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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박하 Dec 08. 2023

매일 거절 메일을 받으며

이력서 600개 넣기

이력서를 정말 닥치는 대로 넣고 있다. 다양한 일을 하고 있지만 또 다 짧은 일이라서 지속적으로 이력서를 넣어야 한다. 아직은 관련 경력이 길지 않아서 특히나 일을 아직 안정적으로 받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이력서를 계속 넣는 것이 중요하다.


이력서를 어디에 넣었는지 링크드인으로 어디에 지원을 했는지 스프레드 시트를 보지 않으면 알기가 어렵다. 프리랜서 등록을 하다 보면 기시감이 들어보면 이미 지원한 적이 있는 곳이기도 하다. 일이 많은 날을 제외하면 매일 10개 정도의 이력서를 제출하곤 한다. 이력서 넣는 게 생각보다 에너지가 많이 들어가는 일이라서 하루에 더 넣고 싶어도 넣지 못한다.


그리고 언제 지원했는지 가물가물한 곳들에서 매일 밤마다 거절 메일을 보낸다. 번역가만 지원하는 것은 아니고 그동안 내가 해온 일들에 관련된 분야에는 대부분 이력서를 작성한다. 초기에 이력서 정리와 커버레터 정리가 오래 걸려서 하루종일 걸리기도 했는데 지금은 많이 넣다 보니 넣는 게 어렵지 않아서 더 많은 곳에 지원하고 있다. 그리고 더 많은 곳에서 거절 메일을 받는다.


한국에 있는 기업의 경우에는 그래도 뭐랄까 최대한 정중하게 거절을 보내는 편인데 외국계 기업들은 가차 없다. 답이 없는 경우가 더 많은데 답장이 오더라도 번역체라 그런지 더 직접적인 편이다. 자다가 2-3시쯤 눈이 떠지면 메일 함을 여는데 최근 일주일 동안은 매일 같이 거절 메일이 들어있었다.


처음에는 잠이 깰 지경이었는데 이제는 그런가 보다 하고 다시 잠을 청한다. 이제 나는 겨우 100개의 이력서를 돌렸기 때문이다. 목표는 600개 정도이다 매일 주말 없이 2달을 돌려야 하는 수치이다. 지금 일이 너무 많아서 넣을 수 없는 때를 제외하고 130개 정도 넣었는데도 일이 조금씩 들어오고 있어서 이력서가 조금씩 채워지고 있으니 아마 600개즘 돌릴 때면 많이 안정이 되어 있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다.


들어오는 일들이 다양하고 처음 해보는 일이라도 다 하는 편인데 그러다 보니 내가 잘할 수 있는 일들이 무엇인지를 조금씩 알아가고 있다. 결국 글과 말을 다루는 일을 하는 일을 해야 하는 것이 아닐까 생각하고 있다. 심리학에 가까운 조직행동을 전공한 것도 나중에 다 도움이 되리라 이제야 생각하게 되었다.


그동안은 후회가 많았다. 사실 제일 후회한 게 박사를 한 것이었다. 그 시간에 차라리 회사를 다녔더라면 더 안정되지 않았을까 하고 말이다. 박사가 끝나고도 달라지는 것이 없는 삶을 보며 더 그런 생각을 하고 박사하고 지금 4년 차가 되었는데도 여전히 후회와 원망만 가득했다.


하지만 그런 마음들이 나를 얼마나 멈춰 서게 하고 주저앉게 하는지 이제야 알고 있다. 인생의 점들은 언제 어떻게 맞춰질지 알 수가 없다. 삶의 어느 순간에 아 그렇구나 깨닫는 것이다. 지금의 나는 알 수가 없다. 그저 매일을 열심히 살아가는 것, 그것만이 내가 할 수 있는 것이다. 오늘도 이력서를 넣을 곳들을 정리한다. 그리고 이력서를 또 수정한다. 오늘도 아마 거절 메일이 오겠지만 이제는 덜 힘들어서 다행이다. 다행인 것들, 감사한 것들, 그것에 집중하는 것, 그것이 오늘 내가 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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