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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박하 Nov 08. 2023

떡볶이는 어떻게 끊나요

다이어트해야 하는데 

내 소울 푸드는 떡볶이다. 여기에 김밥까지 있으면 정말 매일 매끼 먹을 수 있을 정도이다. 쌀떡을 좋아하고 다 먹고 김가루 뿌려서 밥 볶아 먹는 걸 좋아한다. 양배추와 대파도 듬뿍 넣어 먹으면 천국이다. 어묵을 줄이기 위해서 요새는 표고버섯을 넣어먹는데 그것도 별미이다. 


한국에 들어와 가장 많이 해 먹거나 시켜 먹은 음식이 떡볶이이다. 이 덕에 몸무게가 3kg이나 늘었다. 토실하게 오른 볼살을 당기며 지방이식은 안 해도 되겠다고 위로를 하다가 뱃살을 잡고는 이제는 당분간 떡볶이를 끊어야겠다고 생각했다. 


운동은 전혀 못하고 있었는데 최근에 집에서 하루 30분씩 요가를 따라 하고 있다. 유튜브에 많은 30분 요가가 있어서 따라 하는데 꽤나 힘들어서 열심히 따라 하고 있다. 아파트 체육관에서 걷기도 해야 하는데 3분 거리 체육관이 마치 3일 거리처럼 멀게 느껴져서 아직 한 번도 못 갔다. 


떡볶이를 끊겠다면서 가장 먼저 한 것은 마지막 떡볶이를 만드는 일이었다. 이제 당분간 못 먹으니 잔뜩 만들어 먹어야지 생각한 나는 어쩌면 이 단계에서부터 글러먹었다. 아무튼 떡국떡을 잔뜩 넣고 양배추와 대파, 그리고 마지막이니 어묵도 잔뜩 썰어 넣었다. 떡볶이 양념은 시판 소스를 이용한다. 집에서 이리저리 해봤지만 쿠팡에서 파는 소스가 가장 맛있었다. 


마지막 떡볶이는 아니고 그전에 먹은 표고 떡볶이 


프라이팬 가득 떡볶이를 만들어서 앉았다. 아무의 방해도 없는 점심시간이다. 좋아하는 유튜버의 영상을 틀고 먹기 시작한다. 마지막이라 생각하니 지나치게 맛이 좋다. 꼭꼭 씹어서 천천히 먹는다. 역시 대파가 많이 들어가니 시원하고 맛이 좋다. 줄어드는 떡볶이가 아쉽다. 드디어 채소도 다 건저 먹고 국물이 남았다. 여기에 오랜만에 흰밥과 김가루, 참기름을 뿌려서 밥을 볶는다. 살짝 눌린 볶음밥은 최고의 후식이다. 바닥까지 긁어서 먹고 나니 아 이렇게 행복할 수가


나는 떡볶이를 끊을 수 있을까


그래도 일주일에 한 번씩 먹던 거 한 달에 한 번으로라도 줄여보려고 한다. 이제 먹었으니 한 달 후에나 먹을 수 있다. 더 먹을 걸 그랬나 싶기도 하다. 고기 끊는 것은 하나도 안 어려웠는데 떡볶이 끊는 것은 이렇게나 어렵다. 


떡볶이는 이전에 어떤 글에서도 밝힌 것처럼 나와 무궁한 역사를 가지고 있다. 특히 우울하고 힘든 날에 먹던 떡볶이는 나에게 그 누구도 줄 수 없는 위로를 준다. 원래 힘들 때 먹는 것들이 중독이 된다고 했다. 술도 담배도 힘들 때 하는 것들은 다 중독이 되기 쉽다. 그렇다 나는 떡볶이 중독이다. 


https://brunch.co.kr/@seoparkha/63


뭔가에 중독이 되는 것, 무엇 없이 못 사는 것, 인생에 그런 것 하나 즘 있다고 해서 나쁠 것은 없다. 그것이 건강을 해치는 것이 아니라면 말이다. 나는 지금 살이 올라서 잠시 안녕을 고하려고 한다. 안녕 떡볶이.한달 후에 만나. 



사진: Unsplash의 Sanju Pandit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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