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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박하 Dec 11. 2023

아이가 아프면 많이 먹는 엄마

2번째 독감을 맞이하며

아이가 또 독감에 걸렸다. 단체생활하면 어쩔 수 없다지만 열이 40도씩 오르내리는 아이를 보면 온몸에 힘이 빠진다. 하지만 엄마는 그럴 수 없는 법. 에너지 드링크를 마시고 세수를 한다. 밤새도록 2시간에 한 번씩 열을 재면서 해열제를 먹여야 하기 때문에 초저녁 잠든 아이 곁에 같이 눕는다.


새벽녘까지 잠못이루며 아이의 열을 재다가 언제 잠들었는지 모르겠다. 아침에 일어나 기억나는 건 새벽 3시 정도에 열이 어느 정도 잡혔던 것이다. 해열제를 먹여도 39도를 넘나들다가 38도 초반으로 떨어진 것을 보고 안심하고 잠이 들었다. 그리고 아침에 일어나 다시 열을 재보니 37도 후반의 미열만 있다. 이제 한고비 넘겼구나 싶다.


평소라면 아침을 간단히 먹는데 오늘은 잠든 아이 이불을 다시 덮어주고 나와서 양껏 차렸다. 비건 요구르트에 딸기에 그래놀라, 통밀빵까지 꺼내서 진수성찬을 차렸다. 아이가 아플수록 엄마는 더 힘을 내야 한다. 할 일도 여전히 많기에 기운이 필요했다. 오트밀크를 넣은 커피까지 완벽한 한상을 차려 꼭꼭 씹어 먹었다. 원래 밥을 정말 빨리 먹는데 전투모드에서는 꼭꼭 씹어 먹는다. 체하면 안 되기 때문이다.


오늘 아침


그리고 아이 먹을 것을 여러 가지 생각해서 아이의 아침을 준비한다. 아이가 한입이라도 먹으면 다행이니 다양한 옵션이 중요하다. 그리고 비장하게 똑닥을 열어 소아과 진료 접수를 준비한다. 10분 전부터 기다렸다가 진료접수를 한다. 거의 3초 컷인데도 대기가 44명이다. 오늘은 학교에 가지 않을 예정이라 마음의 여유가 있다. 아이가 일어나는 소리에 달려가 물을 먹이고 다시 열을 잰다. 미세하게 오르는 열을 느끼며 해열제를 먹이고 아침을 준비한다.


그래도 아이가 밥을 먹어서 다행이다. 평소 반도 안 먹지만 그래도 먹고 화장실도 잘 가니 걱정은 한시름 놓았다. 아이가 누워서 아이패드를 보는 사이에 나는 달려가 오늘 해야 할 일들을 처리한다. 오늘 테스크들을 조금 하고 원서 넣을 곳을 정리하다 보면 어느새 병원 갈 시간이다. 옷을 둘둘 말아 입히고 집 앞에 있는 소아과에 간다. 소아과는 언제나 만원이다. 한참 기다려 진료를 보고 아이가 독감이라는 걸 알았다. 약을 한 짐 처방받고 돌아오는 길에 아이가 분식집 떡꼬치와 피카추 돈가스가 먹고 싶다 하여 들렀다. 내가 좋아하는 건 신전 떡볶이이지만 한번 시키는 양이 너무 많으니 분식집에서 내가 먹을 떡볶이도 한 접시 포장했다.


집으로 돌아와 아이는 피카추를 나는 떡볶이를 먹는다. 이렇게 먹고도 나는 점심을 또 준비한다. 축 늘어지는 아이가 엄마를 10분에 한 번씩 부른다. 일하는 걸 놓고 매번 달려가면서도 친절함을 유지할 수 있는 것은 든든한 뱃속의 힘이다. 점심은 현미밥에 무채, 그리고 샐러드이다. 오트밀 넣은 라테도 추가한다.


오늘은 한 글로벌 회사에 지원하는데 Family에 대해서 적으라는 곳에 "딸 하나가 있는 워킹맘이다"라고 적는데 매우 비장하게 느껴졌다. 그들에게도 나의 비장함과 전투력이 전해졌기를 바라고 있다. 이 글을 쓰는데 아이는 나를 3번 정도 불렀다. 소파에 누워 있는 아이는 들고 있던 인형이 떨어져도 나를 부른다. 핏기 없이 누워 있는 아이를 보면 짠하다가도 의자에 앉기 무섭게 부르는 소리를 들으면 한숨이 절로 나온다.


그래도 아이 감기가 심하지 않아서 내가 아프지 않아서 병원이 가까이 있어서 그 많은 약을 아이가 다 먹어줘서 밥을 먹어줘서 감사하다. 감사와 맛있는 밥, 그것이 나를 힘나게 한다. 점심 맛있게 먹고 또 오후의 전투를 준비해야겠다.



사진: Unsplash의 Louis Hanse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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