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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박하 Oct 26. 2024

별로 산 것도 없는데 돈이 없네

50만 원으로 한 달 살아보기 (4) 

이제 50만 원으로 살아보기 시작한 지 2주 정도 지났다. 

별로 쓴 것도 없는데 잔고가 얼마 안 남았다. 


예산이 있다 보니 아껴 쓰긴 했는데 꼭 필요한 생필품들 구입하다 보니 잔고가 확확 줄어들었다고 말하고 싶지만 쓸데없이 쓴 돈이 많다는 걸 살펴보다 알았다. 이번주는 특히 일이 너무 많아서 친정엄마까지 오셔서 아이 봐주시고 도와 주실정도로 정신이 나가있었다. 그러다 보니 꼭 필요하진 않는데 구입한 것들도 많은 것 같다. 


그래서 살펴보는 한번 더 생각해 볼 소비리스트


1. 편의점

무알콜 맥주를 사느라 갔었다. 화요일, 수요일에 회사에서 중요한 촬영과 방송이 있어서 그걸 준비하느라 너무 힘들었다. 준비 하느라 스트레스를 너무 받아서 잠도 잘 못 잘 지경이었다. 언제 즘 익숙해질지. 아무튼 다 끝나고 나서 일하려면 기운을 끌어 써야 해서 무알콜 맥주를 마셨다. 이제 알코올은 전혀 먹지 못하는 몸이라 무알콜 정도로 충분하다. 물이나 탄산수로는 안 되는 지점이 있는데 그래도 무알콜 맥주가 채워주고 있어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원래는 네이버나 쿠팡으로 한 짝을 사놓고 먹어봤는데 너무 빨리 먹어서 그냥 정말 편의점까지 갈 만큼 생각이 나면 가서 사 먹기로 했다. 그런데 이번주에는 많이 갔다. 재활용품 정리하다 보니 캔이 너무 많이 나와서 깜짝 놀랐다. 역시 스트레스는 소비의 주범이다. 그렇다고 한 짝을 사다가 먹을 수도 없고 여러 가지 고민이다. 


2. 아이책과 간식 

지난주부터 이번주까지 아이 숙제 중에 한국의 유명한 인물 조사하는 게 있었다. 개인적으로 위인전을 별로 안 좋아해서 안 읽혔더니 아는 사람이 하나도 없어서 당황했다. 물론 인물 중에 논개가 나와서 이거까지 해야 하나 싶었지만 그래도 백범 김구나 광개토대왕은 알아야 할 것 같아서 급히 한국의 유명 위인들 나오는 책을 구입했다. 하지만 책이 오는 동안 숙제는 끝났고 아이는 책을 펴보지도 않았다. 도서관에서 빌려볼걸 싶었다. 


그리고 늘 고민인 부분은 아이의 간식이다. 성장기 어린이답게 정말 끊임없이 먹는다. 식사 전후로 간식이 꼭 필요한데 그때그때 먹고 싶은 게 달라서 어렵다. 잘 먹는 것 같아서 사놓으면 또 잘 안 먹는다. 사실 간단하게 집에 있는 것 다 먹을 때까지 안 사면 되는데 자꾸 잘 먹는 것 사주고 싶은 내 마음이 문제다. 

가득 찬 아이 간식들


3. 디퓨저와 바디워시 

화장실에 놓을 디퓨저와 바디워시를 구입했다. 사실 둘 다 우리 가족만 살면 필요가 없는데 엄마가 방문하셔서 고민하다 구입했다. 원래 본인 집 화장실 냄새는 괜찮아도 외출에서 화장실 냄새나면 힘들지 않은가. (나만 그런가) 암튼 엄마가 오셔서 2박 3일 자고 갈 예정이라 이참에 구입하자 싶어 디퓨저 2개를 구입했다. 그리고 우리 가족은 도브 비누로 다 씻어서 바디워시가 없는데 엄마 한 데는 필요할 것 같아서 구입했다. 다행히 샴푸는 전에 누가 준 게 있어서 그걸 비치해 두었다. 한 번 사면 그래도 한참은 쓰니 괜찮겠다 싶으면서도 잔고가 확 줄어서 고민인 소비였다. 


써놓고 보니 별거 아닌 거 같지만 이 외에도 소소하게 장보고 (팽이버섯이라던가 우유이라던가) 했더니 잔고가 너무 줄어서 지금 위기가 벌써 찾아왔다. 원래 이렇게 돈이 많이 들었나 싶다. 사실 혼자라면 냉장고 파먹고 할 텐데 아이가 먹을 것들을 구입하다 보니 좀 소비가 많아졌다. 물론 이번주에 요아정도 한번 시켜 먹긴 했다. (반성중) 그래도 50만 원 예산 두고 좀 호들 값을 떨면서 장보고 그랬더니 통장잔고가 넉넉하게 남아 있어서 마음이 뿌듯하긴 하다. 이제야 좀 흐트러진 소비 생활이 정돈되고 있는 것 같다. 


이제 얼마 안 남은 돈으로 2주를 더 지내야 하는데 아이 간식이라던가 무알콜 맥주는 좀 자제하고 집에 있는 것들 잘 챙겨 먹으며 지내보려 한다. 아직까지는 전혀 궁상맞지 않다. 그래서 잔고가 얼마 안 남은 걸지도 모르겠다. 냉장고와 팬트리에는 아직도 먹을게 가득하고 생필품들도 잘 쟁여져 있다. 매일 맛있는 커피도 내려먹고 아이도 하루 5번의 식사와 셀 수 없는 간식을 먹으며 지내고 있다. 


얼마 전에 잘 안 보는 OTT서비스도 다 정리하고 넷플릭스만 남겨두었다. 거의 3-4만 원 정도가 줄어든 것 같다. (그동안 얼마나 본 것인가!) 아이 가을 옷을 사주고 싶어서 이것저것 보여주었더니 "옷 많은데 왜 또 사요"그러는 아이를 보며 반성했다. 줄일 게 없는 것 같아도 조금 더 생각해 보면 더 줄이며 더 가볍게 살 수 있다. 가벼운 삶 뒤에는 아마도 더 자유로운 삶이 날 기다리고 있을 거라 생각한다. 


사진: UnsplashJakub Kapusna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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