맹자와의 대화

15화

by 찔레꽃

■ 찔: 선생님, 안녕하셨습니까? 오늘은 지난번 말씀해주셨던 국제 관계와 관련 깊은 전쟁에 대한 선생님의 견해를 듣고자 합니다. 먼저 단적으로 여쭙겠습니다. 선생님은 전쟁 반대론자 신지요, 아니면 전쟁 찬성론자 신지요?


■ 맹: 둘 다 아닙니다. 전쟁을 반대하지만, 불가피한 경우, 할 수도 있다는 입장입니다.


■ 찔: 불가피한 경우란 어떤 경우를 말씀하시는지요?


■ 맹: 아무런 명분 없이 자국을 침략한 나라를 상대해야 할 경우나 천하의 공통된 지탄을 받고 있는 나라의 백성을 구해야 할 경우입니다.


■ 찔: 선생님께서 보시기에 지금의 전쟁은 어떻다고 보시는지요?


■ 맹: 공자께서 편찬하신『춘추』엔 의로운 전쟁이 없습니다. 한 나라가 다른 나라보다 약간 명분이 더 있는 경우는 있었지만요. 춘추 시대도 그러했는데, 지금이야 말해 뭐하겠습니까?


■ 찔: 그렇게 보시는군요. 선생님, 계제에 지난번에 나왔던 제와 연나라의 전쟁에 대해 좀 자세한 말씀을 들었으면 합니다. 이 전쟁에는 선생님도 관여돼있다는 말이 있어서요. 제의 연나라 공격에 대해 어떤 이는 선생님께서 공격해도 괜찮다는 말을 해서 공격했다고 말하는데, 이 말이 사실이라면 그릇된 조언을 해주신 것 아닌가 싶습니다.


■ 맹: 그렇게 오해할만한 소지의 말을 한 것은 사실입니다. 제선왕의 측근인 심동이 내게 연나라를 정벌해도 괜찮겠냐고 묻더군요. 나는 괜찮다고 했지요. 왕[자쾌]이란 자가 신하[자쾌]에게 자신의 자리를 무슨 물건 선물하듯이 내주어 정사를 그르치게 했으니 정벌할만하지 않냐고 했지요. 그렇지 않은가요? 일개 벼슬도 함부로 대여하거나 받지 못하는 것인데 일국의 왕 자리를 함부로 대여하고 받았으니 말입니다.


■ 찔: 그렇군요. 선생님의 가치관에서 봤을 때 연나라는 정벌을 당할만한 소지가 분명히 있었군요. 그래서 정벌을 해도 무방하다고 말씀하신 것 같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제가 연나라를 공격한 이후 각 제후들이 준동을 하고 연나라 백성도 처음엔 제군을 환영하다가 나중엔 반기를 들었다는 데 있습니다. 이는 결국 전쟁을 할 명분은 충분히 있었으나 명분만큼 올바른 뒤처리를 하지 않았기에 생긴 결과로 보입니다. 이런 사태가 생기니 자연 정벌을 권했던 선생님께 불만이 생긴 것으로 보입니다.


■ 맹: 그렇다고 볼 수 있지요. 그런데 나는 전쟁의 명분은 분명히 연나라가 제공하고 있지만 제에게 연나라를 치라고 권유한 적은 없습니다.


■ 찔: 그게 무슨 말씀이신지요?


■ 맹: 연나라가 분명히 타국의 정벌을 받을만한 일을 저지르긴 했지만 그 정벌을 제가 해야 되느냐는 별개의 문제입니다. 만약 심동이 그 질문 후에 "그럼 누가 연나라를 정벌해야 할까요?"라고 물었다면 나는 '천리(하늘이 정벌을 명한 자)'라야 할 수 있다고 말했을 거거든요. 정벌이란 '정(바르게 함)'으로 하늘의 명을 받은 자라야 할 수 있는 것이지, 비슷한 처지에 있는 자는 할 수 있는 것이 아니거든요. 연나라나 제는 거기가 거기인 나라인데 어떻게 제가 연나라를 칠 수 있겠습니까?


■ 찔: 선생님의 말씀은, 외람되지만, 책임을 회피하기 위한 구구한 변명으로 들립니다. 제선왕의 측근인 심동이 연나라를 정벌해도 되겠냐고 물었을 때는 당연히 제나라가 연나라를 쳐도 되겠느냐는 것을 전제하고 질문한 것이지, 어떻게 그 전제를 배제하고 질문할 수 있겠습니까? 선생님같이 현명하신 분이 그것을 간파하지 못하셨다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습니다. 더군다나 선생님은 타인의 말속에 담긴 의중을 누구보다 잘 파악한다고 자부하시지 않습니까! 누가 연나라를 쳐야 하냐고 질문하지 않았기에 제가 연나라를 치도록 말한 일이 없다고 말씀하시는 것은 아무리 생각해도 구구한 변명으로밖에 들리지 않습니다.


