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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박하 Nov 05. 2023

워킹맘의 주말은 일요일 오후부터 시작된다

주말은 힘들어 

주말은 정말 정신이 없다. 아침에 아이 학교준비 해주는 것이 빠져서 조금 잠을 더 잘 수 있다는 것 이외에는 정신이 하나도 없다. 세끼 밥을 다 챙겨야 하며 틈틈이 냉장고 정리에 밀린 청소까지 하다 보면 주말이 어떻게 지나가는지도 모르겠다. 장을 보러 마트를 다녀오거나 아이와 함께 어디 공원이라도 다녀오면 주말은 눈 깜짝할 사이에 지나간다. 이번 주말은 일까지 겹쳐서 더 정신이 없었다. 프리랜서 번역가는 언제나 일하는 중이기 때문에 수시로 노트북을 열었다 닫곤 한다. 


아이와 남편이 나를 부르는 소리가 잦아드는 일요일 오후. 그제부터야 주말이 시작된다. 주말 내내 실컷 논 아이는 티브이나 책을 보고 혹은 만들기를 열심히 하고 그림을 그린다. 남편도 이제 다가오는 월요일 준비로 본인 방에서 나오지 않는다. 점심에 돈가스 열심히 튀기고 우동 끓여서 잔뜩 차려 주었더니 둘 다 저녁은 간단히 먹겠다고 한다. 


이제야 나의 시간이 찾아온다. 주말 저녁은 간단히 뭘 시켜줘도 좋지만 집밥 챌린지 중이라서 남편에게는 간단한 샐러드, 아이에게는 콩나물국에 계란 간장밥을 해줄 예정이다. 나는 채소과일스무디 한잔이면 끝이다. 주말 내내 밥 해 먹고 집안일하며 정신없이 지내다 보면, 산다는 것, 먹고사는 것 너머의 의미를 잊어버린다. 그러면 종종 허무가 찾아온다. 그렇기에 허무를 주워 담고 다시 한번 마음을 조이는 시간이 필요하다.


나에게는 일요일 오후부터 월요일 오전까지가 그런 시간이다. 


먼저, 일주일 동안 연재할 브런치 글들을 챙긴다. 글을 50% 정도씩은 써 두어야 5일 동안 안정적으로 연재를 진행할 수 있다. 그래서 집안일하는 틈틈이 노트에 메모를 해두었다가 일요일 오후 평화로운 시간이 찾아오면 맹렬하게 글을 쓴다. 글을 쓰는 데에는 에너지가 꽤나 들지만 그래도 이렇게 시간을 내어 짬짬이 글을 쓰는 것이 나에게 오히려 더 힘을 준다. "나는 이렇게 짬짬이 글도 쓴다"라는 그 사실만으로도 자아효능감이 생긴다. 여담으로, 최근 가벼운 노트북을 새로 마련했는데 거실이며 침실이며, 부엌을 가지고 다니며 글을 쓴다. 사실 맥북만큼 두드리는 느낌이 좋지는 않지만 그래도 만족하며 사용하고 있다. 가벼워서 좋다. 짐 많은 워킹맘에게는 가벼운 것이 최고다. 


그다음에 플래너 정리를 한다. 프리랜서 번역가에게 중요한 것은 영업이다. 이력서를 업데이트하고 공고가 올라온 곳들은 물론 수시 모집에도 열심히 이력서를 돌려야 한다. 이번주에 이력서 낼 곳들을 서치하고 리스트를 정리해 둔다. 각 회사마다 모집 양식이 다르기 때문에 하루에 10개 넣는 것도 쉽지 않은 일이다. 그래도 안정적으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반드시 해야 할 일들이다. 어디에 넣을지 정리하는 일은 어렵지 않다. 그래서 지금 해두는 것이 좋다. 이것을 주중에 하면 안 된다. 리스트업만 해도 뭔가 한 것 같아서 다음 진도 나가기가 어렵다. 계획의 효과라고 하던가? 계획을 너무 열심히 세우면 그것만 해도 뭔가 한 거 같아서 실행력이 떨어진다는 내용을 어디서 본 것 같다. 그래서 가능한 계획들은 이렇게 여유 시간에 해두는 편이 더 좋다. 


마지막으로 공부 스케줄을 점검한다. 영어는 어떻게 해도 해도 어려운지, 번역 소프트웨어는 어떻게 더 매끄럽게 잘 돌릴 수 있는지, 주로 하는 분야의 번역은 어떻게 되고 있는지 등등할 일이 많다. 이것도 월요일에 하는 것보다 지금 해두고 월요일 오전부터 바로 시작하는 것이 좋다. 그래서 이번주 공부할 분야들을 찾고 정리한다. 다시 예전 외시용 영어 강의를 다시 듣고 있는데 영어실력의 한계와 함께 성장통을 경험할 수 있는 좋고 어려운 강의이다. 운동을 할 때 너무너무 힘들 때 한번 더 하는 것이 실력과 근육을 키워준다고 들은 것 같다. 공부도 그런 것 같다. 정말 모르겠고 어려운 순간들에 부딪혀야 성장한다. 


이렇게 스케줄들을 정리하고 나면 이제 월요일을 맞이할 준비가 된다. 월요일 오전까지는 조금 여유 있게 진행하는 편이다. 월요일 오전이야말로 정말 쉴 수 있는 시간이라 커피 한잔 앞에 놓고 가만히 있기도 한다. 카페에 가면 좋은데 이 역시 집밥 챌린지 기간이라 네스프레소 한잔으로 대신한다. 다시 월요일이 찾아오고 11월도 둘째 주에 접어든다. 다사다난 2023년이 지나가고 있다. 허리를 펴고 숨을 깊게 들이마시고 최선을 다해 마무리해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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