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바다탐험대 옥토넛을 좋아한다. 이전에 옥토넛에서 아쉬운 점을 썼었는데 그건 다 옥토넛을 너무 좋아해서 많이 봤더니 단점이 약간 보인 것이다. 단점들을 시즌이 지날수록 점점 보완되고 있다. 점점 더 멋져지는 옥토넛 탐험대를 사랑하지 않을 수 없어서 옥토넛에서 좋아하는 것들 몇 가지를 정리해보려고 한다.
그중 첫 번째는 옥토넛 탐험대에서 배우는 이상적인 리더십!
옥토넛 탐험대를 보고 있으면 저런 팀에서 일하면 진짜 직장 생활할 맛 나겠다는 생각이 계속 든다. 팀원 개개인들이 가지는 매력도 엄청나지만 역시 팀을 이끌어가는 리더인 바나클 대장의 리더십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나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가 퍼거슨 감독 시절에 천상계 축구를 보여줄 때 ' 선수들이 잘해서 그런 거 아닌가?' 했었다. 하지만 그의 은퇴 후에 EPL 우승컵을 한 번도 들지 못하는 것을 보면서 리더십의 중요성을 깊게 깨달았다.
바다탐험대 옥토넛이 바나클 대장에 대해서 간략하게 알아보자. (자세한 내용은 검색을 해보자)
늠름한 캡틴! 이름: 바나클
성별: 수컷 (male)
동물: 북극곰
지위: 대장 (captain)
출생: 북극
가족관계: 쌍둥이 여자 형제 비앙카, 쌍둥이 조카 올슨과 올사
경력: 예전에 북극곰 스카우트를 거쳐 현재 옥토넛 탐험대에 합류
볼 수 있는 모든 에피소드를 다 여러 번 시청한 (강제로) 결과, 바나클 대장은 개인적으로 거의 완벽한 리더의 모습을 보여준다고 생각한다. 그의 리더십이 현재의 옥토넛 탐험대가 보여주는 이상적인 팀의 모습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고 생각한다. 크게 능력, 통솔력, 인성의 3가지 면에서 살펴보고자 한다.
능력
통솔력
인성
1) 능력 - 직업적 능력이 탁월하다.
첫 번째, 기본적으로 본인이 가진 분야에서 탁월함을 보여주어야 한다. 며칠째 고민하며 기획안을 노려보고 있는 팀원에게 작은 인사이트만으로도 실마리를 줄 수 있어야 하며 엉망진창 코딩을 해놓은 신입 개발자에게 어떻게 해결을 할 수 있는지 보여줄 수 있어야 한다. 독불장군 거래처 사장님도 구슬리는 능력과 화가 머리끝까지 난 소비자를 달래는 기술까지, 각각의 직업분야에서 보여주어야만 하는 능력을 가지고 있어야 하는 것이 바로 리더이다. 이러한 능력이 있어야 팀원들은 믿고 따를 수 있는 것이다.
바나클 대장은 어떤 문제가 생기더라도 당황하지 않고 항상 상황을 파악하는 판단능력 또한 뛰어나다. 북극곰 스카우트를 통해 길러진 극한 상황에 대처하는 방법을 잘 알고 있으며 엄청난 힘을 가지고 있다. 콰지의 말에 따르면 7 바다를 통틀어 가장 힘이 세다고 하다. 또한 모든 탐험선을 매우 잘 운전한다. 특히 메인 탐험선인 옥토 포드가 자동항해가 어려울 경우 수동으로 조종하는데 거센 조류와 좁은 바위 사이도 아주 매끄럽게 빠져나간다. 그리고 탁월한 문제 해결 능력을 가지고 있다. 많은 문제들이 발생하는 구조 과정에서 지형지물을 잘 이용하며 주변에 있는 동물들을 적극적으로 영입해서 도움을 받기도 한다. 그리고 다양한 작전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곤 한다. 물론 노래나 아코디언 실력은 좀 부족하지만 그마저도 범고래들에게는 인기 만점이다 (ㅋ)
이처럼 뛰어난 능력으로 옥토넛 탐험대원들이 모두 믿고 의지하며 자신의 임무를 수행할 수 있는 것이다. 문제가 생겼을 때 망설이지 않고 바로 도움을 청할 수 있는 능력자가 리더라는 것은 엄청난 축복일 것이다.
