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 능소화, '청초(淸楚)'하단 말은 자넬 두고 하는 말 같구먼."
"어머, 그래요?"
"딱 내가 좋아하는 스따일이야. 하하."
"놀리시는 건 싫어요."
"아이구, 미안혀. 근데 사실이여. 놀리는 거 아녀."
"감사해요. 훗."
"그나저나 빼빼 마른 나뭇가지 같던 몸에 언제 그리 풍성한 잎들을 매달고 꽃까지 피운겨?"
"호호, 그러게요. 그건 씨크릿! 죄송해요."
"청초함에다 대단함까지 갖추고 거기에 겸양까지. 놀랍구먼."
"호호, 그런가요? 그나저나 주인님 덕분에 벽채 안 타고 넝쿨 지지대를 타게 돼서 다행이에요. 올해도 벽채를 타 폐를 끼치게 될까 봐 걱정했는데..."
"어, 그래? 그렇게 생각해 주니 고맙구먼. 마음껏 뻗을 수 있는 벽채가 아니고 오밀조밀한 지지대라 많이 불편할 텐데...."
"음, 사실 불편하긴 해요. 그래도 주인님도 좋고 저도 그럭저럭 지낼 수 있으니 이게 나은 것 같아요."
"근데 자네는 눈도 없으면서 어떻게 그렇게 머물 곳을 잘 찾아가나?"
"호호, 어떻게 그럴까요? 이것도 씨크릿!"
"하하, 웬 비밀이 그리 많어? 이제는 신비함까지 곁들이려 하네?"
"호호, 그런가요? 그나저나 어제 오늘 날이 좀 누구러져 다행이에요. 한낮이 너무 더워 힘들었거든요."
"그러게. 하늘도 자네들 힘들어하는 것에 신경이 좀 쓰였나 보지?"
"그럴까요? 앞으로 한참 더울 텐데, 그때도 신경 좀 써주시면 좋으련만... 무리한 희망 사항이겠죠?"
"음, 그건 나도 씨크릿!"
"어머, 제 말투를 흉내 내시다니, 미워요!"
"하하. 날이 좀 누그러졌을 때 푹 셔두셔. 그런 게 의미있는 건진 잘 모르겠지만."
"네, 주인님. 주인님도 좀 푹 쉬셔요. 보면 늘 과활동이신 것 같아요."
"이런, 배려심까지. 자네, 정말 최골세!"
"아유, 부끄러워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