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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새벽빛 Mar 13. 2023

서서히 그림일기 2

이거였어

서서히 그림일기2, <이거였어>


입사 후 3년 동안 회사에 대한 큰 걱정 없이 내 몫으로 주어진 일을 하고 퇴근하기를 반복했었다. 요 근래, 그러니까 올해 6월 초부터 직장에 대한 고민이 깊어졌다. 수없이 건너 들었었던 회사란 장의 특성을 알았다고 해야할까, 지금와서 돌아보면 사회 초년생의 껍데기를 벗어내기 위한 부단한 몸부림인 것 같기도 하다.


흔히 3,6,9가 고비라고 하지 않는가. 나도 자연스럽게 걸어왔던 길을 돌아보고 앞으로의 길을 전망해 보게 된다. 내가 좋아하는 것은 뭘까, 뭘 잘해볼 수 있을까, 그렇다면 뭐부터 준비해 볼 수 있을까, 고민하는 과정은 어려웠고, 지금도 여전히 막막하게만 느껴진다. 새롭게 전환하고 싶었던 바램은 어느새 불안으로, 회사와 나의 삶에 대한 불만으로 이어졌다.


앞날의 방향성을 한 갈래로 정해놓고 생각하다 보니 몸도 마음도 금세 탈이 났다. 누구도 나에게 당장 다른 더 나은 길을 모색해 보라고 하며 패배자라고 손가락질하지 않는데, 나는 나 스스로에게 손가락질을 하며 다그치고 있었던 것이다. 하루는 두통이 심하게 오는 것을 보면서 생각의 방향을 달리할 필요성을 느꼈다. 무엇보다 나의 일상과 마음을 해쳐서는 안되는 거였다. 가까운 한 지인은 '모든 것은 이미 우리 안에 있다'라고 말해주었는데, 정말 내가 원하던 것은 나에게서 발견할 수 있었다.


문득 나에게 주어진 것이 참 많은데, 내가 그것을 잘 누리고 있는지 물음이 들었다. 이미 내 일상 속에서는 그동안 내가 원하던 것, 하고 싶은 것들이 작게나마 실현되고 있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만족이 어떤 형태에 국한되어 있는 것은 아니지만, 나는 주 4일 근무를 하고 있었으며, 격주로 중학생 친구들과 함께 그림을 그리고 있고, 한 달에 하루는 마을의 카페와 밥상에서 반가운 이웃을 만나고 있었다. 무엇보다 나를 아껴주고 지켜주는 든든한 얼굴이 여럿 떠올랐다.


진로에 대한 고민을 하면서 꽤 오랜 기간 '내 마음이 정해지길' 원했었다. 그런데 정말 나에게 필요한 마음의 정함은 직업적 방향이 아니라 나의 전환을 바라보는 내 시선과 태도였다. 여전히 내 스스로에게 질문한다. 내가 좋아하는 것은 뭘까, 뭘 잘해볼 수 있을까, 그렇다면 뭐부터 준비해 볼 수 있을까?


이전에는 답을 내리기 위한 질문이었다면, 지금은 내 일상을 조금 더 생기있게 살고자 하는 바람으로써의 질문이다. 그렇게 서서히 그림일기를 시작해 보게 되었다. 고마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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