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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닝레터_1212. 감정의 주인은 누굴까란 질문할 때

다같은 사람이기에 존중받는 그런 세상을 희망하며


올해 영화 <부산행>으로 주목받았던 신스틸러 김의성이 나래이터로 나선 EBS의 다큐멘터리를 주말에 보게 됐습니다.


'갑질이란 현상의 틀에 갇혀 미처 보지 못한 것은 없을까'란 질문으로 시작한 EBS 다큐프라임 <감정시대 2부 - 감정주인>에서는 올 상반기에 사회를 떠들썩하게 하며 '대형마트의 이중성 고발 기자회견' 사건을 소개했는데요.


사건의 본질은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폭언과 성희롱에 대한 고발이 아닌 감정의 주인이 되지 못한 '을'이 주체적인 자각을 통해 노동자 권리를 찾아 나서게 됐다는 것입니다.


‘고객 만족’이라는 구호 아래 인간 고유의 가치인 감정까지 상품화하고 있는 ‘서비스 천국’ 시대의 은폐된 진실을 밝히고, 이에서 한발 더 나아가 일하는 사람(노동자)의 권리에 대해 성찰하는 시간이 되었어요.



실제 자신이 느끼는 감정과는 무관하게 직무를 행해야 하는 감정적 노동을 '감정노동'이라 부르고 마트직원ㆍ승무원ㆍ전화상담원처럼 직접 고객을 응대하면서 자신의 감정은 드러내지 않고 서비스해야 하는 직업 종사자들이 이에 해당되는데요, 얼마 전 소개해드린 일러스트처럼 최근에는 자신의 감정을 조직에서 표현하지 못하는 직장인도 이의 범주에 포함시킬 수 있을 것 같아요.


특히, 어떠한 순간에도 소비자가 우선이라는 기업의 규칙은 사람을 직접 상대해야 하는 서비스업 종사자에게 가혹하다는 걸 알게됐죠. 얼마 전 방영됐던 드라마 <송곳>에서처럼 이들 서비스업 종사자들은 대부분 비정규직 노동자로, 심한 모멸감과 회의감을 느끼게 하는 순간을 경험한 적이 있으며 이로 인해 심각한 감정스트레스와 트라우마에 시달리고 있다는 것인데요.


고객응대 매뉴얼이라 마련해놓은 각본에는 '안돼요, 없어요, 몰라요'라는 세 가지 단어를 입 밖에 꺼내지 못하고 인간의 감정마저 자본의 통제를 받아 직원들에게 자신의 감정을 철저히 외면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감정노동에 관한 연구를 해왔던 한 교수는 "기업이 노동자의 감정을 통제하고 감정을 조직하고 심지어 감정을 조작화해서 이윤을 확보하기 위한 매뉴얼을 만들고 여기서 결국은 기업이 갑이다"라고 문제를 지적합니다.


특히 이번 다큐멘터리에서 각종 서비스업의 매뉴얼을 입수해 빅데이터 헝식으로 그 의미를 분석한 결과, 고객이란 단어를 중심으로 긴밀하게 연결된 매뉴얼의 실체는 사람의 감정을 통제하는 과정이 어떻게 이뤄지면서 인권을 침해하는지 보여줬죠.


고객이란 단어에는 '친절'과 '밝음' 등이 주로 언급되지만, 직원과 연결된 단어에서는 '확인'과 '평가'가 많이 언급돼 기업이 직원을 어떻게 평가할 것인지 직원의 감정을 관리함에 있어 고객에게 어떻게 연출할 것인지에만 집중한 채 직원들이 감당해야 하는 감정노동에 무책임한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는 충격적인 사실을 밝히고 있어요.


공교롭게도 현재 개봉중인 재난블록버스터 <판도라>에 출연했던 배우 김영애와 문정희가 함께 대형마트 비정규직 노동자로 출연했던 영화 <카트>나 이를 소재로 한 뮤지컬 <투명인간>에 등장하는 엄마들처럼 대형마트 노동조합원으로 삶을 사는 한 여성의 자녀는 엄마가 힘든 모습을 보게될까봐 마트에 들어가기가 불안하다고 호소합니다.



경제성장이라는 허울과 기업의 통제와 조작 아래 '을'이 '갑'에게 과연 자유롭게 감정을 드러낼 수 있는가란 질문에서 시작된 초등학교 교실의 모의 갑을관계 실험에서 주변의 아이들이 물건을 내버리는 동안 이를 줍는 역할을 맡게 된 마트 직원 복장의 초등학생은 모멸감에 얼굴이 붉어지는 체험을 하게 됩니다.


"감정은 사람이 가진 권리라 함부로 할 수 없다"는 초등학교 선생님의 가르침에 이어 다큐는 마트 직원들의 고충을 조명한 뮤지컬을 단체로 관람한 대형마트의 비정규직 직원들의 관람후기로 "더 이상 정규직과 비정규직으로 나뉘어 상처받는 사람이 없었으면 좋겠다" "누구나 다같은 사람이기에 존중받는 그런 세상이 되면 좋겠다"고 조명해 눈시울을 적셨습니다.


영화 <카트>에서처럼 다큐에서 카트를 몰고 거리로 나선 대형마트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권리 찾기 시위는 최근 230만 여명이 사회개혁이라는 한 목소리로 거리로 나선 국민들의 모습과 공명되며 묘한 울림을 선사합니다.


지금 감정의 주인은 누구인가란 질문을 할 때가 아닐까요?


From Morningm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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