2) 통솔력 - 카리스마 + 동기부여 능력이 뛰어나다.
두 번째, 뛰어난 통솔력을 가지고 있다. 통솔력이란 리더십이라고 하면 더 분명할 것 같다. 그리고 이 리더십은 카리스마와 동기부여 능력의 조합이라고 생각한다.
먼저, 카리스마란 마구 소리를 지르거나 화를 내는 것이 아니다. 어떠한 상황에서도 사람들이 기댈 수 있는 존재감이다. 또한 팀의 모든 결정에 대한 책임이다. 팀원들의 의견에 대해 그것은 좋다 아니다 명확한 원칙과 답을 주되 그 결과에 대해서는 리더가 책임을 진다. 이러한 책임감은 앞서 말한 능력과 뒤에서 말할 인성이 합쳐져서 나타나는 것이다.
인성이 결여된 능력은 팀원에게 고통을 안겨주고
능력이 없는 인성은 한숨을 안겨준다.
인성이 결여된 능력은 팀원에게 고통을 안겨주고 능력이 없는 인성에는 한숨이 나올 뿐이다. 바나클 대장은 이러한 카리스마를 가지고 있다. 문제가 생기면 당연히 바나클 대장을 부른다. 그는 상황을 판단하고 자신을 따르라고 이야기한다. 위험할 때 가장 먼저 달려 나가고 팀원들을 보호하고 약한 생명들을 보호한다. "대장! 이리 와 보세요. 문제가 생겼어요!" "그래!" 직장에서 이렇게 부를 수 있는 상사와 그렇지 않은 상사가 분명히 있다.
또한 모든 일을 자신이 하려는 것이 아니라 팀원들에게 많은 것을 이양하며 해낼 수 있도록 동기부여를 잘한다. 소심한 페이소가 옥토포드를 운전할 수 있도록 동기부여를 하거나 콰지가 해우들을 모두 구조할 수 있도록 도움을 준다. 옥토넛 대원들 모두가 위험에 처했을 때, 베지멀들에게 거리낌 없이 도움을 청하며 능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한다. 능력이 있어 모든 일을 다 해치워버리는 것이 아니라 모든 팀원들의 역할을 존중하고 더 많은 일들을 수행할 수 있도록 격려해준다.
3) 인성 - 심리적 안정감 (Psychologial Safety)을 준다
마지막, 뛰어난 인성이다. 특히 높은 심리적 안정감 (Psychologial Safety, Kahn 1990)을 팀에 구현해내고 있다.
심리적 안정감은 자신의 이미지가 망가지거나 커리어나 평가에 부정적인 결과가 생긴다는 두려움 없이 자신을 보여주는 것이다.
Psychological safety is being able to show and employ one's self without fear of negative consequences of self-image, status or career ( Kahn 1990)
사실 이 글을 쓴 큰 이유가 옥토넛 탐험대가 가지고 있는 높은 안정감 때문이었다. 한 조직에 있을 때, 분명 우리는 인사조직 관련 일을 하고 있음에도 팀원들은 모두 실수에 대한 엄청난 공포를 가지고 있었다. 리더가 오타가 하나만 있어도 종이를 집어던졌기 때문이다. 워크숍에서 햄버거와 콜라를 주문했다는 이유로 생각이 없다는 소리를 들었다 (콜라가 몸에 안 좋다는 이유였다...). 이메일에 답장이 늦으면 전화가 왔고 미국에 출장에 가 있는 리더가 미국 시차에 따라 연락을 해도 연락이 늦으면 불호령이 떨어졌다. 잘못된 의견을 내면 화이트보드 앞에 서서 한 시간 동안 이런저런 소리를 들어야 했다. (이외에도 말로 다 할 수가 없다) 그러면서도 우리는 회사원들이 어떻게 하면 조직 내에서 안정감을 가질 수 있을 지에 대한 방법을 연구해야 했었다. 우리는 그저 실수하지 않기 위해서 안감힘을 써야만 했다. 나는 지금도 누군가 큰소리로 이야기를 하면 눈물부터 고인다.
