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근하고 택시에서 내렸는데 엄청나게 큰 초승달이 있지 뭐야
엄마! 오늘은 퇴근을 굉장히 늦게 했어. 무려 10시! 정말 늦었지?
다행인 건 오늘이 영하 10도까지 내려가는 날이었는데 야근한 덕택에 택시를 타고 집앞까지 왔어. 연휴에 이틀이나 붙여서 쉬었으니 해야했던 일이 많아서 어쩔 수 없었던 건데 정말 럭키비키잖아 -
택시타고 딱 내렸는데 눈 앞에 정말 큰 초승달이 있는거야! 근래에 보지 못했던 정말 정말 큰 달이었어. 그 달을 보자마자 소원을 빌었어.
원래 내 소원이라고 하면 1번부터 10번 정도까지는 줄곧 로또 1등이었거든? 그런데 오늘은 바로 엄마 생각이 나더라. 엄마가 건강하게 우리 곁으로 돌아오게 해달라고 빌었어. 엄마는 차라리 로또를 빌지 그랬냐고 할 지도 모르지. 그런데 그 순간에는 선택의 여지가 없었어. 아마 내 무의식이 로또에 대한 행복감보다 지금 엄마의 부재에 대한 슬픔이 더 클 것 같아서 엄마를 선택한 것 같아.
야근하고 와서인지 정말 피곤하고 머리아프다. 하지만 불안하지 않게 일을 하고 와서 개운하기도 해. 물론 8시 즈음에는 머리가 어질어질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맞나, 나 괜찮나 스스로가 걱정도 됐지만 결국 잘 해냈어. 사실 약간의 엄마덕도 있어. 엄마가 아프다는 소식이 회사에 알려져서 사람들이 내 편의를 봐 줘. 사람들이 오늘 날 보고 괜찮냐고 묻기도 전에 내 눈물보가 터졌지 뭐야?
다 느끼고 있겠지만 나도 유독 이 상황에 책임감과 부담감을 많이 느끼고 있었거든. 그 상황에 누군가 나를 챙겨주려하니 눈물이 터진 것 같아. 마르지도 않나봐 오늘 회사에서 한 여섯 번은 울었을 걸 ? 울보라고 소문나겠어. 아무튼 다들 편의를 봐주지만 그런 편의에 익숙해지거나 기대지 않고 나는 내 일을 최고로 해낼거야! 난 일은 일이고 가정사는 가정사라고 생각해. 그리고 엄마가 금방 돌아올 것 같아서 너무 사람들의 위로에 젖어 슬퍼하고만 있고 싶지도 않고 ~
아직도 머리가 아프다. 얼른 씻고 자면 개운해지겠지? 엄마도 잘자
저희 엄마는 뇌출혈 발병 3주째, 아직 의식이 없으셔요. 대학병원에서 24시간 돌봐주시는 간병인과 함께 준중환자실에 누워 계셔요. 문득 엄마가 누워있는 것을 잊고 전화를 걸려다 앗차 싶어 멈추기도 하고, 카톡을 보내려다 멈춰 현실을 실감하기도 해요. 엄마가 의식을 찾을 수 있도록 문득 엄마를 떠올려주시거나 기도해주시기를 부탁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