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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새벽빛 Jul 10. 2023

글을 쓰듯 내 마음을 그린다

곡선처럼 유연해지고 싶어


낮잠을 자면서도 무언가에 눌린 듯 끙끙 앓을 때. 당장 해야 할 일이 없음에도, 무언가에 쫓기듯 하루일과를 점검할 때. 소소하게 누리던 일을 '이게 지금 당장에 어떤 유익이 있을까' 하는 삭막한 마음으로 바라볼 때 나는 위기감을 느낀다. 이럴 때 비상약을 찾는 마음으로 그림 그린다.


하얀 도화지 위에 지금의 상태, 그러니까 이 무거운 마음과 복잡한 생각 담을 수 있는 색은 무엇일까 고민한다. 조금은 칙칙해보이는 색들을 한데 섞어본다. 평소 둥근 원 그리는 것 좋아하지만 오늘은 왜인지 둥근 원이 답답하게 느껴진다. 이 테두리를 벗어나고자 선 마구 그어보자니 시원하긴 하나 날카롭다. 후아. 그 위로 곡선 그려본다. 답답했던 원과 날카로운 직선 위로 둥글지만 시작과 끝이 있는 곡선이 이 둘을 자연스럽게 이어줬다. 그림이 한결 밝아진 것 느꼈다.


그림을 한동안 바라보며, 곡선과 같은 유연함을 지니고 싶다 생각 했다. 괜히 어깨와 허리에 힘 빼본다. 여전히 경직되어 있는 내 몸도 곡선의 일부라고 여겨 본다. 마치 시원하게 쏟아지는 폭포수 같은 곡선에, 몸과 마음 씻어낸다.


내 안에 깃든 생명력을 본다. 잠시 어두워져도, 잠시 번잡해져도 시간이 지나면 곧 새로운 힘 난다는 것 여러 번 경험했음에도 왜 때마다 믿어지지가 않아 불안해지고 말까. 추위를 피해 잠시 겨울잠 자는 것처럼, 열 나면몸 움츠러들며 회복하는 것처럼 나도 때마다 변화하는 생명인데. 이렇게 나를 알아가는 연습 하다 보면, 너도 든든하게 봐줄 수 있지 않을까. 밝음과 어둠을 차별하지 않는 마음으로. 반복되는 어두움 기꺼이 껴안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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