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수자본주의사회에서의 혐오에 관하여 (1)
처음으로 맘충이라는 말을 알게 되었을 때의 충격을 잊을 수 없다. 아이를 데리고 다니며 피해를 주는 엄마들을 부르는 말이라는데 그 속에 숨겨진, 여성 더 나아가 약자에 대한 혐오가 너무도 강하게 느껴졌다. 길거리에서 담배를 피우고 가래침을 뱉으며 공공장소에서 큰소리로 떠들고 카페에서 아르바이트생에게 반말을 하며 삿대질을 하는 한국 남성들에게는 그 어떤 이름도 없었기 때문이다. 왜 밤잠 설치며 아이를 키우고 다 늘어난 티셔츠를 입고 짬을 내 커피 한잔 마시러 나온 엄마들에게 이렇게 혐오를 쏟아내는 걸까.
노키즈존이 점점 늘어나는 것도 안타까운 일이다. 아이에게 관대하지 않은 사회는 약자들에게 관대하지 않다는 말이다. 나이를 이유로 누군가의 출입을 금하는 곳은 술집과 같은 유흥시설이면 족하다. 즉, 이용자의 안위를 위해 금하는 것은 사회를 보호하기 위한 것이다. 하지만, 노키즈존처럼 이용자들의 편의를 위해 누군가의 출입을 금하는 것은 과거의 인종차별과 같은 맥락이다. 인종차별이 횡횡하던 시절에는 흑인과 백인이 다른 화장실, 학교, 식당을 이용했다. 그것이 당연한 듯 여겨졌다. 지금 노키즈존을 만든 사람들, 이용하는 사람들 모두 당연한 듯 말한다. 나는 내 돈을 내는 장소에서 아이들로 인해 불편하고 싶지 않다. 내 카페에 내 식당에 어린이들이 오는 것이 싫다. 이러한 맥락은 특정 연령의 사람이 들어오지 않으면 좋겠다 나아가 특정 성별 장애 등 모든 것에 대한 차별이 가하도록 이어진다. 왜 이것들이 가능한가. 모두가 용인하는가. 아주 많은 원인이 있겠지만 이 모든 일의 근간에는 아무런 통제 없는 약육강식의 야수 자본주의가 있다.
결국 자본주의 사회에서, 특히 아무런 제동장치 없는 자본주의(feat. 미국)에서 비롯된 패러다임이 한국사회의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돈이 없고 생산성이 떨어지면 그 가치가 떨어진다. 세렝게티 초원에서 나이 들어 도태된 늙은 물소가 무리에서 버림받고 하이에나들에게 먹히는 것과 같다. 그러한 사회에서 생산성이 없는 이들을 혐오하고 억누르는 것은 너무도 당연하다. 그들보다 인간이 가진 가치보다 더 중요한 것은 돈이기 때문이다. 돈을 위해서라면 약자들을 하나둘 밟아도 아무도 뭐라 하지 않는 것이다. 내가 먼저 먹고살아야지- 라는 말은 이러한 맥락에서는 혐오를 정당화하는 것이다.
그렇게 생산성 없는 어린이들을, 그리고 엄마들, 더 나아가 노인들까지. 공동체성, 관계가 사라진 사회, 돈으로 내가 산 모든 시간은 나의 것이라고 주장하는 사회에서 소란스러운 어린이는 방해물이 될 뿐이다. 돈을 벌지 않고 남편이 벌어다 주는 돈을 노는 (것처럼 보이는) 엄마들을 보는 것이 불편할 뿐이다. 노인 혐오도 더 많은 요인들이 엃혀있지만 결국 야수 자본주의의 민낯이다.
이 사회가, 돈이 최고인 사회에서 생산성이 없는 이들을 혐오하고 억누르는 것은 너무도 당연하다.
여자, 어린이, 노인에 대한 혐오를 쏟아내는 사람들 조차 언젠가 약자의 위치에 놓일 테고 아이를 가질지도 모르고 자신의 아내가, 자신의 부모가 그런 위치에 이를 것이다. 그들 자신도 곧 노인이 될 것이고 키오스크 앞에서 당황하는 노인처럼 그 시대 앞에 분명히 당황할 텐데. 그때 그들은 누가 지켜줄까.
야만적, 야수적 자본주의는 공동체와 관계성을 깨트렸고 가치 없는 인간에 대한 혐오를 불러일으킨다. 돈이 최고가 되어버린, 돈이 아니면 아무런 가치가 없는, 돈이 아니면 움직이지 않는 이 세상. 지혜와 철학의 가치가 사라진 사회에서 돈이 없다는 것, 일 하러 갈 곳이 없다는 것은 남은 수명과 상관없이 이미 수명이 다한 것인지도 모르겠다. 브레이크 없는 자본주의, 에어백 없는 자본주의는 결국 모두를 파멸로 이끈다. 현재 철저한 계급주의 사회로 향해가는 미국처럼.
자본주의는 만능이 아니다. 우리 모두를 움직일 수 있는 가장 큰 동인이 "돈"이라 지금까지 유지된 것이지 최선은 아니다. 앞으로도 계속 개선되어야 하고 보완되어야 한다. 우리는 동물이 아니니까. 우리는 세렝게티 초원에 사는 게 아니니까. 우리는 인간 人間 이니까.
ps. 물론 타인에게 많은 불편과 피해를 끼치는 일부 사람들로 인해 이런 용어가 생겼다는 것도 부인하지 않는다. 그러한 사람들이 생겨나는 것도 자본주의+이기주의의 결합의 산물이다. 그리고 그에 대한 대응이 맘충이라는 용어, 그리고 노키즈존이라는 것도 또한 같은 맥락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