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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박하 Nov 10. 2023

오랜만에 겨울

한국에서 맞이하는 입동

꽤 오랫동안 겨울을 한국에서 온전히 다 보낸 적이 없다. 크리스마스도 설날도 낯선 이국땅에서 맞이했었다. 특히 적도 주변의 나라들에서 지냈었다 보니 늘 더운 크리스마스를 맞이했었다. 더운 나라도 크리스마스는 꽤 크게 챙겨서 마트에 주렁주렁 걸려있는 트리 장식이나 울려 퍼지는 캐럴을 들으며 아 한국은 겨울이겠구나 생각했다. 


얼마 전 입동에 날씨가 추워져서 입김을 후하고 불 수 있어 아이가 신기해했다. 물론 종종 한국에서 겨울을 보내기는 했지만 초겨울부터 겨울이 끝날 때까지 있어본 적은 너무 오래간 만이다. 이제 곧 내릴 눈도 기대가 된다. 벌써부터 난방비 걱정이 되지만 또 내복과 수면양말로 잘 가봐야지 생각한다. 


겨울은 역시 뭐니 뭐니 해도 겨울 간식이다. 나는 붕어빵을 정말 좋아한다. 붕어빵의 근본은 역시 팥이라서 팥 붕어빵을 사 먹는 걸 정말 좋아한다. 서울에 회사 앞에 유명한 붕어방 집이 었었다. 아마 지금도 잘 팔리고 있을 것 같다. 강남역 붕어빵이라고 검색하면 나오는 곳인데 정말 바삭바삭하고 맛있다. 퇴근길에 만원 어치씩 사서 냉동실에 넣었다가 에어프라이어에 돌려 먹고는 했었다. 


이 도시는 아마도 길거리에서 파는 붕어빵을 만나기란 어려운 일이다. 케냐며 카메룬이며 들고 다녔던 붕어빵 만드는 팬을 꺼내야 하나 생각했는데 다행히 오뚝이에서 냉동붕어빵을 파는 것을 마트에서 발견했다. 막 만들어 먹는 맛은 아니지만 붕어빵에 대한 그리움을 달래는 데는 충분했다


아이는 눈썰매장에 갈 생각에 온통 들떠있다. 어제는 페파피그에서 스케이트장이 나온 걸 보더니 겨울방학에는 스케이트를 타야겠다며 스케이트를 타는 흉내를 낸다. 한국에 눈이 많이 내렸다는 기사가 뜨면 친구들의 인스타그램에는 온통 눈사람과 눈싸움 사진으로 가득해진 걸 보며 아이와 늘 부러워했었다. 이제 올 겨울에는 그런 소소한 행복을 누릴 수 있을 거 같아서 잔뜩 기대하고 있다. 그래서 아이가 좋아하는 핫초코도 사두었다. 


올 한 해는 정말  다사다난의 끝이었다. 너무 많은 변화가 있었고 에너지를 온통 사용해야만 했다. 대신 이런 기쁨들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어 다행이다. 여름이 지나 가을, 그리고 겨울 냄새로 가득해지면 아마 더 기쁜 일들이 찾아올 거라고, 우리들 삶이 다만 이렇게 힘들지만을 않을 거라고 믿으며 숨을 깊이 들이마신다. 




사진: Unsplash의 Nature Z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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