것과 가까운 사람들에 대한 편견이라고 꼽으면서 순간의 친밀감을 느끼는데 있어 각 국의 문화는 서로 다르지만 공통점으로 네 가지 규칙을 발견했다고 해요.  



먼저 복도나 거리에서 누군가 지나치면 눈을 마주치는 사람을 찾고 가볍게 미소를 짓고, 공공 장소 등에서 나와 타인이 보고 있는 제 3의 무언가에 대해 이야기해보고 대화가 되는지 시도해보라는 것입니다. 


세번째로 타인의 신발 등을 칭찬할 수 있다고 해요. 특히, 길을 걷다가 강아지나 아기에게 말을 거는 건 어렵지 않으니까요. 다만, 이때 칭찬에 대해선 중립적이어야 하고, 상대가 편하게 느껴지게 된다면 개인적인 이야기를 해보면 뜻밖의 유대를 얻을 수 있다고 해요. 



강연자의 말처럼, 타인에게 말을 걸지 않으면 그런 기회를 놓치는 것이라며 '아름다운 끼어들기'라고 칭한 타인에게 말걸기는 우리가 아이들에게 낯선 사람을 가르치는데 시간을 할애하는 대신 우리 자신을 가르치는 데 더 많은 시간을 투자하고 아이들에게 의심과 두려움을 없애야 하는 교육을 해야 한다고 역설합니다.


얼마 전, 저 역시도 영화관 푸드코너에서 저를 유독 빤히 바라보고 있는 유모차 안의 아기와 아이 컨택이 되어 자연스럽게 말을 걸 기회가 있었는데요, 아이의 엄마와 이야기도 하게 되고 아이는 유모차에 내려와서도 낯설음 없이 천사같은 미소를 건네줘 피로를 잠시 잊었던 것 같습니다.  


당장 타인에게 말 걸기가 어색하다면 강아지나 아이를 데리고 산책하는 사람에게 가벼운 미소를 건네보는 건 어떨까요, <클로저>의 앨리스처럼요 'Hello Stranger?'


From Morningm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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