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기질이 창작자의 작업을 지속시키는가
유튜브의 알고리즘에 이끌려 [계속 개발하는 사람들의 특징]이라는 영상을 봤다. 부트캠프, 국비지원 등의 개발자 양성 프로그램을 6개월 간 수강한 학생들 중에 누가 개발을 계속하는지, 어떤 특징이 있는지가 내용이었다. 인내력, 관찰력, 창의력 그 어떤 힘의 근육의 수축과 팽창이 이 일을 지속하게 만들까? 이에 대한 특이한 경험이 있다.
대학교를 다니던 방학에 같은 디자인과 선후배 학생들을 상대로 간단한 코딩 수업을 한 적이 있다. UI, UX 디자인에 관심이 있는 디자이너가 다른 개발자와 소통하거나 퍼블리셔로 시작해보려는 목표를 위한 수업이었다. 코딩 자체에 큰 관심이 있는 학생들이 아니었기에 모두가 잘하지는 못했다. 속성이란 무엇이고, 작성할 내용을 어디에 담아야 하는지. 온갖 괄호와 쌍점, 쌍반점이 왜 그렇게 쓰이는지 알려주어 코드에 대한 벽을 허물기보다 다른 방향에서 관찰해봤으면 했다.
결과적으론 수업을 들은 학생들이 개발자로 나아간 사람은 없었다. 대신에 코드를 그래픽으로 활용한 학생이 생겼고, UX 기획자로서 HTML 코드는 어떻게 보는지 쉽게 익힌 학생도 있었다. 모두를 개발자로 만들려는 목적은 아니었지만 이런 학생들이 생긴 것 만으로 수업을 준비한 나는 보람을 느꼈다.
그래도 아쉬운 학생이 있다.
'쟤는 정말 개발 계속했으면 좋겠다!'
라는 생각을 하게 만든 학생이 있었기 때문이다. 아니, '뭘 하든 오래 잘하겠다' 싶었다.
학생들을 가르쳐봤을 때, 간단한 HTML 코드였지만 코드를 처음 보는 사람들이었기 때문에 많은 오류를 만난다. 태그를 감싸지 않아서, 내용을 잘못된 위치에 넣어서 등 에디터가 에러를 계속 표시했다. CSS를 배울 때는 더욱 심각했다.
겨우 색상을 바꾸는 데에도 학생들은 에러를 마주했다. 디자인적으로 재미있는 부분에 힘을 주어 알려주고, 눈에 좀 더 드러나는 걸 알려주려고 노력했다. 계속 독에 물을 부었지만 독에 점점 금이갔다. 에러가 코드에 대한 관심을 점점 줄게 만든 것이다.
코드의 에러를 만든 학생들이 그것을 대처하는 방법이 많이 다르다. 바로 물어보는 학생이 대체로 많다. 구글링을 통해 찾아보는 학생도 있다. 물어보는 게 수업에 악영향을 준다고 생각해 질문을 안 하는 학생도 있었다. 그러나 지속적인 에러를 만났을 때는 너 나할 것 없이 지치기 마련이다. 분위기부터 좋아지지 않는다. 가르쳐주는 입장에서도 괜히 반응을 살핀다.
지치는 건 매우 이해한다. 나도 지속되는 에러를 만날 때, 분노가 치민다. 얼굴을 찌푸려 여기저기서 주름이 진다. 검지와 약지로 타타타. 문을 열고 나와주길 바라며 노크하듯이 책상을 두드린다. 끝내 스스로 바보 같다고 생각한다. 아무런 생각도 나질 않고 '왜 안 되는 거야'하며 내가 작성한 코드를 탓한다.
그런데 한 학생이 달랐다. 유달리 오래된 노트북 환경으로 수업을 듣는 학생이었다. 브라우저가 HTML 파일을 여는 것만으로도 느렸다. 에러가 나면 또 길게 기다려야 했다. 그렇다고 에러를 적게 만나는 것도 아니었다. 다른 학생들만치 고충을 겪었다. 솔직히 나는 못 버텼을 것 같다. 느리고 기다려야 하는 걸 도저히 참지 못하는 인간인지라. 코드를 쓰기만 하면 느리고, 에러 나면 또 기다려야 하고... 나는 분명 화가 났을 것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학생은 너무 잘 기다렸다. "아우, 왜 안되지~" 하고는 어차피 기다려야 하고 검색도 불가한 환경이니 다른 일을 잠깐 했다. 스마트폰을 잠깐 보거나, 스트레칭을 했다.
그러고는 겨우 화면을 표시한 노트북을 가지고 수업을 끝까지 따라왔다. 심지어 정말 잘 따라왔다. CSS 애니메이션을 좋아해서 그 부분을 특히 잘 해냈다.
문제가 만나도 잠깐 다른 일을 해서 이성적인 상황으로 돌아와 일을 지속했다.
나는 그 힘을 그렇게 부르기로 했다. 환기력. 환기할 수 있는 힘이다.
짜증이 솟구치고 스트레스가 가득할 때, 자신의 이성적인 기본 상태로 돌아올 수 있는 방법이다. 나도 앞서 말한 대로 스스로 화를 많이 낸다. 좋은 방법은 아닐 것이다. 특히 책상을 두드리며 소리를 내는 습관은 내게 도움이 되는 일도 아니고, 다른 팀원들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주었을 것이다.
나는 그 학생을 보고 나서 그 습관을 멈추었다. 대신에 집에 있던 포켓몬 인형을 앞에 두고 화가 나면 마구 주무른다. 혹은 스트레칭을 하고, 창 밖을 잠깐 본다. 나는 이 능력이 개발자뿐만 아니라 많은 일들이 지속하기 위해 정말 중요한 능력이라고 생각한다. 스트레스를 주지 않는 일이 세상에 어디에 있겠는가? 내가 지칠 때 그걸 지속할 의지를 잃지 않기 위해 할 수 있는 게 무엇이 있는지, 그 환기력을 길러보는 게 좋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