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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박하 Nov 13. 2023

그래도 학교는 가야지

하기 싫어도 해야 하는 일들 

아이는 학교를 가기 싫어한다. 처음에는 외국에서 있다 와서 적응하느라 그랬으니 여러 가지 간식과 선물로 회유해서 달래 가며 학교에 보냈다. 그러다 한글이 서툰 학생들 대상으로 하는 한글 수업을 받게 되면서 신나게 학교를 다니게 되었다. 사교육과 학교에서 지원해 주는 수업에 힘입어 아이의 한글은 빠르게 늘었고 8주간의 수업을 끝으로 한글 수업도 끝나게 되었다. 그러다 다시 아이는 학교에 가고 싶어 하지 않아 했다. 


한 아파트에서 아이를 낳고 기르는 2학년 쌍둥이 엄마인 친한 언니에게 아이가 학교를 가기 싫어한다고 했더니 본인 아이들도 그렇다며 아이들은 다 학교에 가기 싫어한다고 해주었다. 그렇다. 늘 학교는 가기 싫은 곳이었다. 방학이 기다려지는 것, 주말이 기다려지는 것은 학생일 때나 또 직장인이 되어서나 똑같다. 


아이는 오늘도 아침에 억지로 몸을 일으키며 "엄마 학교 가기 싫어요"라고 한다. 왜냐고 물으면 엄마아빠가 없어서라고 한결같이 이야기한다. 자기는 이제 한글도 더하기 빼기도 잘하는데 학교에 가고 싶지 않다고 이야기하는 아이에게 곱하기와 나누기도 할 줄 알아야 한다고 이야기하며 밥을 먹이고 옷을 입혀 학교까지 데려다준다. 다행히 다정한 친구들과 선생님 있어서 울고불고하지는 않는다. 가끔 몸이 정말 안 좋을 때는 울기도 하는데 그럴 때는 잘 살펴야 한다. 


아이가 학교 가기 싫다고 할 때, 받아쓰기하기 싫다고 할 때, 숙제학기 싫다고 할 때 "하기 싫어도 해야 하는 일들이 있어"라고 이야기하며 과연 그런 일들이 뭐가 있을까 생각을 해보게 되었다. 하기 싫어도 꾸역꾸역 해야 하는 일들은 대부분 우리들의 삶을 윤택하게 해주는 것들이다. 


영어단어를 외우거나 운동을 하거나 청소하는 일들, 다 너무 하기 싫지만 해야만 하는 일들이다. 물론 좋아서 하시는 분들도 많이 있으시다. 하지만 내 기준에서 책 읽고 글 쓰고 요리하는 것 이외의 일들은 다 에너지를 내어서 의지를 가지고 하게 되는 일들이다. 플래너에 적고 했다고 표시하면서 나 자신을 다독이며 해야 하는 일들이다. 


때로는 이러한 삶이 길고 지루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매일의 삶에서 똑같이 해야 하는 일들을 주르륵 쓰다 보면 기운이 빠지기도 한다. 하지만 생각해 보면 이렇게 나 자신을 돌볼 수 있는 시간이 언제였나 생각하며 감사하게 된다. 삶은 언제나 예상과 다르게 나를 이끌어왔다. 지금 나에게 주어진 건강하고 알찬 하루를 매일매일 잘 보내다 보면 곧 새로운 삶이 펼쳐질 것이라고 나는 믿고 있다. 


스티브 잡스가 말했던 connecting the dots를 기억한다 


You can’t connect the dots looking forward; you can only connect them looking backwards. So you have to trust that the dots will somehow connect in your future. You have to trust in something? your gut, destiny, life, karma, whatever. This approach has never let me down, and it has made all the difference in my life.


지금은 이리저리 흩어져 있는 나의 점들이 연결될 것을 믿는다. 그리고 그것은 오늘도 하기 싫은 일들을 성실히 해내며 준비할 때 돌아온다는 것을 믿는다. 오늘도 해야 할 일들을 아침에 일어나 적었다. (어제 전기장판을 처음으로 켜고 잤더니 조금 늦잠을 잤다 ㅎㅎ) 그리고 하나를 지우고 두 번째 일을 시작하려 한다. 오늘도, 또 한주도, 11월도, 또 남은 2023년도 늘 그렇든 우리들의 성실함으로 꽉 찬 날들이 되길 바란다. 


사진: UnsplashCD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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