■ 맹: 그런가요?


■ 찔: 네!


■ 맹: 굳이 변명을 하고 싶지는 않군요. 인터뷰하시는 분이 그렇게 평가하신다면 어쩔 수 없지요. 평가는 나의 몫이 아니고 타인의 몫이니까요.


■ 찔: 각국의 제후들이 준동하고 연나라 사람들이 반기를 들었을 때 제선왕은 어떤 반응을 보였는지 궁금합니다. 혹시 제선왕과 이와 관련하여 대화하신 적이 있으신지요?


■ 맹: 있지요. 제선왕이 내게 이런 말을 하더군요. "제후들이 저희 나라를 치려 한다는 소문이 있습니다. 어떻게 해야 할까요?" 내가 말했지요. "사방 70리 되는 땅으로도 천하를 호령하는 정치를 한 사람이 있습니다. 탕임금입니다. 저는 사방 1,000리나 되는 거대한 땅을 가진 자가 다른 이를 두려워한다는 말은 들어본 적이 없습니다. 서에 이런 말이 있습니다. '탕이 정벌을 갈땅에서 시작하자 천하가 그를 믿었다. 동쪽을 정벌할 때는 서이가 왜 자신들은 늦게 치냐며 원망했고, 남쪽을 정벌할 때는 북적이 왜 자신들은 늦게 치냐며 원망했다. 백성들은 그의 정벌을 가뭄 끝의 무지개처럼 기뻐했다.' 이랬기 때문에 시장에 가는 자는 아무런 걱정 없이 시장에 갔고, 밭 가는 자 역시 아무런 걱정 없이 밭을 갈았습니다. 자신들의 군주를 죽이고 그 백성을 위로하자, 그 일을 오랜 가뭄 끝의 단비처럼 여기며 기뻐했지요. 서는 당시 상황을 '당신을 기다렸는데 당신이 왔군요. 이제 살게 됐네요' 라고 기술하고 있습니다. 이제 연나라가 그 백성을 포학하게 하여 왕께서 정벌하시니 연나라 백성들이 자신들을 홍수와 거센 불길 속에서 구해준 것처럼 여겨 음식을 대접하며 왕의 군대를 반겼습니다. 그런데 왕의 군사들이 저들의 부형을 살해하고 그 자제들을 포로로 끌어오며 왕실의 사당을 허물고 보기(소중한 물건)들을 실어 온다면 이 어찌 옳은 일이라 하겠습니까! 천하는 제의 강대함을 두려워하고 있는데 이제 또다시 땅을 배로 늘리면서 인정(어진 정치)을 행하지 않는다면, 이는 천하의 군대를 불러들이는 자충수입니다. 왕께선 속히 명을 내리사 인질로 잡아온 노인과 어린애들을 돌려보내시고 보기 가져오는 일을 중지시키며 연나라 백성과 상의하여 임금을 제자리에 앉힌 뒤 물러나십시오. 그러면 제후들의 준동을 막을 수 있을 것입니다."


■ 찔: 지극히 당연한 말씀을 하신 것 같습니다. 그런데, 선생님, 앞서 선생님께서도 말씀하신 것처럼 춘추 시대도 의전(의로운 전쟁)이 없었는데 오늘날 어떻게 의전을 기대할 수 있겠습니까? 제선왕이 전쟁을 일으킨 것은 명분은 의(의리)였는지 모르지만 실제는 이(이익)를 위해서 전쟁을 한 것인데 아우런 이익없이 과연 철군을 할 수 있을까요? 선생님의 조언은 제선왕에게 그다지 현실감이 없었을 것 같습니다.


■ 맹: 그랬던 것 같아요. 나의 충고를 귀담아듣지 않았지요. 그러나 후일, 인터뷰하시는 분도 알겠지만, 제는 연나라 정벌의 대가를 톡톡히 치루지요.


■ 찔: 연나라의 대대적인 공격으로 거의 멸망 직전까지 이르렀지요. 물론 선왕 당시는 아니고 민왕 때였습니다만.


■ 맹: 전쟁은 신중에 신중을 기해야 하는 최후의 수단이고, 첫째도 명분 둘째도 명분이 있어야 합니다. 그렇다 하더라도 전쟁은 후유증을 남기기 마련입니다.


■ 찔: 옳으신 말씀입니다. 선생님, 오늘은 이만 줄였으면 합니다. 전쟁에 관한 이야기를 했더니 왠지 피 냄새가 나는 느낌입니다. (웃음)


■ 맹: 그래요? (웃음)


■ 찔: 다소 제가 격하게 말씀드린 점이 있다면 너그럽게 용서해주시기 바랍니다. 그럼. 선생님 내일 뵙겠습니다.


■ 맹: 별말씀을. 그럼, 내일 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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