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풀기 어려운 비밀

by 찔레꽃

“넌, 뭐야?”


“짜잔~”


특별한 반찬은 아니었다. 그저 김치였을 뿐. 다만 엄마가 싸줬다는 것이 특별했다. 타원형의 양은 반찬통에는 엄마가 썰어서 담은 무르익은 김장 김치가 함초롬히 담겨 있었다. “별것도 아니면서, 짜잔은~” 친구가 불퉁스럽게 말했다. 히죽 웃음으로 대답을 대신하고 도시락 뚜껑을 열었다. 보리 섞인 차가운 밥 한 숟갈에 무르익은 김장 김치 한 조각을 얹어 입에 넣고 꼭꼭 씹었다. 서늘하면서도 새곰한 맛이 입안 가득 맴돌았다.


“김치 없으면 못살아” 정도는 아니지만 빠지면 허전한 반찬이 김치다. 57년 동안 먹어온 김치 이건만 유독 45년 전 점심시간에 먹었던 김치가 바위에 새긴 글씨처럼 선명하다.


엄마는 누나들과 서울서 생활하고, 아버지는 형과 시골에서 생활했다. 나는 엄마와 생활하다 시골에 내려와 아버지와 지내게 됐다. 형이 부엌살림을 꾸렸는데 어린아이가 붓글씨 쓰는 격이었다. 그렇게 지내길 1년 뒤 무슨 일인지 엄마가 서울서 내려왔다. 어느 날 집에 들어가기 싫어 밖에서 놀다 해 질 무렵 고무신을 끌며 집에 들어서는데 마루에 앉아 있던 엄마가 환한 웃음으로 맞아 주었다.


다음 날 엄마는 김치를 도시락 반찬으로 싸주었다. 전날 형이 싸준 것과 똑같은 김치였다. 차이라곤 다소곳하게 썬 차이 밖에는 없었다. 하지만 친구에게 반찬 자랑을 했고….


의원에서 먹었던 짠 미역국을 기억한다. 출산한 아내가 입원해 있던 의원에서 먹은 미역국으로, 아내가 짜다며 먹다 만 미역국이었다. 고기도 들어있지 않았다. 심란한 사정 때문에 아침과 점심을 거르고 아내를 찾았던 그날, 그 미역국을 먹지 않고 흡입했다. 지금까지 기억하는 최고의 미역국이다.


현란한 먹을거리가 사방에 즐비하다. 하지만 아직도 저 김치와 미역국을 넘어서는 맛을 찾지 못했다. 앞으로도 찾지 못할 것 같다. 저 김치와 미역국 맛의 비밀은 이제 풀 수 있지만 풀기 어려운 비밀이 됐다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소동파의 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