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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양증(瘙痒症)

자작시 한 수

by 찔레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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瘙痒症 소양증 / 가려움증


早起巡庭身發癢 조기순정신발양 / 아침 일찍 마당을 돌다 보니 몸이 가렵네

急手搔膚暫快哉 급수소부잠쾌재 / 서둘러 피부를 긁으니 잠깐은 시원하네

未久紅腫疼痛甚 미구홍종통통심 / 얼마 안 가 붉게 붓고 통증이 심해지네

怒氣欲奮無所忌 노기욕분무소기 / 화가 나서 꺼릴 것 없이 더 긁고 싶지만

恐成瘡痍強忍耐 공성창이강인내 / 상처가 될까 두려워 억지로 참는다네

人間萬事皆如是 인간만사개여시 / 세상 모든 일이 이와 같으니

欲避膿瘡先制手 욕피농창선제수 / 고름을 피하려면 먼저 손을 제어해야 하네

反觀生涯幾多悔 반관생애기다회 / 지나온 생애를 돌이켜보니 후회가 많구나

若能忍耐又何如 약능인내우하여 / 만약 참을 수 있었다면 어땠을까

如今已晩不可知 여금이만불가지 / 이제는 늦었고 알 수도 없구나



*요 며칠 가려움증에 시달리고 있다. 저녁에 잘 때도 신경이 쓰여 선 잠 깨는 때가 있다. 생각 같아서는 벅벅 긁고 싶지만 금방 덧나고 상처가 오래갈 걸 알기에 '정말' 인내심을 갖고 참고 있다. 긁어 부스럼 만들고 싶지 않기 때문. 살아오면서 긁어 부스럼 만든 일이 어디 한 두 번(건)이랴. 만약 그때 조금 더 참고 견뎠으면 삶의 모습도 얼마간 달라지지 않았을까? 그랬을 수도 있겠다. 그러나 상처를 각오한다면 벅벅 긁을 수도 있다! 하하. 젊어서는 그랬던 것 같다. 이즈음 유달리 아침 마당 산책 시 벌레에 자주 물린다. 모기 퇴치제를 뿌리고 나가는데도 말이다. 여름 끝 무렵이라 벌레들도 발악을 하는 것 같다. 이놈들아, 늙은이 인내심 테스트 하지 말 거래이! 천벌(?) 받는데이! 어서 선선한 바람이 부는 가을이 성큼 다가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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