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전업주부, 노인, 그리고 정규직

야수자본주의사회에서의 혐오에 관하여 (2)

by 서박하

자본주의 사회에서의 전업주부란 무엇인가.


많은 여성들이 전업주부와 집안일에 대해 많은 목소리를 내고 있지만, 한국이나 미국과 같은 선진국에서 조차 여성의 노동에 대해 폄하하는 것은 매우 일상화되어 있다. 집안을 돌보는 여성들에게 "집에서 뭐해?"라고 묻는 건 그 속뜻에 "집에서 놀면서 뭐하느냐"라는 의미가 담겨있다. 아침 일찍 일어나 식구들을 위해 식사 준비를 하고 하루 종일 청소하고 집안일을 하고 잠시 짬을 내 커피를 마시다가 별 희한한 이야기들을 듣고 집으로 돌아와 다시 저녁을 하고 빨래를 하고 돌아온 남편과 아이들의 마음도 챙겨주고 집안 정리를 하면 밤이 깊어있다. 집안일과 육아는 각각 다른 한 명이 투입되어도 버거운 일인데 이 모든 것은 다 한 명에게 주어진다. 그리고 그마저도 "논다"는 표현으로 비하된다. (이 시선은 남성 전업주부들에게는 더 가혹하게 적용된다)


kevin-mccutcheon-APDMfLHZiRA-unsplash.jpg Photo by Kevin McCutcheon on Unsplash



이러한 노동이 이 사회에서 "돈"으로 계량화되지 않기 때문이다. 나는 나가서 바쁘게 돈을 버는데 너는 뭐하느냐고 묻는다.


사실 간단히 해결된다. 이 모든 일을 다 아웃 소싱할 경우 얼마나 돈을 줘야 하는지 생각해보는 것이다. 집안일을 매일 하는 이모님 + 아이를 돌봐주시는 이모님 = 한국분이시면 300, 아니면 좀 더 낮다. 입주냐 아니냐에 따라서 또 가격이 바뀐다. 아이만 하루에 4시간 정도 돌봐주셔도 한 달에 150 정도는 너끈히 나간다. 입주 이모님도 주말은 나가서 쉬신다. 하지만 주부는 한 달에 하루도 맘 편히 저녁 약속을 못 나가는데 받는 대우는 참담하다. 아내가 무급으로 그렇게 가족을 위해 일을 하지 않는다면 유지되지 않을 가정인데 그에 대한 감사가 없다.


물론 최근에 많은 부분들이 바뀌어가고 있다. 하지만 결혼 후에 아이 없이 집안만을 돌보는 여성에 대해서 맞벌이하는 여성의 시각은 좀 따갑다. 왜 일을 하지 않느냐는 것이다. 집안을 온전히 꾸려나가는데 한 명의 노동이 온전히 필요함에도 말이다. (집안일의 세계는 아주 오묘해서 잘하려 하면 할수록 일이 많아진다...)


돈을 벌 수 없다면 가치 없는 것- 그것이 이 자본주의 사회의 핵심 메시지이다.


과거 여자들에게 아무런 권리도 자격도 없었던 시절이 불과 100년도 되지 않았다는 걸 아는가. 그리고 그 여성들에게 경제력이 생기며 자유와 권리가 주어지기 시작했다는 것도 아는가. 그렇게 시작된 자유와 권리이기 때문에 돈을 벌지 않는 여자들에 대한 시선이 이렇게 참담한 것이다.


이러한 시각은 노인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이다. 물론 굉장히 무례한 노인들이 있다는 것도 인정한다. 하지만 온 사회가 노인들을 배척하는 방향으로 나가고 있다는 것을 인식해야 한다.


몸이 불편해 천천히 버스에 오르는 노인들, 버스에서 내리다 다친 노인들. 그들을 향해 버스 시스템이나 구조를 바꿔야 한다는 말보다 아프면 집에나 있지.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더 많다. 출근시간 북적대는 지하철에 노인들이 있으면 '할 일이 없으면 출근시간 피해서 나오지'라고 말한다.


노인들은 사회의 잉여라고 생각하는 시선, 그들은 경제활동을 하고 있지 않다는 생각. 그 모든 것들이 노인 혐오의 시작이다. 자신의 주소비자가 아니라면 서비스를 받을 가치도 없어지는 사회. 키오스크, 딜리버리 앱, 핀테크, 그 모든 것들은 주 소비층을 향해있다. 그리고 그렇지 못한 사람들은 시간과 에너지를 써가면서도 제대로 된 서비스를 누릴 수 없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어쩔 수 없는 거 아냐라고 말하는 당신!


[] 당신은 4대 보험이 되어 있는 직장에서 일하기 원하는가.

[] 최저시급이라는 것이 좋은 제도라고 생각하는가.

[] 주 5일제가 좋은가.

[] 한국의 의료보험시스템이 좋다고 생각하는가.

[] 재난지원금을 받아서 기뻤는가.


그렇다면 당신은 그렇게 말해서는 안된다. 앞서 말한 모든 것은 브레이크 없이 달려가는 자본주의를 막기 위해 오랜 싸움을 통해 얻어낸 것이다. 당신들의 선배들이, 이 땅을 사람답게 살아가게 하기 위해 애써서 노력해서 얻어낸 것이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어쩔 수 없이 약자의 위치에 놓이는 노동자들이 아무런 보호도 받지 못한 채 24시간 7일 동안 위험한 환경에서 일하지 않도록 보호하기 위한 것이다. 저 위의 모든 것들이 생긴 지 불과 몇십 년 되지 않았고 저 모든 것들이 제대로 작동하는 나라는 손에 꼽는다는 것도 알고 있는가.


우리는 이제 더 이상의 혐오를 멈추고 이 자본주의가 더 이상 흉측한 야수가 되어가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 그리고 우리의 혐오는 당연한 것이 아니라 야수 자본주의의 날카로운 발톱인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 이대로 가면 정말 마르크스가 말하던 프롤레타리아의 혁명이 일어날지도 모를 일이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