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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박하 Nov 07. 2023

식은 커피가 좋다

몰입의 힘

적당히 식은 커피를 좋아한다. 특히 뜨거운 커피를 내려서 곁에 두고 한참 일을 하다 적당한 온도로 식은 커피를 마시면 가장 좋다. 그러려면 커피를 두고 충분한 시간을 몰입해야 하는데 아직은 그러기가 쉽지가 않다. 글 하나 쓰는데 몇 번이고 뜨거운 커피잔을 들었다 놨다가 한다.



오랜만에 일과 공부를 시작하니 몰입이 충분히 되지 않는다. 한동일 교수님도 공부를 쉬셨다가 다시 하시려니 거의 몇 주정도 공부 모드로 전환하기 위해 애를 쓰셨다는 이야기를 읽었다. 몰입에 대해서는 많은 책과 영상에서 다루고 있으니 자세히 이야기하지는 않으려 한다. 사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잘 모르긴 한다.


핵심은 충분한 시간을 들여서 엉덩이를 붙이고 앉아서 몰입할 수 있는 모드로 전환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것이다. 절대적인 시간이 필요하다. 특히 인스타나 유튜브의 숏폼으로부터 벗어나야 한다. 숏폼들이나 짧은 피드들이 뇌, 특히 전두엽을 망가트린다. 전두엽이 망가지면 통제력을 잃게 되고 과한 행동들을 하게 될 수 있다.


한동안 쉬면서 인스타나 유튜브의 릴스나 숏츠를 많이 봤더니 단 10분도 강의가 듣기 어려워지는 경험을 했다. 또 이력서나 지원과정, 일하는 과정에서 조금만 힘들어져도 집중을 못하게 되는 것을 발견했다. 조금만 이렇게 내버려 두면 금세 망가져 버린다니 놀랍기도 하고 늘 마음을 다잡고 성실히 살아야 하는구나 하면 조금 답답해지기도 한다. 잠은 죽어서 자자 이런 스타일은 결코 아니다. 그래도 건강하게 남은 생을 하고 싶은 일들을 하면서 지내려면 나 자신을 어느 정도는 일정한 건강한 습관 속으로 들어가야 한다는 것을 믿는다.


그래서 요즘은 쉬는 시간에 책을 읽거나 그냥 쉬려고 "노력"하고 있다. 유튜브가 보고 싶으면 쉬는 시간을 따로 떼어서 알고리즘이 주는 짧은 영상을 그냥 보는 것이 아니라 좋아하는 유튜버나 프로그램을 찾아서 보려고 한다. 그래도 정말 어려운 일이다. 일하다가 10분 정도 쉬려고 커피도 내리고 스트레칭도 하다 보면 나도 모르게 손이 인스타로 향한다. 아무 의미 없는 빌런 시댁 썰이나 파혼이야기 이혼이야기들처럼 자극적인 이야기에 손이 간다. 보고 나면 기분도 좋지 않은데 왜 그렇게 손이 가는지 그런 내용들이 주는 도파민이 상당한 것 같다.


해리포터 작가도 집필기간에는 SNS를 끊었다고 한다. 그리고 유명한 학자들, 칼 구스타프 융이나 찰스다윈은 리츄얼, 즉 규칙적인 생활들을 지속했다고 한다. 아침에 일어나 산책을 하고 일정시간에 식사를 하고 집중하는 시간을 가지는 것이 필요하다. 무라카미 하루키도 규칙적인 삶을 사는 것으로 유명하다.


그래서 최근에 집밥 챌린지를 하면서 조금은 규칙적으로 살고 있다. 아침에 일어나 도시락을 싸고 감사일기를 쓰고 스트레칭을 하고 브런치에 글을 쓴다. 그리고 아이를 학교에 데려다주고 돌아와서 집안일을 간단히 하고 일을 시작한다. 이제 이곳에 SNS를 줄이려는 노력이 더 들어가야 할 것이다. 몇 번이고 유튜브와 인스타를 지우기도 해봤는데 힘들게 다시 다운로드하는 나를 보면서 다른 방법을 찾아야겠다고 생각했다.


오늘도 아침에 일어나 도시락을 챙기고 머리를 감고 감사일기를 쓰고 이렇게 브런치에 글을 쓰고 있다. 이 글을 쓰면서 뜨거운 커피를 몇 번이나 들었다가 놨는지 모르겠다. 글을 마무리할 지금에야 적당히 식은 커피를 한 모금 마신다. 오늘도 집중해서 한 발짝 더 나아가는 나를 격려하며 하루를 시작한다.



사진: Unsplash의 Jakub Dziuba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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