조직 내에서 안정감을 주는 방법은 아주 단순하다.
실수에 너그러워지는 것이다.
바나클 대장은 어떤 실수가 있어도 결코 팀원을 나무라지 않는다. 그저 어떻게 해결하면 될지 고민할 뿐이다. 팀원들의 의견에 늘 귀를 기울이며 잘 들어준다. 특히 감동했던 에피소드는 쉘링 턴이 자동조종장치를 마구 다루다가 탐험선을 모두 여기저기로 날아가게 했을 때였다. 쉘링턴이 의도적으로 그런 것이 아니었지만 그래도 부주의했는데 한마디 말없이 탐험선을 가지고 돌아올 방법을 생각하고 직접 나서 모든 탐험선을 찾아온다. 물론 그 후로 쉘링턴은 탐험선 운전이 거의 금지된 것 같지만. 트윅이 코코아 기계를 잘못 고쳐서 옥토포드가 막 날아가거나 푸딩으로 온통 덮여도 뭐라고 하지 않는다. 이런 태도를 배워서 인지 다른 팀원들도 결코 사고 친 팀원을 비난하지 않는다. "왜 그랬니?"라는 말은 옥토넛에서 들을 수 없다. 이런 실수에 대해 너그러운 분위기는 팀원들에게 안정감을 주고 조직의 혁신을 이끌어낼 수 있다. (Baer & Frese, 2003)
엄한 부모 밑에서 자란 아이들은 거짓말을 많이 한다는 연구가 있다 (Victoria Talwar 연구인데 정확한 논문을 못 찾았음. 이후 추가 예정). 자신의 실수에 대해 실수보다 더 큰 벌을 받을 경우 당연히 그것을 피하기 위해 거짓말을 하게 된다. 팀 안정감이 없는 조직도 마찬가지다. 자신의 실수보다 더 크게 혼나고 비난받는다면 당연히 팀원들은 실수를 감추려고 한다. 그리고 대부분 문제는 더 커진다. 물론 방종한 분위기를 만들어서는 안 된다. 원칙은 지켜야 하며 모든 일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 그리고 더불어 실수에 대해 그 실수보다 더 다그치지는 않아야 한다. 공개적으로 비난받거나 망신당해서도 안된다. 칭찬은 공개적으로 지적은 개인적으로라는 말을 모르는 사람들도 참 많이 있다.
너무 이상적일까?
이런 능력과 인성, 카리스마를 겸비한 바나클 대장은 최고의 팀을 꾸려간다. 비록 만화이지만 이런 조직을 그려낸 작가들도 멋지다고 생각한다. 이런 완벽한 리더와 팀은 아마 지구 상에는 존재하지 않을 것이다. 우리는 실수가 많은 인간들이니까. 오늘도 옥토넛을 보며 "뛰바뛰바"를 외치는 딸 곁에서 '옥토넛 너네는 좋겠다..."라며 생각한다. 멋진 리더를 가진 옥토넛 탐험대 대원들은 자유롭게 바다를 누비고 많은 도움을 준다. 트윅과 대쉬는 멋진 탐험선과 발명품을 만들고 쉘링턴은 새로운 바다생물을 발견한다. 페이소는 많은 동물들을 치료하고 콰지는 더 멋진 모험을 떠난다. 튜닙과 베지멀들도 탐험선을 운전하며 자신의 역량을 극대화한다. 서로 사랑하고 아끼는 대원들은 오늘도 다시마 케이크를 먹으며 하루를 마무리하겠지. 멋진 팀원들과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서로 성장해 가는 것은 역시 무지개를 잡으려는 것과 같은 일일까?
참고 문헌
Kahn, W. A. (1990). Psychological conditions of personal engagement and disengagement at work. Academy of management journal, 33(4), 692-724.
Baer, M., & Frese, M. (2003). Innovation is not enough: Climates for initiative and psychological safety, process innovations, and firm performance. Journal of Organizational Behavior: The International Journal of Industrial, Occupational and Organizational Psychology and Behavior, 24(1), 45-6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