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프스타일을 위한 환경 조성하기
어릴 적 학교에서 TV를 '바보상자'라고 했던 게 떠올랐다. 요 며칠 퇴근 후에 돌아오면 곧장 안방에 들어가 컴퓨터만 하는 나를 봤기 때문이다. 안방을 작업실로 쓰겠다던 나의 포부는 어디 가고 고성능 컴퓨터로 유튜브 시청과 게임만 할 뿐이었다. '나 이러면 안 되는데. 뭐라도 해야 하지 않나?'라는 생각도 잠시, 나의 턴이 돌아온 게임을 잡고, 유튜브의 스크롤을 계속해서 내리며 볼만한 걸 찾았다. 토요일 낮이었다. 아니 저녁이네. 벌써 저녁이라고? 나 주말도 이렇게 보낸 거야?
나는 처음 서울로 상경했을 때, 3평 남짓의 셰어하우스를 살았다(셰어하우스를 6개월 살아보며). 침대 하나와 작은 행거가 들어가니 방이 꽉 찼다. 문을 열면 침대뿐, 소위 '잠만 자는 방'이었다. 창문이 있는 방은 다른 방보다 5만 원 더 비쌌는데, 햇빛이 잘 들어오기는커녕 옆집의 쓰레기 냄새와 음란물 소리만 들어왔다. 그런 방에 누워 천장을 바라보면 온몸이 계속해서 격양되었다. '언젠가 꼭 여기서 나가서, 방 하나는 서재겸 작업실을 만들어 꾸준히 작업을 해야지. 책을 쌓아두고 싶다. 매일 보게.' 하면서 다짐했다.
그랬던 과거의 나에게 사과한다. 분명 책장 하나에 책을 꽉 찰 정도로 읽은 책들을 쌓아놓고, 작업에 충분한 책상도 거실에 뒀는데도 나는 안방에 들어가 컴퓨터만 하고 있었다! 비로소 나는 인정한다. 다짐만으론 안된다는 것을. 그러다 내가 즐겨보던 유튜버가 영상에서 한 말이 생각났다.
"저는 침대 옆에 충전기를 두지 않아요. 거기에 두면 정말 피곤해서 자기 전까지 핸드폰만 보더라고요."
"그래서 멀찍이 책상에다가 충전해요. 그리고 침대에선 잠에만 집중합니다."
내가 침대에서 계속 핸드폰을 하는 걸 원하지 않는다면, 다짐만으로 내가 실천한다면 얼마나 좋으랴. 그게 되질 않으니 그런 삶을 자연스럽게 살만한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나는 이걸 '라이프스타일을 위한 환경 조성하기'라고 부르겠다.
나는 무엇을 하고 싶은가에 이어서 내가 가지고 싶은 라이프스타일을 위한 환경을 조성해보자. 나 같은 경우엔 첫째, 어떤 라이프스타일을 가지고 싶은지 먼저 정리해보았다.
1. 책과 더 가까이 지내고 싶다.
2. 안방이 아니라 거실에서 주로 독서와 글쓰기를 포함한 작업을 하고 싶다.
3. 컴퓨터는 전원을 키는 것조차 멀리 하고 싶다.
4. 자야 할 땐 수면에 집중하고 싶다.
나의 목표가 정해졌다면 둘째, 가까이해야 할 것들은 내 생활에 접근성을 높여 더 자주 보이도록 하고, 멀리할 것들은 제약을 추가한다. 더 나아가 확실하게 환경을 조성한다면 셋째, 디스인센티브를 확실히 주어야 한다. 내가 만든 규칙을 지키지 못했을 경우에 주어질 벌칙 같은 걸 설정하는 것이다. 벌금을 설정해서 한 계좌에 넣어둔다거나, 몇 분을 전력으로 뛰고 와야 하는 식이다. 개인적으로는 잘했을 때 인센티브를 주기보다 더 확실한 방법이었으며 눈으로 직접 드러나는 규칙이었을 때 효과가 더 좋았다.
그렇게 책장을 거실로 옮겼다. 보관할 책만 서재에 두고, 읽을 책과 좋았던 책들을 거실에 두어 계속해서 보이게 한 것이다. 거실의 소파도 TV가 아닌 옮긴 책장을 바라보도록 했다. 거실에 소파에 앉으면 TV가 아니라 책장을 먼저 바라보게 된다. 컴퓨터는 선을 모두 뽑아놨다. 이제 컴퓨터가 필요할 땐 선을 모두 다시 꽂아야 만 만해서 컴퓨터 사용을 줄이게 했다. 앞서 이야기한 유튜버처럼 수면에 집중하기 위해 충전기를 침대에서 멀찍이 두기까지. 모두 자연스럽게 내가 생각하는 '좋은 라이프스타일'을 지내기 위한 것이다.
스스로 의지가 부족하다고 느껴진다면 한 번, 내가 원하는 삶이 자연스럽게 나타나는 환경을 조성해보자. 자리가 사람을 만든다는 말도 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