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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박하 Nov 14. 2023

집밥 30일 챌린지 하고 80만 원 아낀 이야기

돈에 대한 감각 살리기 

집밥 챌린지를 시작한 지 벌써 한 달이 되어간다. 11월 16일이면 한 달이 된다. 그동안 배달 음식과 외식을 참기 위해 얼마나 애를 썼는지 모른다. 하루 일과를 바쁘게 끝내고 저녁 식사를 준비하려고 할 때면 피곤해서 배달의 민족을 열었다가 닫았다가 했다. 다행히 딸이 집밥을 훨씬 좋아해서 언제나 내가 해주는 단순한 음식들을 원했기 때문에 유혹을 이기고 음식을 해줄 수 있었다. 온 가족이 독감에 걸린 이후 체력 저하를 이기기 위해 떡볶이와 불닭볶음면을 하도 먹어서 그만 살이 3kg이나 쩌버려서 다이어트를 시작하면서 샐러드를 주로 먹게 되면서 배달에 대한 유혹도 더 줄여갈 수 있었다.


그리고 오늘 그간에 장본 것들과 생활비를 정산해 보았는데 놀랍게도 80만 원이나 생활비를 줄일 수 있었다. 한동안 한국에 정착하느라 구입한 것들이 많아서 생활비가 아주 많이 나간 것도 있었는데 그래도 놀라운 변화였다. 배달 음식을 그간 80만 원이나 먹은 것은 아닐 텐데 (그럴지도) 왜 이렇게 생활비가 줄어들었는지 생각해 보았다. 우선 커피값을 줄인 것도 컸다. 매일 5천 원씩 한 달에 10만 원 정도를 사용하다가 지금은 일주일에 만원도 쓰지 않는다. 네스프레소 맛이 왠지 밍밍해서 수프리모 가루커피로 옮겼다. 커다란 한 봉지로 2주째 먹고 있다. 하지만 더 큰 것은 돈에 대한 감각이 살아난 것이다.


열심히 적은 식단들


전에 글에서도 쓰긴 했던 거 같은데 집밥을 먹으면서 신기하게 옷이나 화장품도 좀 덜 사게 되었다. 소비에 대한 마음, 돈에 대한 감각이 달라진 것이다. 이전에는 배달음식 3-4만 원을 시키고 나면 화장품이나 그런 것들도 4-5만 원씩 주문하는 게 별것 아니게 느껴지곤 했었다. 하지만 일주일 장 보는 비용 7-8만 원씩 가계부에 적다 보니 배달음식을 예전에 3-4만 원씩 어떻게 시켜 먹었지 생각이 들었다. 돈에 대한 감각이 예민해진 것이다.


소비는 소비를 부른다. 돈을 쓰면 쓸수록 더 쓰게 되는 것 같다. 소비의 연쇄작용에 대해서는 많이들 알고 계실 것 같다. 디드로 효과(Diderot effect)라고 해서 오래된 가운을 버리고 멋진 가운을 선물 받았더니 그에 맞는 책상을 바꾸고 후에 가구와 인테리어까지 다 바꾸게 된다는 말이다.


뭔가를 보는 눈이 높아지면 그것을 낮추는 것은 매우 힘든 일이다. 돈에 대한 감각이 무뎌지는 것이다. 이렇게 감각이 무뎌지면 보태보태 병도 나타난다. 자동차를 살 때 조금만 보태면 상위버전을 살 수 있는데 생각하면서 결국 모닝에서 롤스로이스까지 간다는 내용이었다.


이러한 현상은 비단 자동차에서만 나타나는 것은 아니다. 한국에 들어와 엉망이 된 몸과 마음을 추스르면서 화장품을 좀 샀었는데 그때마다 늘 이런 생각이 드는 것이었다. 여기에 1-2만 원만 보태면 명품화장품을 살 수 있는데 하면서 그냥 한국 브랜드 쿠션을 써도 되는데 그보다 2배 되는 가격의 쿠션을 찾아보고 있는 것이다. 배달음식 한번 안 먹으면 되지 뭐라며 정당화시키려는 자신을 발견했었다.


하지만 집밥을 먹으면서 일주일에 7-8만 원이면 많아야 10만 원 정도면 일주일을 보낼 수 있는데 그 돈의 1/3을 화장품에 더 쓴다는 것이 말도 안 되게 느껴졌다. 그래서 나름대로 과감하게 소비를 줄일 수 있었다. 그렇게 소소하게 줄여간 돈들이 쌓이다 보니 놀랍게도 80만 원이나 줄여갈 수 있었다. 그동안 마음을 돌본다는 핑계로 돈을 많이 쓰고 있긴 했었지만 그래도 이렇게 점점 줄여갈 수 있어서 다행이고 감사했다.


이제 챌린지가 끝나가서 기념으로 가족과 함께 배달음식을 시켜 먹기로 했다. 앞으로도 한 달에 한번 정도만 배달 혹은 외식을 하고 쭉 집밥 챌린지를 이어가 보려 한다. 정말로 배달음식값 커피값 아껴서 집을 사보려고 한다. 그래서 언젠가 집밥 해 먹고 집산 이야기라는 글을 올릴 수 있으면 좋겠다.



사진: UnsplashKevin McCutche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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